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시야?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3. 2. 07:11728x90반응형
<과제>
이야기가 담긴 사진을 제출하시고, 서사 작법으로 2~3단락 정도 서술하세요.
<초고>
글쓴이: 박지선(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연구원, 2023)
5시 40분 알람 소리에 일어난다. 20분 정도 출근 준비를 하고, 6시쯤 현서를 깨운다. 겉옷을 입히고, 마스크를 씌운 후 손을 잡고 집을 나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바로 옆 동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다.
부모님 집에 도착하면 현서는 곧장 작은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침대에 눕는다. 그렇게 1시간 정도 더 잠을 자고, 7시에 일어나 할머니가 챙겨주는 아침을 먹고, 씻고, 옷을 갈아입고, 학교 갈 채비를 한다. 때로는 다시 잠자지 않고, TV를 켜고 브레드 이발소를 보다가 7시에 맞춰 등교 준비를 한다.
<이재원, 1차 즉석 피드백>
음… 좋은데요, 집필 방향을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요? 똑같은 내용을 현서 시각으로 다시 써 보세요. 현서가 쓴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현서 심정을 좀 더 많이 쓰시면 좋겠어요. 제 지도대로 쓰셨지만 너무 사건만 기술하셔서, 다소 건조합니다. (물론, 감을 찾아가는 과정이니 자연스럽고 괜찮습니다.) 너무 어렵게 느끼지 마시고, 동일한 내용을 현서 관점으로 다시 쓰시되, 현서 마음이 솔직하게 반영되도록 써 보세요.
<재고 + 첨삭 지도>
글쓴이: 박지선(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연구원,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새벽 5시 40분...) 휴대폰 알람 소리가 울린다. 엄마를 깨우는 소리다. (귀가 따갑다. 이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문 여는 소리, 화장실에서 씻는 소리, 가방 지퍼 여닫는 소리
,여러 소리가(가 익숙한 순서대로) 들린다. 아... 정말 재미있는 꿈이었는데...엄마가 낸 소리 때문에(엄마가 소리를 내는 바람에) 꿈에서 깨버렸다.꿈을 이어서 꾸고 싶어(꿈으로 다시 돌아가, 모험을 계속하고 싶어서) 이불 (속으)로 몸을 숨긴다. 조금 있으면 엄마가 나를깨울 텐데(깨우겠지만) 오늘따라 좀 더 자고 싶다. 에잇, 오늘은 엄마가 일어나라고 다섯 번 말할 때까지 버텨야지.
출근 준비가 끝난 모양이다. 엄마가 내 이름을 부르며 일어나라고 한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엄마가 이불을 걷어내더니 바지를 갈아입혀 준다. 네 번, 다섯 번. 엄마 쪽으로 손을 뻗는다. 나를 일으켜달라는 신호다. 엄마가 이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면 나는 절대 일어나지 않겠다. 엄마가 내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다시 팔을 뻗었다. 겉옷을 입혀달라는 신호다. 엄마가 알아채지 못한다. “입혀달라고~!” 소리 질러 시원하지만 살짝 후회도 된다. 신발 신고 나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졸립기도 하고, 춥기도 하고, 괜히 짜증이 난다. 엘리베이터 벽에 기대어 생각한다. 할머니 집에 가서 다시 잘까? 아니면 브레드 이발소를 볼까? 띵동. 지하 1층이다. 눈 감고 엄마 팔에 매달려 할머니 집으로 걸어간다.
<이재원, 2차 즉석 피드백>
_ 이재원: 본인께서 느끼시죠? 갑자기 글에 생기가 돌잖아요? 엄마가 아들에게 미안해 하는 마음이 느껴지지만, 유머러스하고 사랑스러운 감정도 들잖아요. 이 소재로 글을 쓰려면, 달면서도 짠 마음을 동시에 표현해야 합니다. 혹시, 아이가 몇 살이죠? (학년이?) 처음에 잠에서 깰 때 자주 표현하는 말이 있나요?
_ 박지선: 네, 3월부터 2학년입니다. 그리고 손을 뻗는 행동을 제일 많이 합니다. 그리고 ‘몇 시야?’ 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해요.
_ 이재원: 알겠습니다. ‘몇 시야?’ 이 어구를 제목으로 삼으면 딱 좋겠네요.
_ 박지선: 바쁘실텐데, 세심하게 살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 고르기도 그렇고, 오늘 글쓰기 과제도 그렇고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톡, 건드려 주시니, 정말 크게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재원, 공식 피드백>
1. 우와~ 아주 잘 쓰셨습니다. 시점을 바꾸니, 완전히 다른 글이 되었지요?
2. 사회복지사는 평소 잘 모르지만, 우리가 예민하게 더듬이를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가 돕는 클라이언트 목소리가 잊혀지거나 외면받습니다. 글을 쓰실 때 관찰자 눈으로만 쓰지 마시고, 때로는 클라이언트에게 빙의하시면 좋겠습니다.
3. 이 글 뒤편에 엄마가 아들에게 고백하는 사랑 이야기를 다정하게 덧붙여 쓰시면 어떨까요? 흐흐. 그렇다고 너무 오버하진 마시고, 박지선 샘 스타일로, 절절하게 애정고백을 해 보시죠.
<완성본>
제목: 몇 시야?
글쓴이; 박지선
첨삭 지도: 이재원
새벽 5시 40분... 휴대폰 알람 소리가 울린다. 엄마를 깨우는 소리다. 귀가 따갑다. 이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문 여는 소리, 화장실에서 씻는 소리, 가방 지퍼 여닫는 소리가 익숙한 순서대로(?) 들린다. 아... 정말 재미있는 꿈이었는데... 엄마가 소리를 내는 바람에 꿈에서 깨 버렸다. 꿈으로 다시 돌아가, 모험을 계속하고 싶어서 이불 속으로 몸을 숨긴다. 조금 있으면 엄마가 나를 또 깨우겠지만 오늘따라 좀 더 자고 싶다. 에잇, 오늘은 엄마가 일어나라고 다섯 번 말할 때까지 버텨야지.
