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여름 그 사이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3. 3. 07:32728x90반응형
<과제>
이야기가 담긴 사진을 제출하시고, 서사 작법으로 2~3단락 정도 서술하세요.
<본인 사진 설명>
송부연: (첫 번째 사진은, 제가) 동갑내기 신랑에게 준 생일 선물 입니다. 신랑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두 번째 사진은,) 센터를 이용하는 순자씨(가명) 입니다. 순자씨와 있었던 일을 쓰고 싶었어요. (세 번째 사진은,) 기관 행사에 후원 받은 물품 입니다. 기관 행사와 더불어 나눔에 대한 제 생각을 쓰고 싶었습니다.
이재원: 다 좋은 글감으로 느껴집니다...만, 제 직감으로는 두 번째 사진이 좋겠네요.
송부연: 다 쓰라는 말씀은 아니쥬?
이재원: 당연히, 아니지요. 그런데 다 좋은 글감으로 느껴져서요. 선생님께서 쓰고 싶어하시는 듯한데, 역시 '쓰고 싶은' 글감이 제일 좋은 글감이거든요. 나중에라도 꼭 써 보시길 권합니다.
송부연: 넵!
이재원: 그런데 송부연 선생님, 정말로 글을 잘 쓰세요. 평소에 페이스북 같은 곳에서 선생님 글을 보던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랄 듯해요.
송부연: 과찬입니다. 부끄럽습니다.
이재원: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글쓰기 선생으로서, 저는 이렇게 멋진 글재주가 있는 학생을 만나니 참 기쁘고 좋습니다. 저는 단순히 일하면서 지금 당장 문서를 잘 쓰는 요령을 가르치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이 본인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근본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어쩌면, 실용성을 중시하는 사회복지사는 지금 우리 클래스에서 배우는 글쓰기 방법이 과연 실무에 어떤 도움이 될까,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공부하는 근본 실력을 키우면, 궁극적으로는 실무에서 작성하는 문서도 제대로 작성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아무튼, 송부연 선생님께서 재능을 발견하시고, 직접 써 보시고, 실제로 성장하시는 모습이 참말로 보기 좋고 흐뭇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초고 + 첨삭>
“띠리링!” 점심시간이다. 시계를 보지 않아도
점심시간임을(불필요한 반복) 알 수 있다. 순자씨 덕분이다. 순자씨는 매일 점심 메뉴를사진찍어(서) 기관 SNS에 올린다. 가끔은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라는멘트도(인사말도) 함께 올린다.달달한 점심시간이다(점심시간이 달달하다).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실로 향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순자씨가 품에 안긴다.
“선생님, 어제 왜 안 왔어요. 보고 싶었는데.”
“미안해요. 어제는 밖에서 사람 좀 만나고 왔어요.”
“오늘은 어디 가지 마세요.”
품에 안겨 이야기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아이 모습이다. 다른 이용인과 이야기 나누면 그새를 못 참고 와서 말을 건다. 사랑도 많고 샘도 많다.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순수한 아이 모습이다(불필요한 반복).점심을 먹고 기관 주변을 산책한다. 순자씨가 팔을 잡아 끈다. 호박잎 사이에 자그마한 호박이 달렸다.
“선생님, 저거 귀엽지요?” “그러게요. 애기 호박이네요.”
“선생님, 저건 뭐에요?” “저건 밤나무인데 아직 밤이 달리려면 좀 더 있어야 해요. 우리 가을 되면 밤 따러 와요.” “좋아요. 나 밤 좋아하는데.”
제법 걸었다 싶을 무렵, 순자씨가 다시 팔을 잡아 끈다. “우리 이제 다시 집에 가요.”
바람이 분다. 불어오는 바람에 아카시아 향이 녹아 있다. 곧 여름이다.
<최초 피드백>
이재원: 글이 참 좋습니다. 사실, 송부연 선생님 글발은 (본인도, 저를 포함하는 타인도) 도저히 부인할 수가 없고요. 더 잘 쓰고 싶으시면, 방법은 하나 뿐입니다. 압도적으로 많이 쓰셔서, 그 어떤 글을, 그 어떤 분량으로 쓰셔도 일정하게 밀도를 유지하는 글솜씨를 얻는 방법입니다. 아울러, 개별적으로 피드백을 받으시면 더 빨리 발전하시겠지요?
송부연: 말씀하신 '많이'는 다작, 인가요? 아니면 글 한 편에서 분량을 많이 쓰는 건가요?
이재원: 둘 다인데요, 다양한 주제를 선택해서 쓰시면 좋겠고, 그냥 많이, 정도가 아니라 압도적으로 많이 써 보셔야 해요. 예컨대, 약 3년 동안 매일 A4지 0.5~1매 분량 글을 쓰신다든지... 그래서 어렵습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매주 한 편씩이라도 각을 잡고 글을 쓰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평가해 달라고 요청하시고, 그때 받는 피드백을 황금처럼 여기세요.
송부연: 감사합니다. 요즘은 글쓰기 안 했으면 무슨 낙으로 살았을까 싶습니다. 연애 초기에 이성친구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찬 사람처럼 내내 글쓰기 생각을 합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이재원: 당연한 일이지요. 그만큼 선생님 마음에 표현하고 싶은 감정과 생각이 많다는 증거입니다. 공을 무작정 수면 아래로 눌러 놓을 수 없듯이, 선생님 표현 욕구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있을 뿐입니다. 특히, 이렇게나 훌륭한 글발이 있는데, 마음 속으로 숨길 이유가 없죠. 선생님께서 많이 쓰시면, 세상이 복을 받습니다. 그러니 표현하세요. 이야기하세요. 쓰세요.
