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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강점을 찾는다고 강점관점실천이 아닙니다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3. 1. 28. 07:44728x90반응형
무조건 강점을 찾는다고 강점관점실천이 아닙니다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임상 사회사업가)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 전에 개념부터 정리한다. 강점관점실천은 무엇인가? 해결중심적인 원리를 상담 이외 영역에서도 구현하려는 관점이나 태도, 혹은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나 기술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한 마디로 좀 더 쉽게 요약하자면, 강점관점실천은 해결중심상담을 포함하는 모집합이다. 강점관점실천이 좀 더 넓은 개념이고, 해결중심상담은 그 안에 포함된다고 보면 된다.
강점관점(Strengths Pespective)이란 용어 자체는, 1990년대 중반 미국 캔자스 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데니스 샐리비(Dennis Saleebey) 박사와 동료들이 만들었다. 이들은 해결중심(Solution-Focused) 개념은 개인/가족상담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이므로, (제너럴리스트) 사회사업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제너럴리스트) 사회사업에서는 상담만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점관점실천이 무엇이든, 상담 테크닉은 여전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회사업이란 결국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관찰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샐리비 사단은 강점관점(Strengths Perspective)으로 실천하려는 사회복지사에게 질문 테크닉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 질문 테크닉 중 70% 이상이 해결중심 질문이다. 사과 씨앗처럼, 끝까지 베어 물면 해결중심이 나오는 구조다.
그래서 복지 현장에서 강점관점으로 실천하려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해결중심상담을 공부해야 한다. 오해하지 마시라. 개인/가족상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니까. 실제로도, 해결중심 질문을 테크닉적으로 자연스럽게 구사하려면 진짜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데, 상담만 하지 않는 사회복지사가 따로 공부해서 해결중심 전문가가 되기는 어렵다. 바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어렵다.
구체적인 질문 테크닉보다는 질문을 관통하는 태도와 관점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정한 질문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해도, 질문에 담긴 태도와 관점을 제대로 드러낼 수만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제대로 공부하고 깊이 이해한다면, 누구나,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주거니 받거니 오고가는 수다 속에서 얼마든지 질문 테크닉에 담긴 정신을 구현할 수 있다.
한편, 한국 사회복지계에서 강점관점실천은 어떤 모습으로 어디까지 와 있을까? 냉정하게 말하자면, 아직 충분히 소화가 되지 않았고, 초보적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단적인 증거로, 여전히 많은 현장 사회복지사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강점관점으로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잘 안 됩니다. 그리고 강점을 발견하려고 애써도 이 당사자 분에게서는 보이지 않네요."
이 사회복지사는 대략 어떻게 강점관점으로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을까?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어떻게든 알고 있는 해결중심 질문을 사용해 본다. 질문을 던진 후에 충분히 문답을 이어갈 수 없다고 해도 일단은 사용해 본다. 둘째, 질문이 익숙치 않다고 생각한다면, 클라이어트에게서 강점(자원)을 발견하려고 애쓴다. 그렇게 발견한 강점(자원)을 당사자에게 말해 주려고 노력한다.
첫 번째 노력부터 생각해 본다. 해결중심 질문 그 자체에 무슨 신비한 힘이 숨겨져 있을까? 그래서 예컨대 기적질문 같은 고급진 테크닉을 구사하면 변화가 바로 올까? 전혀 아니다. 기적질문은 수단일 뿐, 기적질문 이면에 놓인 관점/태도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질문을 왜 하는지가 중요하다. 질문을 왜 하는가? 궁금해서 한다. 마음 속에 숨겨진 보물을 꺼내는 시작점이라서 한다.
그리고 해결중심 질문은 점이 아니라 선이고, 하나가 아니라 무리이며, 한 숟가락이 아니라 밥 한 공기다. 널리 알려져 있는 질문을 구사한 이후에, 상대 답변을 들은 후에, 어떻게 계속(이론적으로는 끝없이) 질문을 이어가느냐가 본질이다. 대화는 시작도 중요하지만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과정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질문으로 시작한 대화도 마찬가지. 이어갈 수 있어야 좋은 질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그냥 계속 이어가기만 하면 되는 걸까? 아니다. 우리가 질문과 답변을 통해서 바꾸려는 대상은 '생각'인데, 생각을 바꾼다고 해서 곧바로 '밥'이 생기진 않는다. 질문이 아니라 관계를 기대하는 사람에게, 혹은 밥을 기대하는 사람에게 이상한 질문부터 하면 안 된다. 사회사업(사례관리)는 상담 그 자체가 아니다. 상담을 포함하고 있지만, 좀 더 크고 넓은 체계다.
두 번째 노력도 살펴본다. 강점을 (당사자 대신) 찾아주기. 결정적인 오류다. 강점은 누가 대신 찾아준다고 작동하지 않는다.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작동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문제가 있다고 옆에서 말해도 내가 인정하지 않으면 개선되지 않듯이, 남이 아무리 나에게 강점(자원)이 있다고 노래를 불러도, 내가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면, 의식하지 않으면, 결코 발현되지 않는다.
가치적인 면에서 봐도 문제가 있다. 강점관점실천, 혹은 해결중심상담에 대해서 사람들이 가지는 결정적인 오류는, '무조건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기'라는 생각이다. 물론,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시도해야 하지만, 이 판단을 최종적으로 누가 하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보기에 당신은 이러저러한 강점(자원)이 있습니다, 라고 아무리 공손하게 말해도, 내가 옳다고 생각한다면, 틀렸다.
"내가 전문가로서 이렇게 당신 강점을 발견해 줬는데, 왜 당신은 수용하지 못하나요?" 너무나 무시무시한 생각이다. 온화한 미소를 띈 권위주의다. 강점을 찾는 그 어떤 행위보다도, 이런 태도를 마음에 품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제 생각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입니다. 당신이 직접 내는 당신 목소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최종적인 권위는 당신에게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당신 삶이니까요.'
해결중심상담/강점관점실천을 배우는 사람은 '달'이 아니라 '손가락'을 보기 쉽다. 여기서 '달'은 관점/태도이고, '손가락'은 기적질문을 포함하는 질문 기술, 혹은 강점 찾아주기, 이다. 우리는 달을 봐야 한다. 우리가 도달하고 싶은 피안은 손가락이 아니라 달이므로.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무조건 강점을 찾는다고 강점관점실천이 아닙니다. 먼저,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으세요."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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