출근 준비가 끝난 모양이다. 엄마가 내 이름을 부르며 일어나라고 한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엄마가 이불을 걷어내더니 바지를 갈아입혀 준다. 네 번, 다섯 번. 엄마 쪽으로 손을 뻗는다. 나를 일으켜달라는 신호다. 엄마가 이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면 나는 절대 일어나지 않겠다. 엄마가 내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다시 팔을 뻗었다. 겉옷을 입혀달라는 신호다. 엄마가 알아채지 못한다. “입혀달라고~!” 소리 질러 시원하지만 살짝 후회도 된다. 신발 신고 나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졸립기도 하고, 춥기도 하고, 괜히 짜증이 난다. 엘리베이터 벽에 기대어 생각한다. 할머니 집에 가서 다시 잘까? 아니면 브레드 이발소를 볼까? 띵동. 지하 1층이다. 눈 감고 엄마 팔에 매달려 할머니 집으로 걸어간다.(엄마가 말하지 못한 마음속 이야기) 동트지 않은 이른 새벽, 곤히 잠든 너를 깨울 때마다 많이 미안하다. 오늘도 조금만 더 늦게 깨웠으면 기분좋게 일어나 꿈 속에서 멋지게 악당을 물리치고 영웅이 된 이야기를 신나게 늘어놓았을 텐데, 네 단꿈을 방해하고 말았구나. 오늘 저녁엔 네가 제일 좋아하는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사 갈게. 아침에 못다 나눈 꿈 이야기를 듣고 싶구나.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박지선 연구원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박지선 연구원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실용 글쓰기 클래스 제 3기(화요일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본인 피드백>
처음에 과제를 받았을 때는, '시간 순서대로 두 단락을 만들어 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이재원 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대로 지켜야지, 이런 생각을 하고 쓰다 보니까 뭔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재원 선생님께서 '시점을 바꿔서 써 보라'고 말씀해 주신 한 마디 덕분에 제 글이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구나, 절감했습니다. 이 아이가 제 아들이지만 엄마로서 늘 대상으로만 바라봤거든요. 충분히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아이 마음을 충분히 느끼지는 못했거든요. 그런데 이재원 선생님 피드백을 받고 난 후에, 진짜로 아들 마음에 빙의해 보는 경험도 해 볼 수 있었어요. 평소에 선생님께서 글을 쓰는 가장 밑바탕은 생각하는 방법, 이라고 콕 찍어서 가르쳐 주셨는데, 이 과제를 하면서 바로 그 경험을 해 봤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동료 피드백>
A 선생님: 저는 정말로 박수를 쳐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쓰신 글과 나중에 쓰신 글을 보면, 시점이 달라지니까 글이 완전히 다르게 바뀌었잖아요. 그래서 저도 아이 마음에 감정이 이입이 되면서, 동시에 엄마 마음에도 이입이 되었어요. 박지선 선생님 쓰신 글과 이재원 선생님 피드백을 보면서, 아 이렇게 써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재원, 최종 피드백>
저는 사회복지사가 글에, 본인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윤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필자가 본문 내용에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가치를 부여하면 독자가 글을 읽을 때 부담스러워집니다. 따라서 글은 쉬우면서도 가볍게 써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다가가서 툭, 하고 내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독자가 내용을 가볍게 수용하고, 필자가 강조하는 가치(윤리)에도 자연스럽게 좀 더 관심을 갖게 됩니다.
박지선 연구원께서 쓰신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에 이 글에서 엄마가 아침마다 아이를 깨우면서 느끼는 복잡한 심정을, 다소 느끼한(?) 말로 썼다면 어떨까요? 그래도 엄마 심정이 독자에게 전달되겠습니다만, 박지선 연구원께서 쓰신 초고나 최종 완성본만큼 자연스럽게 독자 마음에 스며들진 않을 겁니다. 말하자면, 이 글은 미사여구가 적고 필자가 생활 중에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적어서 힘이 생겼습니다.
아울러, 필자가 동일한 소재를 두고 시점을 달리해서 쓰니, 정서적 파괴력이 훨씬 더 강력해졌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바쁜 일상을 유지하느라 아이를 떼어 놓는 엄마도 마음이 힘들지만, 역시 아이가 가장 힘듭니다. 이 아이의 목소리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가 목소리를 높이 낼 수 있는 마이크를 쥐어 주니, 원래도 썩 괜찮은 이야기가 또 다른 차원으로 발전하면서 승화됩니다. 모자가 매일 겪는 상황이 더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시점을 달리 해서 다시 써 보는 글쓰기 훈련법. 특별히, 해당 상황을 약자 시각에서 완전히 다르게 바라보는 글쓰기 훈련법. 이 훈련법은 사회복지사가 가치나 윤리를 평이하게 서술하는 방식을 가볍게 뛰어 넘어서 진정으로 깊은 수준에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글쓰기 훈련법입니다. 입으로 당사자 인권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선호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현실을, 다시 정직하게 비추는 거울입니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지식 공유하기(기타) >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회복지사가 쓴 묘사문 예시 (0) 2023.03.03 봄, 여름 그 사이 (0) 2023.03.03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샐러드 (0) 2023.03.01 '설명'을 가르치려고 '나의 아저씨'를 인용하시다니요 (0) 2023.02.27 엄마와 딸기 (0) 2023.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