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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한 두 줄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7. 21. 22:49728x90반응형
살벌한 두 줄
글쓴이: 송부연(서운장애인주간보호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이제 완전히 끝!!” 마지막 남은 모유 저장팩을 냉동실에 넣으며 해방감을 만끽했다. “나 이제 술도 먹고 매운 것도 막 먹을 거야! 1년 동안 너무 고생했잖아.” 아이를 품고 있을 때보다 모유수유가 훨씬 힘들었다. 아이 울음소리에 젖이 돌면 전기에 감전되는 느낌이었고, 불은 젖을 빨리 짜지 않으면 가슴이 딱딱해졌다. 그런데도 모유 수유를 계속했다. 냉동실에 한가득 자리 잡은 '모유 저장팩(짜낸 모유를 담는 팩)'을 보면 곳간이 꽉 찬 듯 마음이 든든했다. 묘한 성취감이 느껴졌달까.
가장 먼저 쏘맥을 먹고 싶었다. 식도를 넘어가는 그 짜릿한 맛! 어떤 음료로도 대체 불가다. 이 순간부터 ‘회식다운(?)’ 회식을 즐겼고, 야식다운 야식을 먹었다. 모유 수유로 빠졌던 살은 하루가 다르게 불어갔다. 그렇게 흥청이 망청이처럼 산지 백일이 지나던 무렵, 그날도 대학원 동문회 모임으로 '맥주 파뤼'에 참석했다.
파뤼가 끝나고 취한 채로 집에 오는데 왠일인지 약국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보통 이 시간에는 약국이 닫는데 저기 왜 열었지?” 무엇에 홀린 듯 약국으로 들어가 임신테스트기를 샀다. 사실, 술잔을 들며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며칠 전부터 쌔한 느낌이 들었다. 집에 와 임신테스트기로 소변 검사를 했고, 한밤중에 남편 이름을 불러 제꼈다. “야! 안OO!!!” 내 눈앞에 살벌한 두 줄이 보였다.
그렇게 꿈만 같은 음주 생활이 3개월 만에 끝났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송부연 센터장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송부연 센터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심화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글쓴이 피드백>
(1) 글을 쓰면서 느낀 점
(이재원 선생님께서 제안하신 세 가지 주제 중에서) '살면서 가장 당황했던 일' 일을 소재로 삼아 글을 쓰게 되었다. 지난 내 삶을 돌아보니 특별히 당황했던 순간은 없었다. 아니지, 없었다기 보다 잊었다고 말해야 맞겠다. 나는 가슴을 특별히 후벼 팠던 일이 아니면 잘 기억하지 못한다. 덕분에 오늘을 살아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생을 살면서 남편 이름을 (성까지 붙여서) 큰 소리로 불러본 적이 거의 없다. 아마도 둘째 임신 사실을 깨달았던 순간에 가장 크게 불렀던 듯하다. 무척 당황했고 앞으로 내 삶이 어떻게 변할지 눈에 그려졌다. 그렇게 내 화려한 휴가가 끝났다.2. 첨삭 지도를 받으며 느낀 점
기본과정을 포함하여 4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숙제검사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처음 받는 느낌으로 긴장된다. 글은 만지면 만질수록 단단해지고 깊어진다. 이번에도 내 글이 이재원 선생님 덕분에 단단하고 깊어졌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지난 번에 울컥, 하는 글을 쓰시더니, 이번에는 완전히 반대로 가셨네요. 읽으면서 많이 웃었습니다. (송부연 선생님께서 느끼셨을 당황스러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저서, 충분히 마음 편하게 웃지는 못했습니다만.) 아, 그리고 예전에 이런 말씀도 해 주셨잖아요? '아이를 키우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웃은 적이 많다.' 엄마로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오신 삶에 경의를 표합니다.
두 단락에 딱 맞는 글감을 포착, 선택, 가공, 퇴고하신 능력을 크게 인정합니다. 무엇보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너무 부족하지도 않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실력이 대단합니다. ‘적절하게 포화된 글’이 무엇인지 유감없이 보여주셨어요. 이 글을 모델 삼아 써도 될 정도로 완벽합니다.
<설명 단락을 쉽게 쓰기 위한 만능 공식>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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