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온 편지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3. 3. 7. 07:24
    728x90
    반응형

    (질문)

    안녕하세요. 저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소장님께서 보내주시는 메일, 게시해주시는 교육자료를 보며 강점관점실천에 대한 기본을 돌아보기도 하고, 새로운 역량을 배우고 있습니다. ‘어떤 질문이든 답변해 준다‘는 말씀을 믿고 용기를 내어 질문 하나를 드리고자 합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특성상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보단 강제적으로,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어려울 때가 아동이 거부하는 순간입니다.

    과거부터 어렵다고 느꼈던 경우가 자녀가 행위자인 부모에게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 매우 높을 때입니다(대부분 아버지가 행위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동은 행위자와 함께 있는 시간은 편하지 않다고 말하며, 행위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쏟아내기에 급급합니다. 그러나 행위자가 아닌 배우자는 행위자가 변화하려고 애쓰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행위자가 노력하고 있어서 이를 강화하기 위해 아동과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아동이 행위자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있어 대화가 어렵고, 때로는 ‘왜 행위자 편만 들어주냐’며 토라지기도 합니다. 아동에게 ‘행위자가 아무리 작더라도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행위자와 지내며 조금이라도 편했던 순간은 언제인지, 행위자는 그런 행동이 무엇이 도움되기에 지속하는 것 같은지’를 물으면 아동은 불편해 하기도 했습니다.

    행위자가 긍정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행위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보단 원하는 것, 변화 이야기를 들어야 해당 가정에 도움이 될 것같은데, 어떻게 상담을 이끌어야할지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질문을 드리며 ‘혹시 강점관점실천을 잘못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걱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동료들을 위해서 소장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재원 답변)

    무엇보다도 먼저, 시간적/행정적 여유가 없는 우리 사회사업 현실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온갖 이유 때문에, 사회복시자는 '빨리 빨리'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거의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조금이라도 빨리 변화를 '생산(?)해 내라고' 사회복지사에게 요구하고, 닦달하며, 압박합니다. 그래서 상황에 대해서 침착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한 채로 어쨌든 액션은 취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가만히 따져 봅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어떤 곳입니까? 폭력, 학대, 방임을 겪은 아동을 보호하는 기관입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일시적으로, 경미하게 겪었더라도, 아이가 경험한 폭력, 학대, 방임은 결코 무게가 가볍지 않습니다. 나를 든든하게 보호해 주고 끝없이 사랑해 줘야 할 사람에게 당한 폭력, 학대, 방임은 비록 순간이라도 평생에 걸쳐서 아이 영혼을 갉아 먹고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세살 기억이 여든까지 가는 법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중하고 심각한 어려움을 겪은 아동을 대상으로 뭔가 빨리 빨리 변화를 만들어 내라고 요구하는 환경 자체가 문제입니다. 부디,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사회복지사가 완벽한 상황에서 일해야 한다고 허황된 주장을 펼치고 싶지 않습니다. 현실을 깡그리 무시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어쩄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지점이라서 이렇게 말씀 드립니다. 빨리빨리, 가 정상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현실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하려고 애써야 합니다. 실적을 올리지 말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무책임하게, 일부러 느릿하게 일하시라는 말씀도 아닙니다. 아마도 현실적으로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도 짧겠지만, 그리고 그 짧은 시간마저도 확보할 수가 없고 당장 뭔가를 해야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최소한. 내 마음이라도 침착하게 다잡아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두 번째로, 이 사안을 (가족) 체계 문제로 바라보시면 좋겠습니다. 여기에서 클라이언트는 누구일까요? 아동일까요? 행위자일까요? 행위자의 배우자일까요? 셋 다 아닙니다. 아니, 세 다 맞습니다. 핵심은, 개인이 아니라 가족 단위를 클라이언트로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이 상황에서 주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행위자가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아동이 행위자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주장하는 행위자의 배우자겠지요?

    이런 경우, 사회복지사는 목소리가 큰 사람 이야기에 혹할 수 있습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목소리 큰 사람이 원하는 바에만 관심을 쏟을 수가 있습니다. 아이도 (어차피 함께 생활해야 할) 행위자와 관계가 좋아지면 좋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가족 안에서 약자가 누구인가요? 미성년자인 아동입니다. 이 아동은 행위자나 행위자 배우자 사이에서 자기 목소리를 정확하게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이가 미성년이기 때문에 형성되는 불균형한 권력 구조를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서, 아이가 상대적으로 약자이기 때문에, 사회복지사가 좀 더 아이에게 편파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아동에게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아동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아이가 내는 목소리에 확성기를 대서 크게 들어야 합니다. 이는 편파적인 행동이 아닙니다. 불균형 속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노력입니다.

    아,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아이 말만 중요시하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적어도 아이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야 어느 한 개인이 원하는 바가 아니라, 가족원 모두가 원하는 바를 향해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말씀드립니다. 가족이 원하는 바가 100% 일치하지는 않겠지요. 그렇다면 최대공약수를 찾아야 합니다. 가족을 단위로 보고, 한 사람이라도 원하지 않는 일은 추진하면 안 됩니다.

    세 번째로, 공감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해결중심상담을 '지금 당장 써 먹을 수 있는 요령'쯤으로 생각하십니다. 해결중심 질문에 무슨 대단한 마법이라도 담겨 있어서, 내담자에게 구사하면 휙휙휙 바뀔 거라고 기대하십니다. 당연하게도, 이런 상황은 쉽게 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멋지고 화려한 상담 테크닉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많은 경우 이 요소를 놓치거나 잊기 때문입니다.

