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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괜찮다 말하는 그대에게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8. 2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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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괜찮다 말하는 그대에게

     

    글쓴이: 송부연(서운장애인주간보호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안녕, 여보. 오랜만에 당신 (여보)에게 편지를 쓰네. 마지막으로 언제 편지를 썼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 내가 참 무심했지?

     

    우리가 처음 만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했어. 그 사이 우린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학부모가 되었어. 즐겁고 행복한 일, 슬프고 속상한 일도 많았지. 그 모든 일을 당신과 함께 겪어서 나는 참 좋았어. (시간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참 값진 일이야.)

     

    내가 사촌 언니 성화에 못 이겨 억지로 술자리에 불려 나간 날, 당신을 (여보를) 처음 만났지. 그 자리에는 형부 친구가 (4)명이나 있는데 당신은 (여보는) 그중에 제일 말이 없고 조용했어. 언니는 “내 사촌 동생이야. 얘도 너네랑 동갑이야”라며 나를 소개했지만 당신은 (여보는)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인사했어. 그 당시 나는 (내 생활이) 너무 바빠서 남자친구 사귈 생각조차 못 했는데 언니는 다르게 생각했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지.) 당신과 (여보와) 내가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소개해 주고 싶었다고 했잖아. 당신도 (여보도) 딱히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았는데.

     

    성격이 정반대라 전혀 어울리지 않은 우리가 연애하게 되었어. 많은 사람이 신기하게 생각했지. 4개월쯤 지났을까? 좀처럼 늦게 들어오는 일이 없던 아들이 매일 늦게 들어오니까 어머님은 “너 여자친구 생겼냐? 생겼으면 엄마 아빠 좀 보여줘” 하셨잖아. 우리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핑계 대며 거절할 법도 한데 나에게 부모님을 만나자고 했고 상견례에 결혼까지 1년 안에 후다닥 하게 되었지. 우리가 만난 사연도, 결혼한 이야기도, (만남도 결혼도) 지금 생각하면 정말 전부 신기해. (신기한 일이야.)

     

    당신은 여보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떤 일이 제일 기억에 남아? 나는 내가 심장병 진단을 받은 때가 제일 기억에 남아. 아이를 낳았던 일도, 양가 아버님이 돌아가신 일도 마음 준비를 할 시간이 있었지만 내가 심장병 진단을 받은 일은 모두에게 급작스러웠으니까. 던 일이니까.

     

    OO를 낳고 백일도 채 되지 않아서 입원하게 되었지. 그때 당신은 여보는 3주 내내 입원실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면서 내 곁에 있어 주었어. 아이가 보고 싶어서 매일 눈물 바람으로 보내고 아침에 깨어나지 못할까봐 새벽까지 잠 못 들던 날에도 여보는 내 곁에서 “괜찮아” 하며 위로해 주었어.

     

    근데 여보, 그거 알아? 나는 연애 할 때도 여보가 “괜찮아”라고 말하면 참 좋았어. 스스로 다그치기만 했던 나에게, 모든 일을 잘하고 싶어 안간힘을 쓰던 나에게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유일하게 당신이었 여보였거든. 계획한 대로 일이 되지 않아서 속상할 때,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해 주눅이 들어 있을 때 여보가 해 주는 “괜찮아” 라는 말을 들으면 '조금 덜 해도 괜찮구나.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심장병 진단을 받았을 때도 당신이 여보가 괜찮다고 말해줘서 해 주는 괜찮다는 말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어.

     

    당신이 여보가 나에게 신경 써 주는 만큼 나도 당신 (여보)에게 신경 써 주고 힘이 되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매일 바쁘다며 내 사정만 봐 달라고 하고, 아프다면서 나 하고 싶은 일은 다 하는 욕심 많은 나라서 미안해. 그래도 여보, 앞으로도 '괜찮다'고 말하면서 내 곁에 있어 줄래? 그렇게 나에게 늘 고마운 존재가 되어줘. 알았지?

     

    당신이 (여보가) 해 주는 위로로 오늘을 사는 나 올림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사실, 송부연 선생님 글은 교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해서 그냥 돌려 드릴까 고민했습니다... 만, 그래도 돈 받은 값은 해야겠다 싶어서 몇 군데 굳이 고쳤습니다.

     

    2. 여보, 는 호칭이죠. 하지만 상대를 지칭하는 대명사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약간 기능이 다르달까요? 그래서 여보, 대신, 당신, 으로 고쳤습니다.

     

    3. 시간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참 값진 일이야. 네, 문장 구조를 분석하면, ‘A는 B이다(사실은 일이야)’ 구조에 속합니다. 원래 쓰신 미묘한 뉘앙스를 살리면서 술어를 강조하는 문장으로 바꾸려고 애썼습니다: 그 모든 일을 당신과 함께 겪어서 나는 참 좋았어.

     

    4.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지. ‘생각하다’를 둘로 쪼갠 후 ‘생각’ 다음에 ‘을’을 붙이셨고, 과거 진행형(‘~고 있었다’)을 구사하셨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명사이므로 앞에 수식어구로 형용사(관형사)가 왔습니다. 제가 줄곧 말씀드렸던 세 가지 문법 사항이 총출동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바꾸었어요: 다르게 생각했지.

     

    5. 만남도 결혼도 지금 생각하면 정말 신기한 일이야. 네, A는 B이다, 구조입니다. 그래서 바꾸었습니다: 우리가 만난 사연도, 결혼한 이야기도, 지금 생각하면 정말 전부 신기해. 주어로 사람이 나오진 않았지만, A는 B이다 구조보다는 동사/형용사로 끝내야 더 우리말스럽고, 자연스럽습니다.

     

    6. 여보가 해 주는 괜찮다는 말 덕분에 이 어구에서 주인공은 결국 단어 ‘말’입니다. 그 앞에 나오는 모든 어구는 ‘말’을 꾸미고 있으니까요. 영어는 명사 위주 언어라서, ‘형용사(관형사) + 명사’ 구조를 많이 구사합니다. 반면에 한국어는 술어(동사/형용사) 위주 언어라서, ‘부사 + 동사/형용사’ 구조를 많이 구사합니다. 그래서 바꾸었습니다: 당신이 괜찮다고 말해줘서

     

    ※ 송부연 선생님 문장은 처음부터 매우 간결하면서도 충분히 포화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최근까지 영어식/일본어식 문장 구조를 떨쳐 내시고 더 우리말스럽게, 더 곱게 쓰시는 방법을 익히셔서 문장이 더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조금씩 남아 있는 찌꺼기까지 남김없이 씻어 없애시길 바랍니다.

     

    7. 송부연 선생님께서 쓰신 러브 레터가 무척 뜨거우면서도 잔잔하네요. 아름답게 잘 쓰셨습니다. 읽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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