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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랑도 저를 존중해 줄 줄 알았어요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3. 2. 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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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자] 스님 말씀처럼 신랑한테 "네, 알겠습니다" 하면 신랑도 저를 존중해 줄 줄 알았어요. 근데 점점 "그래, 진작에 이럴 것이지" 이러면서 점점 자기 위신만 세우려고 합니다. (남편은 여자가) 남자를 섬기고 받들어 모셔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그 생각을 더 강하게 심어준 꼴이 됐나 싶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평소에는 그런 신랑이 '오죽 인정받고 싶어서 저러나' 싶어서 안쓰럽기도 하고 가끔 귀엽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끔 제가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스님 말씀대로 제가 먼저 바뀌어 보려고 노력 중인데 가끔은 요즘은 '왜 자꾸 이런 노력도 나만 해야 하고, 왜 배려도 못 받고 살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힘들기도 합니다. 신랑한테 자꾸 바라는 마음이 생기는 제 마음이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수행을 해야 하는지 마음이 어지럽지 않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법륜 스님] 지금 자기가 지금 이런 신랑하고 어떡할 거냐 하는 건 자기 문제예요. 신랑 문제가 아니고. 그러니까 비가 온다. 비 안 왔으면 좋겠다. 그건 이해가 돼요. 그래도 계속 비가 와. 그러면 신경질 내는 게 나아요? 비 오는 거에 대비하는 게 나아요? 

     

    [질문자] 대비하는 게 (나아요.) 

     

    [법륜 스님] 대비한다는 게 뭐예요? 물고를 내고 물을 빠지게 하고, 그래도 내 힘으로 감당을 안 하면 어떻게 해야 돼요? 집이고 뭐고 버리고 산으로 도망가야 될 거 아니에요? 그런 것처럼 상대를 바꾸는 거는 쉬운 일은 아니잖아, 그렇죠? 여기 선택은 세 가지예요. (첫째는,) 내가 아주 파워가 돈도 많고 지위도 높고 해서, 이혼하자 하면 신랑이 벌벌벌벌 떨 수준이다. 그러면 '(남편) 너 바꿔라 안 바꾸면 끝이야' 이렇게 하는 방법이 있어요. 두 번째, 이제 안 사는 길이 있어요. 못 바꾸니까 에이~ 그러면 '니는 니고, 나는 나다' 헤어지는 길이에요. 이거는 언제든지 할 수 있어. 그러니까 이거는 금방 결정하면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건 충분히 검토해서 이거는 써야 돼요. 선택지는 선택지인데 지금 사용할 필요가 없는 선택지. 그럼 세 번째는 뭐냐? 내가 적응하는 거예요. 여러분들의 고민은 조건은 내가 적응해야 되는데 적응하기가 싫다, 이게 문제 아니에요? 그러니까 비는 오면 내가 피해야 되는데, '(내가) 비를 피해? 까짓것, 물에 떠내려가서 죽지!' 이렇게 생각하고 고집을 하면 결국은 자기만 피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자기 조건을 보고 내가 '알겠습니다' 하고 숙여줘라. 비굴하게 굴어라 이게 아니에요. 이 조건에서 나한테 가장 좋은 살아가는 길이 뭐겠느냐 하는 거예요. 맞춰주라는 거예요. 맞춰주라. 상대가 좀 칭찬해 주기를 원하면, 칭찬해 줘라 이거예요. 자기는 지금 '내가 굽혀주면 자기도 굽히겠지' 이렇게 거래를 하고 있는 거예요. '내가 양보하면 자기도 양보하겠지' 이렇게. 그거는 상술이잖아요. 어떻게 하는 게 더 상대에게 나한테 맞도록 끌고 올 거냐 하는 기술적인 문제란 말이에요. 근데, 수행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에요. 내가 '알겠습니다' 한다고 해서 상대가 나한테 더 잘 하든, 안 하든 이건 관계가 없어. 나는 '알겠습니다' 하는 게 누구한테 좋다? 나한테 편하다. 언쟁하는 것보다는 '알았어' 이렇게 하는 게 나한테 편하다. 내 이익을 위해서. 내가 선택한 거니까, 거기에 대한 대가를 상대에게 요구하는 거는 좀 이치에 맞지가 않다, 이렇게 생각해요.

