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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것은 담배가 있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7. 13. 06:48728x90반응형
추락하는 것은 담배가 있다
글쓴이: 강진구 (인천종합사회복지관 사례관리팀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땀이 흐른다. 이 땀은 더워서 흐르는 땀일까? 아니면 민망해서 흐르는 땀일까? 땀을 닦기 위해 양손으로 들고 있던 피켓을 한손으로 들고 고개를 들었다. 피켓에 적힌 문구가 보인다. '추락하는 것은 담배가 있다' 아! 얼마 전 열린 교내 금연 표어 공모전에 내가 제출해서 우수상으로 입상한 표어다. 선생님이 의무적으로 표어를 내라길래 이문열 작가가 집필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 를 응용해서 냈더니 당선이 되었다. 그런데 나는 왜 이 피켓을 들고 교내 화장실 앞에 서 있을까?나는 담배를 고등학생 때 배웠다. 46살이 된 지금 담배를 끊은지 13년이 되었지만 고등학생부터 십수년간 담배를 피웠다. 당시 내가 다니던 학교는 화장실이 교실 건물에 없고 외부에 독립 건물로 있어 몰래 숨어서 피우기 좋은 환경이었다. 물론 가끔 선생님께 걸려서 호되게 혼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학교에서 담배를 빌리러 나에게 왔다. 그날은 느낌이 좋지 않아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기로 해서 담배가 없었고 가방에 굴러다니던 라이터만 있어 친구에게 말했다. "나 라이터 밖에 없어." 그러자 다른 친구에 담배를 빌린 친구는 나에게 와서 말했다 "그럼 라이터라도 빌려줘."
20분쯤 지났을까? 교실 앞문이 드르륵, 열리고 다른 반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 야! 강진구! 너 학생주임실로 오래" '왜 나를 부르지?' 당시 학생주임실은 안기부와 같았다. ‘끌려가면 없던 죄도 생기는’ 안기부처럼 학생주임실도 무척 공포스러웠다. 마음에 걸리는 이유가 있었지만 애써 외면하며 학생주임실로 향했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학생주임실 문을 열기전 부터 학생주임 선생님 목소리가 들린다. "엎드려" 빵! 빵! 빵! "아악" 비명 소리가 들린다. 그렇다. 학생주임 선생님이 학생들 엉덩이 때리는 소리다. 부들거리는 손을 부여 잡고 학생주임실 문을 열었다.
문을 열기전 예상했던 그림이 눈에 보인다. 몇 명은 엎드리고 있고 몇 명은 무릎 꿇고 손을 들고 있다. 무릎을 꿇고 있던 어느 친구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친구는 잘못을 저지른 강아지 마냥 내 눈을 피하며 시선을 바닥으로 떨군다. 바로 나에게 라이터를 빌린 친구다. 방금 전 학생주임실로 오면서 애써 외면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설마 라이터를 빌려준 친구를 불었다고?' 짧게 원망이 담긴 눈초리를 보내는 순간, 선생님이 나를 부른다 "야 너가 강진구야? 라이터 빌려준 놈 맞지?" 순간 거짓말을 하고 싶었지만 ‘카리스마 1급 자격증이 있지 않을까?’ 의심스러운 선생님이 보내는 눈빛에 눌려 대답했다. "네? 아... 네..."
학생주임 선생님이 꿀밤 한 대를 때리시더니 말씀하신다. "야, 넌 저 피켓 들고 화장실 앞에 나가 1시간 서 있어." 난 담배도 피지 않고 고작(?) 라이터만 빌려줬을 뿐인데 벌을 서야 한다. 아픈 머리통을 쓰다듬으며 여러 피켓 중 하나를 골라 화장실 건물 앞에 가서 피켓을 들었다. 하필 그날은 엄청 더운 한여름 이었다. 5분도 되지 않아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친구들이 지나가면서 피켓을 들고 있는 나를 보며 놀린다. 땀을 닦으려고 고개를 드니 이제야 피켓에 적혀 있는 문구가 보인다. '추락하는 것음 담배가 있다' '아! 내가 만든 표어네.'