    어떤 요소일까요? 바로 공감입니다. 여러 가지로 공감을 정의하고 뜻을 풀이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저는 공감을 '사회복지사가 옳다고 믿는 방향, 빨리 빨리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잠시 내려놓는 노력'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겉으로 '너, 힘들었겠구나' 말하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아~ 이거 빨리 해야하는데~' 이렇게 생각한다면, 아무리 겉으로 말하는 내용이 공감적이라도 공감이 아닙니다.

    다시, 질문 상황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볼까요?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폭력, 학대, 방임 행위가 중단되었고, 행위자는 긍정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죠. 그러니 아이 마음만 전향적으로 돌아선다면? 이 가족은 다시 행복한 상태로 복귀할 수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정작, 아이 마음은 어떨까요? 학자들에 따르면, 어린 아동은 부모가 싸우는 모습만 봐도 자기 탓을 한다고 합니다. 하물며, 부모에게 직접적으로 폭력, 학대, 방임 행위를 당했다면요?

    역시, 미워하는 마음은 사랑하는 마음과 묘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깊이 신뢰하고 사랑하던 사람이 배신을 때리면 미움은 배가 되는 법입니다. 누군가를 많이 미워한다는 뜻은 그만큼 그에게 관심이 있다는 반증입니다. 그래서 나를 낳아주고 키워 준 부모가 나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학대하거나 방임하는 행위가 더욱 더 충격적으로 힘들게 다가옵니다. 우리는 남에게 잠깐 욕을 먹어도 기분이 나쁜데, 어린 아동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아,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러니까 이 가족은 절대로 좋아질 수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 아직도 마음이 힘들고 크게 혼란스러운 사람 마음을 외면하지 말자는 말씀일 뿐입니다. 아동이 행위자를 미워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마음을, 먼저 있는 그대로, 충분히 받아줘야 합니다. 바쁘고 일이 많은 우리 환경을 외면할 수는 없겠지만, 양적으로 시간을 낼 수 없다면 질적으로라도 깊이 공감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끝없이 떨어지는 일을 바쁘게 처리하느라, 기본을 놓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더 깊이 생각해 보면요, 우습게도... 우리는 학교에 다닐 때부터 이 기본(공감 기술)을 제대로 배우거나 익히지 못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시간은 없고, 아이 마음을 질적으로라도 챙겨야 하는데, 쉽게 하실 수 있나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제가 공감 강의를 합니다. 뻔히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어쩌면 짐짓 무시하고 있는 바로 그 기본을 가르칩니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무조건 긍정적인 이야기로 끌고 가려고 하지도 마시고, 무조건 힘들었던 이야기를 들어 주지도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야 하겠지만, 클라이언트 상황에 따라서 잠시 쉴 수도 있고, 옛 기억에 홀려서 다시 뒤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낙심하지 마시고, 다시 방향을 찾으면 됩니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피하려고 하지 마시고, 최소한 절반 정도는 허용하셔야 합니다.

    네 번째로, '안전'이라는 발판 위에 서서 일하시길 바랍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일하시는 분이라면 필연적으로 수많은 딜레마에 직면하시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이런 딜렘마가 있습니다: '행위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관계해야 하느냐?' 모든 일반적인 상황과 다르게, 지금 이 상황에는 '폭력, 학대, 방임'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 요소가 본질적으로 중요합니다. 따라서 가족원 중 누구라도 안전하지 않다면 아무 일도 해서는 안 됩니다.

    행위자든, 행위자의 배우자든, 심지어 아동마저도 '안전(safety)'을 침해하는 그 어떤 행위도 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을 비난하거나 배척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는 '폭력, 학대, 방임'을 절대로 용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폭력, 학대, 방임'을 벗어난 외부에서 상황이 확실하게 안전하다고 판단된다면, '폭력, 학대, 방임'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됩니다. 이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회복지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딜멤마 상황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을 대하면서, 어떤 부분은 나쁘게 생각하고, 어떤 부분은 좋게 생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딜렘마 상황을 능숙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면, 결국 사회복지사는 누군가의 편을 들게 되고, 편파적인 관점으로 휘말려 들어가 버리고 맙니다. 따라서 어렵지만 딜렘마 상황에서 오히려 균형잡힌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애써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분명하게 확인해 드리고 싶네요. 팀장님께서 구사하신 해결중심 질문 자체는 아주 훌륭합니다. 아주 잘 배우셨고, 아주 잘 실천하셨습니다. 다만, 이 글을 읽어 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문제는 해결중심 질문이 아닙니다. 해결중심 질문을 감싸고 있는 내 태도, 내 관점이 본질입니다. 비유컨대, 권투 선수가 펀치에 체중을 실어야 파괴력이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되듯이, 질문도 내 태도와 관점에 제대로 실려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리고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개입하세요. 업무적,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기 어려우시다면, 마음으로라도 여유를 찾으려고 애쓰세요. 옛말에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는 법입니다. 해결중심상담은 닥치고 긍정적인 질문을 하는 것일까요? 반만 맞습니다. 어쨌든 긍정적인 질문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질문하는 사람이 마음에 여유가 없다면 아무리 긍정적인 질문도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진심으로 응원 드립니다.


    <참고>

    _ 위 질문은 모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일하고 계신 정OO 팀장님께서 보내 주셨습니다. 

    _ 정OO팀장님께서는 위 질문과 제 답변을 널리 공유해도 된다고 허락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내가 가르친 뛰어난 사회사업가께서 들려 주신 이야기: "제가 돕는 청소년이 너무 기특한 행동을 하기에, 저나 제 동료들이나 아주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되었어요. '우와~ 너 어떻게 이렇게 한

    empowering.tistory.com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