     

    [질문자] 제가 계속 무시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법륜 스님] 음식을 만들어 가지고 주니까 아무 소리 안 하고 먹으면 무시 받는 거고, '잘 먹었다' 그러면 칭찬 받는 거고? 그러면 자기는 그 사람의 언어에 그 사람의 말에 내가 놀아나는 사람이잖아. 그 사람이 어떤 얼굴 표정을 보이느냐에 따라서 나의 희로애락이 일어난다면 내가 노예지. 이게 바로 '을의 인생'이라는 거. 임금이 눈길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서 그 후궁들이 어때요? 삶이 달라지고, 기분이 달라지잖아요? 주인의 태도가 어떻냐에 따라서 밑에 사람들이 좋아하고 전전긍긍하잖아요? 그게 노예 근성 아니에요? 그 사람이 어떻게 하는 그 사람 문제고 난 내 인생 살면 되지, 지금 남편이 뭐 칭찬 받기를 좋아하는 게 아니고 사실은 내가 보니까 자기가 칭찬받기를 지금 좋아하는 거야. 이런 걸 갖다가 '사랑고파병'이라 그래,  '고파병'. 나를 좀 어떻게 위해주고 나를 어떻게 해주면 기분 좋아하는 거. 근데, 그게 일시적으로 좋은 건 맞아요. 누구나 다. 근데, 그게 노예라는 걸 알아야 돼요. 저 사람의 행위에 따라서 내 삶이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저 사람은 내 목줄을 쥐고 있고, 나는 개목걸이를 차고 있는 상. 뭐 때문에 이런 인생을 살아요? 뭐가 못났다고 여러분들 이런 인생을 살면서 그걸 사랑이라 그래? 그건 노예지, 사랑이 아니에요. 자기가 남편 목걸이를 이렇게 걸어 놓고 자기가 딱 쥐고 있으면 되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개를 키울 때도 맛있는 거 자꾸 줘야 나를 따르잖아요? 이와 비슷하게, 자기가 남편 좋아하는 소리 해 줘 가지고 자기가 개 목걸이 쥐고 살면 낫지 않나?


    사례관리 상황에서 내 말을 안 듣는 클라이언트를 돕다가 사회복지사가 실망하거나 상처받거나 지치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여러 번 움츠리는 클라이언트에게 끈질기게 다가가서 관계를 텄고, 좀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함께 목표도 세웠고, 어느 정도 실행도 해 나가고 있었는데, 미끄럼틀에서 쭉~ 미끌어지듯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면? 갑자기 연락도 잘 안 받고, 본인 인생 도와 주려고 민망한 상황을 감수하고 집까지 찾아간 나(사회복지사)를 문전박대하고 외면한다면?  

     

    누구나 이런 상황에 처하면 당연히 기분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실망스럽고 원망스럽고 무척 답답하리라. 그래서 고착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인터넷에서 자료도 찾아보고, 교육도 찾아서 수강해 본다. 해결중심상담도 대안 중 하나. 전통적인 방식으로 클라이언트를 밀어붙이고 싶진 않고(요즘은 당사자 인권을 중시하므로 그럴 수도 없지만), 정말 있어 보이게 실천하고 싶은데... 왠지 해결중심 질문을 배워서 멋지게 구사하면, 가능할 듯 보인다. ('기적같은 질문'으로 구워 삶아 봐?)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다. 

     

    이 상황은 좀 더 멀리 떨어져서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질문해 보자: (한국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가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Involuntary Clients)와 만나는 상황은 어떤 상황인가? 사회복지사와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가 맺는 관계에서 본질은 무엇인가? (1) 사회복지사는 해당 클라이언트가 변화하길 강력하게 바란다. (2) 클라이언트는 딱히 변화하고 싶어하지 않아 보인다. (3) 클라이언트는 사회복지사가 그리는 방식으로 변화할 법적 의무가 '전혀' 없다.


    여기서 잠시 논의를 멈추고, (조금 뜬금없지만) 세상 온갖 고민거리를 단순한 원리로 상담해 주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이야기로 넘어간다. 오늘 사람들 앞에 나선 질문자는 어떤 아내. 그는 (불교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법륜스님께서 설립해 운영하고 계신 정토회 여러 수행(마음공부) 프로그램에 이미 참여하고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부부관계에 대해서 법륜 스님께서 다른 사람 상담해 주신 장면을 보고 본인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었지만 뭔가 납득이 안 되었는지 법륜 스님에게 질문한다: 

     

    "스님 말씀처럼 신랑한테 "네, 알겠습니다" 하면 신랑도 저를 존중해 줄 줄 알았어요. 근데 점점 "그래, 진작에 이럴 것이지" 이러면서 점점 자기 위신만 세우려고 합니다. (남편은 여자가) 남자를 섬기고 받들어 모셔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그 생각을 더 강하게 심어준 꼴이 됐나 싶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제가 먼저 바뀌어 보려고 노력 중인데 가끔은 '왜 자꾸 이런 노력도 나만 해야 하고, 왜 배려도 못 받고 살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힘들기도 합니다."

