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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 만이라도 줄여봅시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7. 13. 11:18728x90반응형
이재원의 '한국어 문장, 이렇게 쓰면 곱게 쓴다'
'건' 만이라도 줄여봅시다
한국어에서는 단어 위치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문법적 의미를 담는 조사나 어미가 발달해서 명사든 동사/형용사든 위치와 상관없이 뜻이 통한다. 예컨대, '나는 너를 사랑해'나 '너를 나는 사랑해'나 '사랑해 나는 너를'이나 뜻은 같다. 하지만 영어는 다르다. 영문법에서 단어 위치는 문장 구성 요소로 등록되어 있진 않지만, 문장 구성 요소처럼 기능하고, 어쩌면 '주어'나 '동사' 같은 문장 구성요소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예컨대, 'I love you'에서 단어 위치를 바꿔서 'You love me'라고 쓰면, 뜻이 완전히 달라진다.
영어에서 어떤 단어(구)를 강조하려면 어떻게 할까?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공식처럼 굳어진 관용구가 있다. 바로 'It is A(명사) that ...' 구문이다. 어떤 단어(명사)라도 A 자리에 넣으면, '...한 것은 바로 A(명사)다'라는 뜻을 덧붙이면서 강조할 수 있다. 아, 잠깐만. 우리가 습관처럼 많이 사용하는 어구가 방금 휙, 하고 지나갔다. '... 건 (바로) A이다' 구문이다. 보통, '...'에는 문장이 오고, 원래 이 문장을 구성했던 요소 중 일부(명사)를 '건' 뒤로 뺀다. 그러면 쉽게(다소 기계적으로) 그 요소(명사)를 강조할 수 있다.
그런데 (1) 문장 마지막에 나오는 어미 '-이다'가 문제가 된다. '-이다'를 사용하는 순간, 문장이 매번 단조로워진다. 문장 안에 어떤 술어(동사/형용사)가 다채롭게 와도 문장 마지막 대목에선 '-이다'로 끝난다. (2) 아울러 '...건'도 문제가 된다. '... 건'은 영문법에서 왔다. 즉, 'to 부정사 명사적 용법'이나 '동명사'다. to 부정사와 동명사는 원래 동사였다. 그런데 영어에서는 굳이 명사로 바꿔서 쓴다. 왜? 영어에서는 명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어는 동사가 발달했기에 굳이 동사를 명사로 바꿀 필요가 없다.
드디어, 핵심에 도달했다. '~한 것은(건) 바로 A(명사)다'에서 '-이다'와 '~한 것은(건)'을 빼야만 한다. 전혀 한국어답지 않은 번역투 문형이기 때문이다. 한국어에서는 '-이다'를 사용해서 단조롭게 명사문을 쓰지 않는다. 다채로운 동사를 경쾌하게 살려 쓴다. 그렇다면, 우리가 글을 쓰면서 어떤 어구를 강조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사인 '바로'만 살려 쓰면 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써야 할까? 문법적인 설명은 이만 줄이고, '... 건 바로 A이다-를 고쳐서 자연스럽게 바꾼 예문을 다양하게 제시해 보겠다.
<사례>
(목적어 강조)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건, 바로 너야.
나는 바로 너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어 강조)
너를 사랑하는 건, 바로 나야.
바로 내가 너를 사랑해.
(보어 강조)
내가 된 건, 바로 군인이야.
나는 바로 군인이 되었어.
(장소 강조)
내 마음이 편해지는 건, 바로 이곳이야.
나는 바로 이곳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
(이유 강조)
내가 그렇게까지 찾아헤맨 이유는, 바로 너 때문이야.
나는 바로 너 때문에 그렇게까지 찾아헤맸어.
<설명 단락을 쉽게 쓰기 위한 만능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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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지식 공유하기(기타) >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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