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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뭔가 배배꼬인 사람들?!
    상담 공부방/공감, 수용, 진정성 강의 후기 2023. 5. 1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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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여름, 한국자활연수원에서 e-러닝 동영상 강의를 촬영했다. 내가 평소에 자주 강의하는 '마음을 여는 대화법'을 주제로, 지역 자활센터 실무자 현실에 맞춰서 열심히 준비했다. 여러 모로 부족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많은 분께서 내 강의를 좋게 봐 주셨다.

    그래서였는지, 2023년 한국자활연수원에서 더 좋은 기회를 허락해 주셨다. 충주에 위치한 연수원에서 거의 매달, 4박 5일간 열리는 신입실무자(1년 미만 근무자) 기본역량 향상교육 과정에서 한 꼭지(마음을 여는 대화법 심화)를 맡아서 강의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 과정에 오시는 신입 직원 분들은 e-러닝 과정을 통해서 내 강의를 이미 수강하신 분들이었다. 기본이 닦여 있는 분들이니 조금 더 심화된 내용을 마음껏 강의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헌데, (당연하게도) 실제로는 쉽지가 않았다.

    나는 정말로 열과 성의를 다 해서 강의하는데, 왠지 교육생들 표정이 시원치가 않았다. 결국 가르치는 일은 학생을 설득하는 일인데, 내가 설득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점점 강해졌다. "아... 이걸 어쩌나? 이 가라앉은 분위기 어쩔거야.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스럽게도, 방향을 바로잡을 기회가 생겼다. 이 과정을 담당하고 계신 반지혜 선생님과 회의를 하면서, 그동안 내가 펼쳤던 강의 내용을 냉정하게 평가해 보았다. 그래서 (거두절미하고) 내가 교육생 분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겠다고 결론내렸다.

    그래서 5기 교육부터는 내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시간을 조금씩 줄이고, 교육생이 발표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시작했다. 먼저, 그냥 여쭈어 보았다: "자활센터에서 일하시면서 상담이 어렵거나 힘들었던 경험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해 주세요" 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대다수 교육생께서 '참여자(자활 사업에 참여하는 클라이언트) 분들에게 상처받은 이야기'를 말씀해 주셨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나는 선의를 가지고 말하고 행동했는데, 그들은 나에게 무례하게 말하고 행동했다'였다.

    뭔가 배배꼬인 사람들?! 


    교육생 말씀을 쭉 들어보니, 자활사업에 참여하시는 클라이언트는 이런 분들이었다. 예컨대, 참여자께서 감당하셔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실무자가 며칠간 직접 도와 드렸는데, 해당 참여자는 고마워하시기는커녕, '나를 자르려고 이러냐?'며 적대적으로 말했다. 

    기가 막혔다. 내가 교육하는 자활센터 직원 분들은 선의를 가지고 돕고 있는 클라이언트에게 '(일상적으로) 무례한 일을 겪고 상처받은' 분들이셨다. 그러니 내가 교육하는 내용이 귀에 잘 안 들어올 수밖에. 상처를 주고 있는 사람을 좀 더 이해하라고 말했으니까.

    이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내가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은 무엇일까. 고민 끝에, 두 가지를 동시에 여쭈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1) 참여자에게 무례한 일을 당해서 상처받은 이야기. (2) 각자 '이미' 가지고 계신 대화 비법(이렇게 하니까 그나마 대화가 잘 되었다). 

    교육장 책상 위에 곱게 놓인 포스트 잇 두 장을 떼어내서, 이 두 가지 경험을 모두 쓰시도록 요청드렸다. 마이크를 드려서 직접 목소리를 들으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게 하면 꽤 부담스러워 하실 테니, 생각하시도록 요청하고 쓰시도록 유도해야겠다고 샢각했다. 

    시간을 조금 드리고 포스트 잇을 받아서, 대략 정리한 후에 하나씩 소리 내어 읽어 드렸다. 역시, 참여자가 보인 무례한 행동과 말 때문에 상처받았던 다양한 경험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소통이 어려워졌을 때) 대처하는 비결도 다양하게 적어 주셨다. 

    (다행스럽게도) 깜짝 놀랄 정도로 성숙한 답변이 많이 나왔다. 역시, 우리 자활 실무자 분들께서는, 그렇게 상처를 받으시면서도 성숙하게 대처하고 계셨다! 위 사진은 제 6기 교육생 분들께서 적어 내신 내용 중에서 가장 훌륭한 다섯 가지를 가려 뽑은 내용이다.

    1. 상대방이 하는 말을 있는 그대로 듣기 (판단하지 않기)
    2. 나도 부족한 점이 있고, 상대방도 나보다 훌륭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낮잡아 보거나 무의식적으로라도 무시하지 않으려고 함.
    3. (갈등이 있을 때) 한 쪽 이야기만 듣지 않고, 양쪽 입장에 서서 중재를 했을 때 좋았음.
    4. 일단 이야기를 모두 들어 주었다. 그 후에 질문으로 관심 있게 들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5. 사람은 그런 행동을 했을 만한 어떠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마지막 항목이 놀라웠다. 왜냐하면, 내가 교육에서 강조해서 전달하려고 헀던 핵심 메시지, 결론과 완벽하게 동일했기 때문이다. 부족한 선생이 일방적으로 가르치려고 했던 내용을 이미 학생이 알고 있었다. 그것도 대단히 넓고 깊게 소화한 수준으로.

    나는 감동받아서 이 다섯 가지 포스트 잇을 써 주신 분들께 사비를 털어서 별다방 아메리카노 커피를 선물로 쏴 드렸다. (대단한 선물은 아니었지만)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이렇게 내면이 따뜻하고 성숙한 분들이라면, 얼마나 현명하게 참여자를 대하실꼬. 

    앞으로 남은 기수 교육에서도 이 방식을 적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일방적으로 말하는 분량은 많이 줄이고, 조금 더 교육생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도록 더 고민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하여 좀 더 실질적으로 교육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덧붙임: 다섯 번째 포스트 잇을 내 주신 분께 여쭈었다. "이런 성숙한 생각은 어떻게 하신 건가요?" 그랬더니 이렇게 답하셨다. "제가 아이를 키우는데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보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면서 마음이 시끄러웠어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보이는 행동 뒤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내가 감탄하고 있는데, 이렇게 말을 덧붙이셨다: "그런데요... 이런 생각이 남편에게는 해당되지 않더라구요. 도저히 이해해 줄 수 없는 행동을 너무 많이 해요." (역시, '기대'가 문제다. 남편이 알아서 잘 해 주길 바라시니[너무 큰 기대를 하시니] 그런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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