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생일파티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7. 15. 07:41728x90반응형
낯선 생일파티
글쓴이: 이정미(한국여성의집 원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한국여성의집에서는 입소자 생일이 돌아오면 생일파티를 연다. 매월 여러 명 생일을 한 번에 몰아서 축하하지 않고 한 명씩 그 사람 생일에 지극히 개별적으로 생일파티를 연다. 그래서 미역국만 끓이지 않고 생일을 맞이한 주인공에게 어떤 반찬이 먹고 싶은지 물어서 정확하게 그 반찬을 준비하고 특별식으로 치킨이나 피자까지 주문한다 이렇게 풍성하게 생일상을 차리고 나면 모든 식구가 둘러 앉아 케이크에 초를 꽂고 축하송도 부르며 제대로 생일파티를 한다.
그런데 한 친구가 자신은 우리집에서 열어주는 생일 파티가 형식적이어서 안 하겠다고 말했다. 담당선생님이 난감해 하기에 내가 그 친구를 만나 이유를 물어보았다.
나 : 왜 생일파티를 안 하려고 해?
친구 : 그냥이요.
나 : 음... 네가 태어난 것 자체가 싫구나? 태어난 것도 싫은데, 파티는 왜 하나 싶어?
친구 : ... (말없이 눈물만 뚝뚝 흘린다.)
나 : 우리는 OO가 태어나서 우리와 만난 일이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좋은데... 태어나지 않았으면 우리는 못 만났을 테니까. 그러니 우리 축하를 받아줄래?
친구 : 네...
담당자는 입소자가 생일파티 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나서 케이크를 주문하고 주인공에게 데코 장식, 특별 간식 물어보고 주문하면서 하루 종일 정성껏 준비했다. 생일파티가 끝나자 생일 주인공이 나에게 와서 ‘기분이 이상하다’, ‘신난다’, ‘고맙다’고 말하며 같이 생활하는 언니가 생일선물을 줬다고 자랑한다.
한국여성의집에서 생활하는 친구들은 대체로 태어났을 때부터 축하받지 못했고 학대를 받으며 자라서 서른이 훌쩍 넘은 사람도 우리집에 와서 처음 생일상을 받아 봤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기가 주인공이 되는 생일 파티를 몹시도 낯설어하고 부끄러워한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 정성스럽게 생일파티를 준비한다. 전 직원들과 식구들이 예쁘게 축하편지를 써서 주고 포토존도 만들어서 모두 함께 사진도 찍는다. 우리는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축하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이정미 원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이정미 원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심화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글쓴이 피드백>
(1) 글을 쓰면서 느낀 점
이번 주는 정말 바빴고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 결국 제출 기한이 지나 새벽이 되어서야, 예전에 글감으로 메모해 놓았던 내용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구조만 맞춰서 쓰고 퇴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제출했다. 일을 하면서 감동받은 일, 퇴근할 때 잔상에 남는 일을 메모해 놓으면 좋겠다 싶어서 최근 들어 가끔 메모를 해둔다. 그 중 하나를 골라 급하게 써서 제출했다.
(2) 첨삭 지도를 받으며 느낀 점내가 쓴 문장이 거칠다고 느꼈는데, 역시 빨간 펜으로 수정해 주신 부분이 많았다. 그래도 이재원 선생님께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고, 감동받으셨다는 피드백도 주셨다. 덕분에 좀 더 자신감있게 글을 쓴다. 화려한 미사여구를 사용하고 싶지만, 억지로 안 되는 부분을 연습하기보다는 내 강점(담담하고 진솔한 문체)을 유지하면서 문장력을 키워야곘다. 대화록을 작성할 때, 실제로는 좀 더 많이 대화했는데, 오래되어서 생각나는 부분만 쓰고 다소 걱정했는데, 다 쓸 필요는 없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아주 잘 쓰셨습니다!
이번 글은 글 자체로도 무척 좋습니다만, 글쓴이가 품은 관점과 태도가 훨씬 더 좋습니다. 두 가지 지점에서 무척 인상적입니다. 첫째, 작은 행사도 개별적으로 열어 주려는 태도. 생일은 당연히 개인이 개인적으로 축하받아야 할 날이지요. 누구라도 자기 생일 파티를 다른 사람과 함께(집단적으로) 연다면 속상하고 서운하겠지요. 한여 직원 분들이 생일 파티를 외적인 행사로 여기지 않으시고, 핵심 의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여셔서 무척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아마 원장님을 아는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하겠지만) 마치 무당처럼(?!) 당사자 마음을 꿰뚫어 보시는 통찰력. 우리가 훌륭한 원조전문가가 되려면, 어떤 상황에서든지 '너머'를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입소자가 우리 말을 안 듣고 고집을 피우는 상황'에서 그 너머를 보시고 적절하게 개입하셔서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수십년간 쌓인 경험을 고민 속에 소화하셨기 때문에 이런 날카로운 통찰력을 갖추셨겠지요.
피드백 드리기 위해서 여러 번 고쳐 읽었는데, 매번 눈물이 났습니다. 이정미 원장님 문체가 담담하면서도 진솔해서 오히려 더 감동하는 듯합니다. 맞습니다. 독자는 화려한 수사법만으로 감동하지 않습니다. 소재와 주제에 걸맞는 표현을 적절하게 구사해야 합니다. 이정미 원장님께서 소재와 주제에 딱 맞도록 진실되게 표현하셔서 독자가 감동받습니다. 해당 상황을 마음 속에 그려 보며 풍부하게 감정을 이입합니다.
덧붙임: 시간에 쫓겨서 쓰셔서 그런지 문장이 아주 부드럽지는 않았고, 문장과 문장 사이 연결도 다소 뻑뻑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글 자체 힘이 좋아서 큰 문제는 아닙니다. 과히 신경쓰지 마세요. 그리고 중간에 대화록이 들어가니 정서적 파괴력이 더욱 커졌습니다. 잘 선택하셨습니다.
<설명 단락을 쉽게 쓰기 위한 만능 공식>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지식 공유하기(기타) >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머니도 이쁘게 해 줄게요 (0) 2023.07.17 응, 얼굴이 됐어! (보고 싶은 얼굴) (0) 2023.07.16 '건' 만이라도 줄여봅시다 (0) 2023.07.13 '-이다' 만이라도 줄여봅시다(실용편) (0) 2023.07.13 추락하는 것은 담배가 있다 (0) 2023.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