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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는 내 호구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7. 2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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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년 전에 찍은 웨딩 사진, 뭐가 좋은지 우리 둘 다 환하게 웃고 있다)

    제목: 너는 내 호구

     

    글쓴이: 이정화 (주안노인문화센터 사회복지사, 2023)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16년 전, 남편을 만난지 3개월 만에 임신했다. 부랴부랴 서둘렀지만 임신 6개월차에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그래서 신혼 생활동안은 태교와 출산 준비로 설레는 긴장감을 안고 지냈다.

     

    임신 9개월차에 접어든 어느날이었다. 그날 밤도 우리는 서로 껴안고 잠들었다. 그런데 문득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 침대에서 잠들었는데, 흙바닥에 누워있고 나무가 나를 누르는 느낌이었다. 불을 켜고 침대를 살펴보니 남편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그리고 몸에서는 모든 압력을 밀어내는 듯한 소리를 냈다. ‘발작이다.’ 나는 깜짝 놀라 숨이 막혔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하지만 남편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약국에서 근무할 때 발작환자를 봤던 경험이 떠올라 그때처럼 행동하기로 했다. 잠옷 단추를 몇 개 풀어주고 기다렸다. 발작이 잠시 소강될 때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혀가 물리지 않도록 손수건을 물려주었다. 그리고 119가 생각나 전화를 거는데 숫자 세 개 누르는 게 처음으로 힘들었다. 119에 신고하자 응급대원이 5분 후에 도착할거란 안내를 받았다. 나는 평소보다 빨라진 내 호흡에서 두려움을 느꼈다.

     

    응급대원이 집에 도착하자 다행히도 발작이 멈추었다.

     

    (응급대원) “환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남편은 응급대원을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대답을 못했다. 이상해서 남편과 눈을 맞추며 말했다.

     

    (나) “여보, 나 누구야? 내 이름이 뭐야?”

     

    남편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여느 때와 달랐다. 마치 홀로 남겨진 야생동물이 포획되지 않으려 주변을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여기서 더 나를 두렵게 만들지 마.’

     

    (응급대원) “뇌전증 현상으로 보입니다. 알고 계십니까?”

    (나) “......아니요.”

     

    대답하고 나니 나 스스로 더 두려워졌다. 응급대원은 임신부인 나도 걱정이 된다는 표정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남편이 보인 증상이 대발작으로 보이며,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돌아오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물론, 그렇다고 걱정이 사라지진 않았다) 경련이 오면서 타액과 소변이 분비되었으니 이부자리와 옷을 교체해주고 집에서 상황을 지켜봐도 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응급실 이송하기보다는 컨디션이 돌아오도록 기다리고, 추후 신경과 진료를 받아보라 권했다. 나는 그 순간 남편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랐다는 사실이 창피하고 두려우면서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사기 결혼인가?’

     

    그 순간 남편이 나를 불렀다. “정화야 나 머리 아파.” 기억이 돌아왔다. 나는 응급대원 허락하에 남편에게 두통약을 먹였다. 응급실 이송을 취소하자 응급대원이 돌아갔다. 다시 남편과 둘만 남게 되니 마음이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다음 날 남편에게 지난 밤 있었던 일을 알려주었다. 남편은 자다가 일어났는데 응급대원과 임신부가 보였다고 말했다. (응급대원은 여자였다) 두 여자 중에 임신한 여자가 더 예뻐보였다고 했다. ‘헐~ 그 와중에 나를 더 예쁘게 봐 줬으니 칭찬해줘야 하나?’ 그 후에는 머리를 부시고 싶을 정도로 두통이 왔다고 말했다. 남편 말을 들어보니 이 사람도 두려웠을 듯하여 안쓰러웠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나) “여보 잘 들어. 당신 아파도 나 당신 안 버릴게. 한국에서 최고 의사 예약해서 당신 병 고쳐줄게. 단, 당신은 앞으로 내 호구로 살아. 내 덕에 생명줄 연장한 거야. 알았지? 호구야.

     

    내가 씽긋 웃어보이자 나에게 말한다.

     

    (남편) “난, 아무 기억이 안 나.”

     

    (2022년에 찍은 커플 사진. 나와 내 호구(?)는 건강하고 즐겁게 잘 산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이정화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이정화 선생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남희은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글쓴이 피드백> 

     

    (1) 글을 쓰면서 느낀 소감 

     

    지금까지 살면서 세 번 정도 크게 놀라고 당황했다. 그 중에서도 남편이 아픈 이야기를 소재로 꺼냈다. 처음에 알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15년이나 지났는데, 완치가 안 되어서 남편은 여전히 약을 복용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픈 모습을 보면서 나는 여전히 아쉽고 안타깝다. 남편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남편아, 조금 아프더라도 잘 견디고, 앞으로도 건강 살피면서 재미있게 살자."

     
    (2) 첨삭 지도 받으면서 느낀 소감 

     

    우리는 글을 쓸 때, '말하다'는 뜻으로 '하다' 동사를 자주 사용한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원래 동사인 '말하다'로 복원해서 쓰면 뜻도 좀 더 잘 통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고 가르쳐 주셨다. 앞으로는 그렇게 써야겠다. 그리고 의미 없이 반복하는 군더더기를 더 줄이라고 말씀하셨다. 앞으로는 글을 쓰고 난 후에, 좀 더 꼼꼼하게 다시 읽고 퇴고해야겠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이정화 선생님 덕분에, 저는 회전목마 클래스 참여하는 동안 늘 즐거웠습니다. 언제나 중론과는 다른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놓으셨고, 톡톡 튀는 개성을 유머러스하게 글로 표현해 주셔서 많이 웃었습니다. 이정화 선생님 내면에 끓고 있는 유쾌한 끼를 보면, 사회복지사가 아니라 연예인이나 예술가가 되셨다면 좋았겠다 싶기도 합니다. 

     

    제가 수업시간에 늘 말씀 드렸듯이, 이정화 선생님은 '글발'이 있습니다.  문장이 경쾌하고 내용이 꽉 차 있습니다. 소재도 잘 포착하시고, 주제도 뚜렷하게 세우십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이 흉내내기 힘든 개성이 있어서 좋습니다. 한 마디로, '이미 재능이 많은' 글쟁이 후보이십니다. 반복하는 군더더기는 줄이시고, 주제와 관련된 내용은 좀 더 풍성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좀 더 익히신다면, 글쟁이로 대성하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이정화 선생님께서 쓰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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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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