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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 사람들이예요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3. 5. 13. 07:49728x90반응형
“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 사람들이예요.”
문자 그대로, '기가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과연, 내가 이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까? 학생을 설득하지 못하는 선생이라니... 학생 앞에 서서 기가 막힌 선생이라니... 자신이 없었다. 부끄러웠다. 당장 마이크를 내 던지고 그냥 강의장 밖으로 나가 버리고만 싶었다. 발은 이미 출입문을 향하고 있었지만, 손을 뻗어 억지로 막았다. '겨우 막았다'고 써야 할 듯하다.
얼마 전, 어떤 장소에서 어떤 사회복지 종사자 분들을 교육했다. '(클라이언트 감정에) 공감하는 방법'을 함께 나누는 자리로 기억한다. 허황된 뜬구름 잡는 소리나 비현실적인 윤리 이야기를 늘어 놓고 싶진 않아서 이렇게 조금 현실적으로 요청 드려 보았다: "지금까지 일하시면서 클라이언트에게 본인이 상처받았던 기억이 있다면 조금만 말씀해 주세요."
"저는 저 나름대로 그분을 위해 드리려고 편의를 봐 드렸는데, 제가 그 분을 잘라 버리는 줄 아셨는지, 지나치게 방어적으로/적대적으로 말씀하셔서 놀라고 몹시 서운했어요." 다들 대충 이런 사례 이야기를 말씀하셨다. 각각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선생이 해설을 해 드리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보십사 조심스럽게 요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분께서, '나는 거의 전면적으로 클라이언트를 믿을 수 없다'고 단언하신 순간, (엄청나게 시니컬한 목소리, 태도, 시선 때문에) 기가 막혀서 잠시 할 말을 잊었다. 다만 이렇게 질문 드렸다: "아니, 선생님. 선생님께서 정말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클라이언트 만나시는 일이 무척 괴롭게 느껴지실 텐데요, 어떻게 그 고통과 번민을 통제하세요?"
"그러니까, 그냥 월급 받으려고 일 해요."
아... 첫 답변(믿을 수 없다)을 듣고 놀랐는데, 두 번째 답변(도무지 믿을 수 없다)을 들으니 이젠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사연인가. 사회복지 분야 임금 체계가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매일 처리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고 복잡한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을 돕고 '그냥 월급이나 받기 위해서' 아침마다 무겁게 사무실 문을 여실꼬.'
휘유~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해 보았다. 내가 느낀 이 감정을 활용해 보자. 즉, 내가 저 분 말씀을 듣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떠올렸는지 솔직하게 구체적으로 말해 보자. 그리고 정말로 솔직하게 내가 예전에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꺼내서 펼쳐 보자. 어쨌든, 내가 이 강의실에서 뛰쳐 나가지 않았으니, 실제로 되든 안 되든 일단은 설득해 보자.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아까. 어떤 분께서 클라이언트를 전부 믿을 수 없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게 말씀하실 때는, 그분 나름대로 좋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저는 기가 막혔습니다. 어렵더라도 클라이언트 마음을 공감해 주자, 는 말씀을 드리려고 서울에서 두 시간 운전해서 내려왔는데, 어떻게 말해야 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실지 모르겠더라구요."
"여러분, '쓰레기집' 아시죠? 요즘 전국에서 이 '쓰레기집' 때문에 아주 난리입니다. 독거 어르신 집에 가면, 혹시나 이 분이 정신질환을 앓고 계시면 더 그런데요, 집 안에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는 거죠. 근데 요즘엔, 사회 전반적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나다 보니까, 젊은 분들 집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요. 그런데요, 저도 '쓰레기집'에서 살아 봤어요."
"제가 2014년에 이혼을 하고 나서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었습니다. 원하지 않는데, 이혼했거든요. 그래서 당시에 제가 30대 후반이었는데, 직장도 잃고 실업자 상태로 4, 5년을 살았어요. 가입했던 종신 보험 다 해약하고, 그냥 놀았습니다. 사지가 멀쩡한데, 아무 일도 할 수 없었고, 그냥 단칸방 침대에서 누워서 지냈어요. 그렇게 돈을 3천만원 까먹었슴다."
"아마, 제 부모님께서는 저를 보면서 안쓰럽게도 느끼셨겠지만 무척 한심하게 생각하셨을 겁니다. 한창 일해서 돈 벌 나이에, 집안에만 틀어박혀서 가족도 안 만나고 기약 없이 세월을 죽이니까요. 그렇게 백수로 몇 년을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 안에 쓰레기가 쌓였습니다. 집안 곳곳에서 냄새도 나고 창피하기도 했지만 혼자 사니가 그냥 뭉개곤 했어요."