<완성본>
제목: 봄, 여름 그 사이
글쓴이: 송부연(서운장애인주간보호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띠리링!” 점심시간이다. 시계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순자씨 덕분이다. 순자씨는 매일 점심 메뉴를 찍어서 기관 SNS에 올린다. 가끔은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라는 인사말도 함께 올린다. 점심시간이 달달하다.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실로 향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순자씨가 품에 안긴다.
“선생님, 어제 왜 안 왔어요. 보고 싶었는데.”
“미안해요. 어제는 밖에서 사람 좀 만나고 왔어요.”
“오늘은 어디 가지 마세요.”
품에 안겨 이야기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아이 모습이다. 다른 이용인과 이야기 나누면 그새를 못 참고 와서 말을 건다. 사랑도 많고 샘도 많다.
점심을 먹고 기관 주변을 산책한다. 순자씨가 팔을 잡아 끈다. 호박잎 사이에 자그마한 호박이 달렸다.
“선생님, 저거 귀엽지요?” “그러게요. 애기 호박이네요.”
“선생님, 저건 뭐에요?” “저건 밤나무인데 아직 밤이 달리려면 좀 더 있어야 해요. 우리 가을 되면 밤 따러 와요.” “좋아요. 나 밤 좋아하는데.”
제법 걸었다 싶을 무렵, 순자씨가 다시 팔을 잡아 끈다. “우리 이제 다시 집에 가요.”
바람이 분다. 불어오는 바람에 아카시아 향이 녹아 있다. 곧 여름이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송부연 센터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송부연 센터장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실용 글쓰기 클래스 제 3기(화요일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선생 피드백> (이재원)
1. 거의 완벽합니다. 만약에 돈을 내고 이 글을 읽으라고 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돈을 내겠습니다. 10만원 정도는 무조건 낼 의향이 있습니다.
2. 이젠 이 정도 길이 말고, 좀 더 긴 글을 쓰셔야 합니다. 무조건 많이 쓰세요!
3. ‘달달한 점심시간이다’ 문형은 결국 ‘A는 B이다’ 문형입니다. 왜냐하면, 원형은 ‘오늘 이 시간은 달달한 점심시간이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문형을 고친다면, ‘나는 오늘 점심시간을 달달하게 느낀다’ 정도로 바꿀 수 있겠습니다만, 그러면 송부연 선생님 간결한 문체가 무너지므로, ‘점심시간이 달달하다’ 정도로 타협했습니다.
<본인 피드백> (송부연)
일단, 이재원 선생님에게 10만원을 받으면 우리 화요반은 회식을 하시죠. 으허허허~ 돈 내세요, 이재원 선생님. (농담입니다.) 그... 참... 어... 어려워지네요. 계속. 쓰면 쓸수록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어느 정도 생각이 차면 글로 옮기는데, 글로 옮기고 나서도 계속 읽어 보고, 입에 거칠게 다가오는 표현을 계속 수정하려고 노력하고요. 계속 이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지금 나오고 있는 결과물이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글을 쓸 때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되었다는 점이 저에게는 매우 큰 변화랍니다. 지도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동료 피드백>
(A 대리님)
저는 읽을면서 시를 읽는 느낌이 들었어요. 부드러우면서도 포화된 느낌? 이 들어서... 되게, 부럽네요. 아주 잘 쓰셨어요.
(B 과장님)
네, 아주 잘 읽었고요. 전체적으로 사진을 보면서 글을 읽는데, 마치 사진 속 두 분이 서로 대화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는 두 분이, 이렇게 저렇게 대화하면서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리고 제목처럼, 딱 봄과 여름 사이에 있는 것 같아서, 상황을 정말로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는 글이었구요. 특히, 마지막 세 문장을 보면 되게 짧은데도 뭔가 꽉 찬 느낌이 들었어요. 정말로 잘 읽었습니다.
(C 국장님)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저도 함께 산책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정도로 따뜻했고요. 토토로 애니매이션을 보는 듯, 서정적인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저도 여름이 되기 직전에, 아카시아 향이 나는 그 느낌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무척 좋았어요.
(D 센터장님)
저도, 다른 분 평가와 똑같이, 정말로 잘 쓰셨다 싶고요. 말도 잘 하시는데, 글도 잘 쓰신다. 너무 완벽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그리고 거주 시설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최종 피드백>
저는 예컨대 송부연 선생님께서 이런 글을 100개만 쓰신다면, 그래서 아름다운 책을 내신다면, 우리 업계에 의미 있는 파장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만큼, 이 글에서는 '(정색하고) 나는 사회복지사야!' 이런 태도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데도, 대단히 자연스럽게 사회사업 가치가 표현되고 있지요. 저는 사회복지사가 글을 쓸 때, 사회사업 가치를 너무 전면에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러니까, 사회복지사가 일반 작가와 경쟁해도 될 만한 좋은 글을 내 놓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아주 잘 쓴 글인데, 내용이 그냥 사회사업인 글이죠. 좋은 글 위에 넌즈시 사회사업 가치를 얹은 모양이죠. 그래서 일반인도 그냥 편하게 좋은 글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사업 가치를 접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이죠.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송부연 선생님 글은 일반 작가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좋은 글이라고 평가합니다. 어법에도 맞고, 내용도 깊고, 간결하면서도 풍성한 아주 좋은 글입니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지식 공유하기(기타) >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안과 함께 산다 (0) 2023.03.04 사회복지사가 쓴 묘사문 예시 (0) 2023.03.03 몇 시야? (0) 2023.03.02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샐러드 (0) 2023.03.01 '설명'을 가르치려고 '나의 아저씨'를 인용하시다니요 (0) 2023.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