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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구에 미친 사회복지사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7. 29.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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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야구에 미친 사회복지사

     

    글쓴이: 장동해(세화종합사회복지관 팀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나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보다 특별하게 잘하는 게 없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용하고 존재감 없는 아이, 별다른 특징도 없고 나대지도 않아 착하다(?)고 알려진 아이, 바로 나였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친구들과 축구를 하면서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신체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컨대, 나는 그냥 열심히 공을 좇아서 뛰었을 뿐인데, 너무 빨라서 평범한 친구들은 잘 따라오질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1학년) 4반에 축구 잘하는 애’가 되어 있었다. 그날부터 나는 주변 사람들이 주는 관심을 즐기며 축구에 목숨(?)을 걸기 시작했다. 전 학년을 통틀어 베스트 일레븐까지는 아니어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기에 그들과 어울려 다른 학교와 시합에 나가기도 했다. 대학교에서도 축구를 매개로 동기들과 친해질 수 있었고, 군대에서도 축구 덕분에 선임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 축구는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라 내 존재를 보여줄 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선수도 아닌 주제에 너무 무리하게 축구를 하다가 십자인대가 파열되었다. 2012년에 무릎을 다쳐서 병원에 갔을 때 의사가 했던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 정도 붓기가 있으면 MRI 찍어볼 필요도 없이 무조건 십자인대가 파열된 거에요. 수술해야 합니다.” 의사는 내 일 아니라는 듯, 별일 아니라는 듯 무덤덤하게 말했는데,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라서 비현실적인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약간 멍~한 상태에서 되물었다. “그럼 축구는 못 하나요?” 의사도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축구선수에요?” 나는 말끝을 흐리며 대답했다. “그건... 아닌데요.” 의사는 열심히 재활운동을 하면 축구를 할 수 있고, 십자인대 수술을 받고도 문제없이 운동하는 선수도 많다고 말했다. 단, 일반인도 재활운동을 하면 다시 운동할 수는 있지만 예전처럼은 어렵다고 말했다. 나는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열심히 재활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인간은 생각보다 나약했다. 아니 내 의지가 너무 약했다.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 되자 재활운동을 게을리했다. 십자인대가 파열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절망했던 마음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리고 예전에 좋았던 신체 능력을 떠올리며 적당하게 타협했다. 나는 격렬하게 운동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무리하게 공을 차다가 반대쪽 십자인대까지 끊어먹었다. 넘어지면서 ‘뚝’ 소리를 들었는데, 정확하게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소리였다.

     

    이제 정말 축구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노발대발하며 축구화와 유니폼을 모두 버렸다고 말했다. 한 번만 더 축구를 하면 나까지도 버릴 기세였다. 결국 나는 축구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았고, 적당히 재활운동을 했다. 가끔씩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공을 찼지만, 예전처럼 재미있진 않았다. 나는 몸을 사리느라(?) 더 이상 전속력으로 뛸 수 없었고, 그러므로 전처럼은 팀에 도움을 줄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 존재를 세상에 증명하는 통로가 되었던 축구와 소통스럽게(!) 헤어질 무렵(2018년), 친구가 야구를 소개해 주었다. 뭐? 야구? 해 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지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친구 손에 이끌려 야구를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야구는 신세계였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고 했던가. 뭣도 모르고 동호인 야구 리그에 데뷔한 첫 해부터 5할 타자가 되었다. 야구가 축구보다 훨씬 쉽게 느껴졌다. (물론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운동이 야구라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축구를 하면서 발전한 운동신경과 신체 능력은 야구에 큰 도움이 되었고, 무엇보다 무릎에 덜 무리가 됐다. 그리고 축구를 할 때 골을 넣는 쾌감이 있다면, 야구를 할 땐 장타를 쳐 점수를 많이 내는 쾌감, 슬라이딩해서 도루를 성공하는 쾌감, 강속구를 잡아내는 쾌감이 엄청나게 거대하고 강렬했다. 그리고 주변에서 사람들이 내 플레이를 보면서 아낌없이 칭찬해주고 환호성을 외쳐주자, 근성이 마구마구 불타올랐다.

     

    요즘 나는 3개 야구팀에 소속되어 한 달 평균 서너 경기를 뛰고 있다. 야구를 하면서도 열정이 지나쳐서 무리하게 슬라이딩하다가 갈비뼈에 실금이 가서 숨을 쉬거나 기침할 때 통증이 오고, 팔꿈치 힘줄이 손상되었다며 더 이상 무리하면 안 된다고 의사가 말려도 소용없다. 야구공만 손에 쥐면 헐크처럼 피가 끓어 오르면서 바지가 찢어진달까. 나는 경기가 있는 주말만 기다리며 야구에 미쳐 산다. 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직업은 축구선수도 아니고, 야구선수도 아니다. 나는 그저 야구에 미친 사회복지사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장동해 팀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장동해 선생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남희은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마지막 수업 시간에도 말씀 드렸지만, 장동해 팀장님은 제가 가장 많이 사랑한 학생이셨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꾸밈 없이 솔직하게 글을 쓰셔서 좋았습니다. 솔직한 글보다 더 강력한 글은 세상에 없습니다. 평범한 소재를 글로 옮겨도, 수사법이 조금 약하더라도, 정말로 진솔하게 쓴다면 충분히 독자를 설득할 수 있습니다. 둘째, 시종일관 성실하고 우직하게 수업에 참여하셔서 좋았습니다. 지금 갑자기 어떤 생각이 들었는데요, 장동해 팀장님은 축구나 야구를 하실 때도 성실하고 우직하게 하실 듯합니다. 운동도 타고난 신체적 능력이 중요하겠지만, 얼마나 성실하게 임하느냐가 결정적으로 중요할 테니까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글을 많이 안 써 봐서 자신이 없다'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런데 저는 장동해 팀장님에게서 어떤 열정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글쓰기 자체에 자신이 없다면, 좋아하는 대상이나 활동에 대해서 써 보시라'고 말씀 드렸죠. 글쓰기는 단기간에 배우기 어려운 기술이지만, 누구나 본인이 애정을 쏟아 부은 사람이나 활동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기 때문입니다. 글발은 다소 미숙하더라도, 애정하는 대상에 관해서 본인 생각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낸다면 훌륭한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야구에 미친 사회복지사! 이 글을 읽어보니, 제가 정확하게 조언해 드렸다는 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었네요. 정말 뿌듯합니다. 

     

    아, 장동해 팀장님~ 아무리 야구가 좋아도, 건강 살피시면서 안전하게 뛰세요.  


    <설명 단락을 쉽게 쓰기 위한 만능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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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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