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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회복지를 하는 이유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7. 27. 06:42728x90반응형
제목: 내가 사회복지를 하는 이유
글쓴이: 송주연 (인천중구가족센터 사회복지사)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늦은 밤, 퇴근 길에 지현(가명)이 아버지가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왔다. "선생님, 지현이가 집을 뛰쳐 나갔습니다." 나와 저녁까지 먹고 집에 잘 들어간 지현이었는데,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지현이 아버지에게 주변을 찾아볼 테니, 지현이가 집에 오면 연락을 달라고 말했다. 함께 퇴근하던 동료와 주변을 살피는데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지현이를 보호하고 있다는 전화였다.
지현이는 미국에서 자랐다. 5살쯤 되었을까, 지현이 엄마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온 가족이 충격에 빠졌다. 이를 견딜 수 없었던 지현이 아버지는 몇 년 뒤, 지현이를 데리고 한국으로 왔다. 지현이 아버지는 일에만 몰두했고, 지현이 마음은 돌보지 못했다. 지현이는 중학생이 되기까지 혼자 외롭게 지내야 했다. 결국 지현이는 자해행동까지 보였다.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지현이의 눈을 볼 수 없었다. 앞머리가 길게 내려와 눈을 가렸고, 고개를 푹 숙였기 때문이다. 지현이와 눈을 마주치기까지 많은 시간을 함께 해야 했다.
경찰서에 도착하니 지현이가 몸을 바들바들 떨며 울고 있었다. 경찰관이 당황스러운 듯 지현이를 달래고 있었다. 나는 지현이를 꼬옥 안고 괜찮다며 다독였다. 지현이가 말했다. "선생님, 저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아빠가 너무 무서워요." 내가 어떻게 물어도 지현이는 똑같이 답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아동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한다. 관장님, 경찰과 논의 끝에 지현이를 아버지와 분리하기로 했다. 지현이 아버지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바로 입소 가능한 일시보호시설을 찾아 지현이를 데려다 줬다.
이제부터는 내가 보호자였다. 지현이가 입소한 보호시설이 내 관할 구역이 아니었지만, 지현이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는 어른이 나뿐이라 감내하기로 했다. 지현이와 짐을 옮기고, 보호시설에서 학교까지 가는 방법을 알려줬다. 지현이 체육복과 여름 교복도 맞추러 갔다. 지현이가 심리 검사를 하고, 치료받는 과정에도 곁에 있었다. 같이 병원에 가서 접수하고 수납하는 방법도 알려주면서 지현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실 당시에 40가정 이상 담당하고 있었는데, 지현이에게만 이렇게 시간을 쏟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일시보호시설에서 지낼 수 있는 기간이 끝나자 지현이를 다른 시설로 옮겨야 했다. 지현이는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중장기보호시설로 갈 수도 있지만, 지현이가 성격이 여려서 잘 버텨낼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세심하게 보살펴줄 수 있는 시설을 찾아보기로 했다. 마침 좋은 후보지가 있었는데, 법적 보호자가 동의해 줘야 입소가 가능했다. 나는 지현이 아버지를 끊임없이 설득했고, 결국 지현이 아버지도 동의했다. 그런데 한 번은 지현이 아버지가 술에 잔뜩 취해서 나에게 전화를 걸어 폭언을 쏟아내셨다. 한편으론, 혼자서 얼마나 힘겹고 답답하시면 저러실까 싶었지만, '내가 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지?'라고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다른 시설로 간 지현이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지현이의 앞머리가 점점 짧아지면서, 초롱초롱한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현이와 마지막 만남에서 함께 보드게임을 했다. 하고 싶은 행동을 하라는 미션에 지현이는 벌떡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지현이는 나를 꼬옥 안더니 '선생님, 고마워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를 살릴 수 있을까' 생각하며 타 지역을 수없이 오갔던 날들이 떠올랐다. 매일 넘쳐나는 일에 야근할 때도 많았지만, 열심히 노력한 덕에 지현이 미소를 보게 되었구나 싶었다. ‘한 사람을 구하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현이가 직접 그려서 나에게 선물로 준 그림. 그림 속 잉어처럼 자유롭게 세상을 헤엄치라고 말하는 듯하다.)