"당시에 제가 2년 동안 부모님을 만나지 않았어요. 어머니께는 가끔씩 연락했지만, 아버지는... 아마도 저를 한심하게/창피하게 생각하실 것 같았고, 어릴 때부터 저에게 가혹하게 대하셨기 때문에 아무런 기대를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제가 잠깐 외출을 하고 온 사이에, 그 쓰레기가 가득 찬 부끄러운(!) 단칸방에 아버지께서 와 계시더라구요."
"아마도 어머니께서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 주신 듯했는데요. 음, 제가 아버지에게 어떻게 했을까요? 왜 허락도 없이 집에 들어오셨나고 소리 지르면서 화를 벌컥 내고, 아버지를 등 떠밀 듯, 좇아냈습니다. 이후에 이 일에 대해서는 한 번도 대화하지 않았지만, 아마 아버지께서는 당시에 제가 아버지를 엄청나게 거부한다고 느끼셨을 것 같아요. 정말로."
"맞아요. 제가 아버지를 거부했어요. 이 창피한 집에 왜 말씀도 없이 오셨는지, 화가 나고 답답했어요. 그런데 이거 아세요? 그때는 잘 몰랐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까, 마음 한편으로는 제가 아버지에게 고마워했더라구요. 아~ 그래도 아버지께서 아들을 잊지 않으셨구나.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오셔서 들여다 보셨구나!"
"우리가 돕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가난한 분들입니다. 경제적인 면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가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마디로, 어떤 면으로 보나 여유가 없는 분들입니다. 너무나도 물질주의적인 이 세상에서, 가난한 사람 마음은 어떨까요? 크게 위축되어 있을 겁니다. 그래서 비뚫어진 마음이랄까, 피해의식도 유달리 강할 수 있겠구요."
"하지만 이분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리 분별은 하십니다. 지금 본인 형편이 힘들고 슬프고 외롭고 괴롭기 때문에 우리가 선의로 드리는 말씀을 잘 듣지 않으시고(못하시고) 종종 완전히 비뚫어진 방식으로 오해도 하시겠지요. 하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이기 때문에, 다 느끼고 다 판단하십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에게 고마워 하신다고요."
"고마워 하는 마음이 아주 크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여러분을 밀어내고 거짓말하는 순간에도, 어느 구석에서는 여러분에게 고마워하고 계십니다. 겉으로는 거부하고 거절하고 배척하는 모습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속으로는 수용하고 신뢰하는 마음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께서는 두 마음 모두를 인정하고 발견하시면 좋겠어요."
여기까지 말하고 고개를 들어서 수강생 얼굴을 훑어 보았다. 고개를 끄덕이시는 분도 여럿 계셨고, 표정을 보니 뭔가 내 말에 설득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본인이 돕는 클라이언트 집단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씀하셨던 분 얼굴도 살폈다. 내심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는 표정을 지으셨다. 확신 속에서 믿을 수 없다고 말씀하셨던 순간 그 표정은 아니었다.
아, 이 정도면 만족. 내 생각에 전적으로 동조하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으니까. 그저, 조금 다르게 볼 수 있겠다 정도만이라도 설득되었다면, 만족하겠다는 마음이었으니까. 내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 당위적인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면 아마 이 정도까지 오지도 못했을 터. 내가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개방했기 때문에, 이 정도 지점까지라도 올 수 있었을 터.
솔직히, 나는 사회복지사가 실천 세팅이나 환경과 상관없이 클라이언트를 도우면서 엄청나게 상처를 많이 받는다고 느낀다. 상담 교육을 가서 만나는 사회복지사와 대화를 나누면서 저절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분들에게 '틀렸다'고 말하고 싶진 않았다. 다만, 사회복지사를 속이고 거부하는 클라이언트 속마음이 어떨지, 솔직하게 느끼도록 만들고 싶었다.
이럴 때 '내가 해결중심 공부하길 잘했구나' 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해결중심, 하면 '기적질문'을 떠올리겠지만, 나는 이 질문을 떠올린다: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실 때에는 그럴 만한 좋은 이유가 있겠지요. 괜찮으시다면, 그 이유를 저도 알 수 있을까요?" 클라이언트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하던 분도, 거짓말하는 클라이언트도 각자 좋은 이유가 있을 뿐이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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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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