아이러니한 이 상황은 교내 금연 표어 공모전을 기획한 사람이 생각한 큰 그림 이었을까? 모든 일은 다 예정되어 있었을까? 내가 학교에서 담배를 피워서 신께서 벌을 내리셨나? 별별 생각이 다 든다. 나는 친구에게 라이터를 빌려준 죄로 내가 만든 표어를 들고 벌을 선다. 시계를 보니 겨우 10분이 지났다. 무더위 속에서 50분 더 벌을 서야 한다. 땀이 흐른다. 아니, 이제 민망함이 흐른다.
담배연기에는 발암성 물질인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이 들어있습니다. 금연상담전화 1544-9030.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강진구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강진구 선생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 클래스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남희은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글쓴이 피드백>
(1) 글을 쓰면서 느낀 소감
이재원 선생님께서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당황스러웠던/민망했던 경험’을 글감 주제로 내주셨을 때 근래 들어 ‘그런 일이 있었나?’ 많이 고민했습니다. 저는 그런 감정을 잘 느끼지 않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는데 27년 전 고등학교 시절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그럴 듯한 소재를 찾았지만 듬성듬성 기억나는 그 시절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했습니다. 글에서 다룬 이야기는 졸업 후 가끔씩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면 안주삼아 나누었지만, 너무 많이 이야기한 기억이라서 이제는 잘 꺼내지 않거든요. 그래도 머리에 남아 있는 기억 조각을 하나씩 발굴(?)하고 그때 느꼈던 감정을 정리해서 한 단락씩 쌓았더니 근사한 이야기로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46세 강진구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가 19세 강진구를 만나는 느낌이 들어서 신기하고 행복했습니다.
(2) 첨삭 지도 받으면서 느낀 소감이재원 선생님께서 베푸시는 글쓰기 교육을 들으면서 ‘글쓰기는 운동과 같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쓰기와 운동은 이런 공통점이 있지요: 하나, 한동안 쉬면 실력이 떨어진다. 둘, 무리하면 오히려 탈이 난다. 셋, 매일 하면 실력이 조금씩 는다. 넷, 실력이 나아진 듯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다섯, 하지만 노력하면 반드시 실력이 는다.
1회차 강의를 들었을 때 '과연 내 글쓰기 실력이 늘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글발이 아주 좋아졌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열심히 쓰고 연습하면 나아질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특히, 이번 과제를 수행하면서 소재에 맞춰 단락별로 핵심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 후 글을 쓰니, 삼천포로 빠지지 않으면서도 내용 전개가 쉬웠고, 이전 과제보다 작성하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짝짝짝! 우와~ 아주 재미있게 잘 쓰셨습니다! 독자가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전체 이야기 중에서 제일 흥미로운 장면에서 시작해서, 시간 순서에 따라 자세하게 사연을 기록하셨네요(수업시간에 배운 C-A-B-D 구조!). 이 상황에서 떠올리신 여러 생각과 온갖 감정을, 본문 안에서 자연스럽게 정리내 내셨고요. 한 마디로, 아주 훌륭한 서사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소재도 무척 좋았습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 자체는 대단히 특수한 경험을 다루고 있지만, 무서운 학생주임 선생님이 등장하는 학창 시절을 경험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성을 표현하셨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야말로, '모르는 사람의 아는 이야기'입니다. 독자는 강진구 선생님을 잘 모르지만, 학창 시절은 아주 잘 알거든요.
무엇보다도, 강진구 선생님만의 강점과 개성을 글 전반에 걸쳐서 자연스럽게 표현하셔서 좋았습니다. 강진구 선생님께서는 우리 클래스에서 '이수근'을 담당하시죠. 이수근은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함부로 남을 깔아 뭉개지 않으면서도, 가볍고 유쾌하게 개그를 치는데, 강진구 선생님 개그가 딱 이수근 스타일이잖아요. 따뜻한 유머를 잘 풀어 내셨습니다.
결국, 우리는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글을 씁니다. '자연스러운 웃음'이야말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강진구 선생님께서는 이렇게나 훌륭한 도구를 품고 계시니, 대단히 유리하십니다. 웃음 도끼를 내버려 두지 마시고, 날을 계속 갈아서 벌목할 때 계속 쓰시지요. 강진구 선생님만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계속 글을 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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