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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거울 때 꽃이 핀다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6. 2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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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울 때 꽃이 핀다


    글쓴이: 이선영(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 대리,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봄 햇살이 찬란한 5월, 사방이 막힌 강의실에서 5시간을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자니 목이 턱, 하고 막혔다. 교육이 끝나고 덕수궁 돌담길로 한 걸음에 뛰어갔다. 그러다가 돌담길 아래 타 버린 연탄 속 예쁜 꽃 한 송이가 눈으로 들어왔다. ‘뜨거울 때 꽃이 핀다.’ 문득 그녀가 생각났다.


    나는 정신장애인 회복을 지원하는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도움을 드리고 싶어도 마음 문을 열지 않는 당사자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늘 고민했다. 그러다 최근 철옹성 같았던 그녀 집 문이 열렸다. 


    나: 선생님, 몇 일 동안 센터에 출근을 안 하셔서 걱정되어 전화드렸어요.
    그녀: ... (묵묵부답)
    나: 걱정되어서 가정방문을 가려고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그녀: ... (묵묵부답)
    나: 네 선생님, 오늘은 오지 말라는 말씀이 없으시네요. 그럼 5시경에 집으로 찾아뵈어도 될까요?
    그녀: ... (묵묵부답)
    나: 오늘은 안 된다고 말씀하지 않으셔서 찾아뵙겠습니다.
    그녀: ... 뚜뚜뚜.


    그녀가 3일 이상 기관에 오지 않으면 잘 지내고 계신지 꼭 전화를 드렸다. 센터에 오시면 버선발로 나가 반갑게 맞이하며 인사드렸고, 더울 때는 에어컨이 나오는 자리로 앉으시도록 의자를 마련하고 시원한 물도 떠다 드렸다. 그리고 여행을 가지 않는 그녀를 위해 회원과 다녀온 춘천여행 이야기를 해드렸고, 추운 날에는 예쁜 컵에 따뜻한 차를 드렸다. 생필품이 생기면 가지런히 종이가방 넣었다가 말없이 그녀에게 전달했다. 지난 10년 동안 뜨거운 마음으로 답이 없는 그녀를 만났고 드디어 집 문이 털컹하고 열렸다. 


    뜨거울 때 꽃은 핀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이선영 대리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이선영 대리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심화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글쓴이 피드백> 

     

    (1) 글을 쓰면서 느낀 점

     

    _ 기본과정 첫 과제 때는 글쓰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백지상태라 생각나는 대로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심화 과정에서 과제를 하려고 생각하니 그동안 배운 글 구조, 도입, 상술, 예시 등 배웠던 내용이 떠올라서 마냥 신기했습니다. ('이재원 효과'라고 칭할 만한 합니다!)
    _ 사진 찍는 동시에 글감이 떠올랐는데, 글이 포화하는데는 쓰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때 이정미 원장님 글을 공유해 주셔서 참고하며 글을 썼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선배와 동료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감사했습니다.
    _ 글을 쓰면서 지난 시간 '그녀'를 만나온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녀에게 나는 어떤 사회복지사로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글을 쓰며 위로 받고 치유받았습니다. 

     

    (2) 첨삭 지도를 받으면서 느낀 점

     

    처음에는 긴 글을 제출했고, 분량을 줄이라고 피드백을 주셔서, 조금 더 생각하면서 짧은 버전을 썼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나중에 쓴 짧은 버전에 긴 버전 속 대화록을 넣게 되었습니다. 짧은 버전을 기반으로 삼으니 글에 탄력이 생겼고, 여기에 대화록을 넣으니 생동감이 강해졌습니다. 무엇보다 빨간펜이 줄어들어서 제 글솜씨가 나아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니다. 하지만 '적의것들'이 좀비처럼 살아나서 더 주의하며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사회복지사는 경험이 많습니다. 그래서 글쓰기를 조금 쉽게 생각합니다. 떠오르는 생각을 그냥 적으면 된다고들 생각합니다. 그 결과로, 글이 구구절절 길어집니다. 온갖 이야기가 다 나옵니다. 독자는 핵심 주제를 파악하지 못해 헤맵니다. 필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습니다. 


    글은 생각을 쭉 늘어놓은 자연스러운 결과물이 아닙니다. 글은 정교하게 자른 후에 이어 붙인 모자이크 편집물입니다. 글을 쓰려면 재료부터 구해야 합니다. 글 재료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엔 생각을 보기좋게 다듬고 정리부터 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비로소 이어붙일 수 있습니다. 


    이선영 선생님 글발이 아주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번에 쓰신 글은 거의 고칠 곳이 안 보였습니다. 그만큼 잘 쓰셨습니다. 예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저는 이선영 선생님께서 어떤 글을 쓰기 전에 글감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하고 정리하는 방법을 배우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연탄에 꽂힌 꽃 사진을 찍으셨을 때부터, 그 꽃과 당신께서 어느 정신장애인을 도우신 사연을 연결지으시고, 실제로 글로 옮기실 때까지,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셨을지 행간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하셨기 때문에 이 글이 아름답고 우아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제 생각이 맞다는 사실을 당당히 증명해 주셔서요. '생각나는 대로' 쓰지 않고, '충분히 생각하고' 쓰면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셔서요. 저는 이선영 선생님께서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쓰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지금처럼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신다면요. 


    <설명 단락을 쉽게 쓰기 위한 만능 공식> 

     

    글쓰기 만능 공식

    '글쓰기 만능 공식'이라, 제목이 너무 거창한가? 물론, 배경을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먼저, 여기에서 말하는 ‘글’은 문학적인 글이 아니라 실용적인 글(설명문, 논증문)을 지칭한다. 원래는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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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내가 가르친 뛰어난 사회사업가께서 들려 주신 이야기: "제가 돕는 청소년이 너무 기특한 행동을 하기에, 저나 제 동료들이나 아주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되었어요. '우와~ 너 어떻게 이렇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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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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