     

    법륜 스님은 어떻게 답하셨을까? 먼저, 법륜 스님께서는 질문자가 남편과 맺고 있는 관계 본질을 콕, 짚으신다: "누가, 무엇을 원하는가? 아내가, 남편이 변화하기를 바란다. 두 사람 사이에서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가? 남편이 갑이고 아내가 을이다. (남편이 아내보다 옳거나 나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서로 원하는 바만 따져보면 그렇다는 말) 내가 스스로 바뀌길 원하는 상황이라면 무척 간단하다. 내 문제이니까, 그냥 내가 노력하면 된다. 하지만 타인이 바뀌길 바라는 상황이므로, (상대가 바꿀 마음이 없다면)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가 어렵다. 

     

    여기에서 보편적인 윤리나 도덕을 들이대고 싶지만, 효과가 없다. 어쨌든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고, 부부관계란 상호 존중과 상호 노력을 해야만 하는 관계, 라는 (보편적인) 가치나 생각을 남편에게 제시한다면? 남편이 약간 영향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이 질문자의 남편에게는 씨알도 안 먹힌다. 그는 '여자가 남자를 섬기고 받들어 모셔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으로 정해져서 따르지 않으면 실제로 피해가 온다면 모를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남편에게는 구속력이 없는 공허한 윤리와 도덕에 불과하다. 

     

    법륜 스님께서는 이 상황에서 세 가지 대안이 가능하다고 설명하신다: (1) 질문자가 명백하게 '갑'일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 '갑'이므로 상대에게 바꾸라고 명령한다. 질문자는 '을'이므로 불가능. (2) 상대가 내 말을 안 들어 주니, 결혼 관계를 파하고 헤어지는 방법. 질문자는 남편을 사랑하고 결혼 관계를 무너뜨리고 싶을 정도는 아니므로 불가능. (3) 마지막이면서 현실 가능한 유일한 방법. 내가 상대에게 적응하는 방법. 상대가 원하는 말을 해 주면서 잘 구슬러서(?) 내편을 만들고 내 말을 들어줄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방법. 

     

    "네가 바라는 것을 내가 주었으니, 너도 내가 원하는 것을 달라" 이렇게 직접 요구하는 방법이 아니다.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내가 을이므로. 그가 내 말을 안 들어줘도 억지로 강제할 수는 없기에. 끝끝내 본인이 원하는 대로만 하고, 내가 원하는 바를 절대로 들어주지 않을 수도 있기에. 내가 원한다고 그를 내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는 현실을 현실로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대한 내 마음이 편안하고, (가능성이 많지는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그가 나에게 협조할 수 있도록 시도할 수 있는 대안이다.


     

     

    "주민 중에서 이런 분이 계세요. 본인이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서 본인이 원하는 것만 똑 따 먹고 가 버려요. 그리고 마을에서 뭔가 필요해서 도움을 요청하면 완전히 모른 척 하시죠." 현장 동료를 만나서 자문 서비스를 드리다 보면,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한 마디로, 클라이언트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관계는 서로 주고 받아야 제대로 된 관계인데, 왜 본인이 원하는 것만 가져가느냐, 왜 우리가 원하는 바는 주지 않느냐, 는 말.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 보자. 그가 우리 말을 들어야 할 의무가 있는가? 안타깝지만, 아니다. 

     

    우리에게 협조할 의무는 없는 사람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관계에 대한 생각을 도덕적으로 부과하는 방법은 효과적인가? 직업적으로 사람을 돕겠다고 나선 사람이, 자신이 신봉하는 관계 규칙을, (어쩌면 어쩔 수 없이)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 도덕적으로 강제하려는 태도는 옳은가? 효과적이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 그렇다고 해도 왠지 너무나 억울한가? 억울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억울해 하면 이 억울한 상황이 바뀌는가? 바뀌지 않는다. 스님 말씀처럼, 우리가 이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적응하되, 오히려 적극적으로 적응해야 한다. 

     

    밥 달라고 우는 아이에게, 배가 고파서 우는 아이에게, 어른이, 부모가 '너무 시끄러우니까, 듣기가 너무 힘드니까 닥치줄래?' 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밥 달라고 우는 아이에게, 배가 고파서 우는 아이에게, 어른이나 부모에게 통용되는 규칙을 선언하고 요구한다면 아이가 들어줄까? 들어줄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어른/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에게 밥을 줘야 한다. 어른답게, 아까워 하지 말아야 한다. 너에게 밥을 줬으니, 나도 밥을 줘, 라고 요구하면 안 된다. 아이는 우는 존재, 어른/부모는 밥을 주는 존재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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