지현이는 직접 그린 그림을 나에게 선물했고, 이 그림은 아직도 우리 집에 전시되어 있다. 곰곰 생각해 보면 나는 지현이 덕분에 사회복지사로 일한다. 일을 하면서 힘들고 지칠 때면 지현이가 그려준 그림을 본다. 지현이는 내게 고맙다고 했지만, 오히려 내가 지현이에게 고맙다. 그 힘든 시간을 견뎌주고, 사회복지가 무엇인지 알려줬으니까. 종종 옛 동료를 통해 지현이 소식을 듣는다. 이제는 아빠와 함께 식사도 하고, 친구도 사귀면서 즐겁게 잘 지내고 있단다. 지현이가 그려준 그림을 보며, 지현이가 앞으로도 행복하게 지내길 마음 깊이 기원해 본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송주연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송주연 선생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남희은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글쓴이 피드백>
(1) 글을 쓰면서 느낀 소감
평소 옛 기억을 떠올릴 때는 '그런 일도 있었지~' 생각하면서 넘어가는데, 글을 쓰면 기억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게 됩니다. 마치 영화를 볼 때처럼, 당시 내 생각, 감정, 행동을 구체적으로 다시 경험하게 됩니다. 저는 이 과정이 정말 즐겁습니다. 글을 쓰면서 힘든 감정이 떠올라 괴로웠지만, 이제는 감정을 인식하면서 통제하는 모습을 보니, 제가 조금은 성장했나 봅니다. 사회복지사로서 경험이 길지는 않지만, 지현이처럼 제 삶에 크게 영향을 끼친 사람을 만나서 큰 복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시기를 잘 견뎌준 지현이에게 고맙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지현이를 생각하면서 오늘도 제 앞에 계신 클라이언트에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 첨삭 지도 받으면서 느낀 소감
이재원 선생님 수업은 다채로워서 좋습니다. 학생들의 개성이나 가치관을 충분히 존중해 주셔서, 나만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함께 수업을 듣는 동료들께서 쓴 글을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재원 선생님께서는 잡다한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어법상 오류는 잡아 주시면서도, 글쓴이가 품은 생각이나 가치관은 편집(?)하지 않으면서 글을 다듬어주십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완성된 글을 보면 '송주연스러운' 특성이 나타나서 저는 참 좋습니다. 함께 수업을 듣는 동료와 이렇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젠, 읽기만 해도 누가 썼는지 알겠어요." 글 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나면서도, 독자가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가르쳐 주시는 이재원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이재원 선생 피드백>
송주연 선생님!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요? 저는 세 가지 요소를 꼽습니다: (1) 솔직한 글, (2) 쉬운 글, (3) 깊은 글. 그런데 이 세 요소는 동일하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1)번 요소가 압도적으로 중요합니다. 글에 아무리 약점이 많고 문제가 깊어도, 글쓴이가 정말로 독자 앞에서 솔직하게 글을 썼다면, 능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송주연 선생님 글은 무척 '좋은 글'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선생님 글에는 진솔한 기운이 서려 있으니까요.
진솔하게 글을 쓰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마법이 일어납니다: 두려움은 반감되고, 희망은 배가 됩니다. 혼란스러운 감정이 안정되고, 어지럽던 생각도 잠잠해집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시간대(주로 과거)에서 험난하게 경험했던 삶이 아주 조금씩 쉽게 느껴집니다. 송주연 선생님께서 글을 쓰시면서 과거에 힘들었던 감정을 떠올리셨지만, 이제는 조금 가볍게 통제하실 수 있게 되셨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참말로 기쁘고 뿌듯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의도한 바를 제대로 인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오래, 많이 쓰다 보면, 결국 개성이 남습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개성을 표현하려고 글을 씁니다. 그러니 무조건 개성이 잘 드러내도록 쓰셔야 합니다. 아무리 짧게 쓰더라도 '송주연스러운' 특성이 드러나도록 쓰셔야 합니다. 송주연 선생님께서 글쓰기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신 듯하여, 선생으로서 무척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본인 개성이 잘 드러나도록 글을 계속 쓰시길 기대합니다.
<송주연 선생님께서 쓰신 글>
<설명 단락을 쉽게 쓰기 위한 만능 공식>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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