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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내 마음을 때렸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8. 19. 08:38728x90반응형
제목: 남편이 내 마음을 때렸다
글쓴이: 송부연(서운장애인주간보호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남편이 내 마음을 때렸다
등짝에 선명하게 손자국이 났다. 아이는 울지 않았다. 자신이 잘못해서 맞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양치를 하라고 수없이 얘기했지만, 장난치기 바빴다. 남편은 화가 나서 (화가 난 남편은) 아이 등을 때렸다.
정작 눈물을 보인 사람은 나다. '아무리 잘못을 해도 그렇지, 왜 애를 때리는 거야.'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이 났다. 평소 같으면 왜 그러냐고 소리를 질렀겠지만, 아이들이 있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울면서 아이를 화장실로 데려갔다.
되려 아이가 나를 위로 한다. "엄마 나는 안 아파. 아빠한테 많이 맞아봐서“ 그 말에 더 크게 울게 된다.
아이는 양치하고 나와 (양치를 하고 나온 아이는) 평소처럼 책을 꺼내 읽는다. 나는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양치를 안 하면 화장실로 데리고 가면 되지 왜 때리는 거야.' 침대에 누워 잠들 때까지도 계속 눈물이 났다.
예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아이가 킥보드를 타고 혼자 사라져 버린다든지, 등교준비를 해야 할 시간에 책을 본다든지, 몇 번이고 말을 했는데도 듣지 않으면 남편에게 엉덩이를 맞곤 했다. 그 때마다 나는 아이를 때리지 말라고 말했다. 아이는 가끔씩 혼날 상황이 오면 스스로 머리를 때렸다. 나는 자해 행동이 이렇게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폭력은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빠가 아이를 때리다니. 너무 화가 나고 슬프다.
아이를 때렸다.
열 번도 넘게 양치하라고 얘기 했지만 아이는 장난만 친다. 결국 아이 등짝을 때렸다. 맞아서 멍해진 아이를 붙잡고 말한다. "아빠가 양치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 "한.....네 번?" "아니야, 열번도 더 말했어."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에 간다. 잠시 후, 날 부르더니 아이 옷을 걷어 올린다. 등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나 있다. 아내는 아무 말도 없이 날 바라본다. 이윽고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아! 화가 났구나.' 평소 아내라면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낼 텐데 이번엔 아무 말도 안 한다. 한참 바라보다 화장실 문을 닫고 나왔다. 식탁에 앉았는데 오만 감정이 다 든다.
아이는 산만한 편이다. 다른 아이보다 활발하지만 무언가에 집중하기 어렵다. 특히, 외부로 나갔을 때는 더욱 통제가 힘들다. 한 번은 두 아이를 데리고 킥보드를 타고 가는데 혼자 휙 가버렸다. 바로 옆이 큰 도로인데 아이가 사라졌다. 마음이 불안해져서 몇 번이고 이름을 불렀지만 보이기는커녕 대답도 하지 않는다. 급한 마음에 옆에 있는 둘째를 안고 킥보드를 들고 뛰어갔다. 땀이 났다. 잠시 후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가 나타났다. 너무 화가 나 엉덩이를 때렸다. "바로 옆이 도로인데 혼자 가면 어떻게 해!"
아내는 바쁘다. 야근도 잦고 회의도 많다. 그럴 때면 나 혼자서 아이를 봐야 한다. 둘이 함께 있다면 그나마 수월할 텐데 혼자 있을 때는 정말 힘들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말을 잘 들었는데 클수록 통제가 어렵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게 화 내는 날도 많아지고, 오늘처럼 참고 참다 때리는 날도 많아졌다.
에고~ 나도 때리고 싶지 않지만, 아이가 너무 말을 듣지 않을 때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송부연 센터장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송부연 센터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심화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내용/형식에 대한 피드백
송부연 선생님께서는 이미 글쓰기와 관련해서 자기 세계를 완성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사실상, 누군가에게 글쓰기를 배우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송부연 선생님께서 글을 쓰실 때마다 팬으로서 추앙(?)하는 마음으로 읽습니다. 하지만 본인께서 더 배우고 싶어하시니, 어쩔 수 없이 잠시 팬심을 내려 놓고 선생 역할에 충실하려고 애써 봅니다.
역시, 이 글은 동일한 사건을 서로 다른 두 시점에서 바라본 형식이 훌륭합니다. 송부연 선생님께서는 이 특정 사건을 두고 분명하게 본인 생각을 세우셨습니다. 하지만 남편 분을 너무 사랑하셔서 이해하기가 어려운 행동을 이해하고 싶으셨습니다. 저도 남편이고, 실수를 잘 저지르기 때문에, 아내가 저를 이해하려고 애쓰면 감동받습니다. 그래서 송부연 선생님께서 남편 분 행동을 이해하시려고 이렇게 글을 쓰시는 모습을 보고도 감동받았습니다.
송부연 선생님 문장은 시적인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간결한 단문이 이어지는데, 문장과 문장이 잘 붙다보니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적습니다. 심지어 접속사도 별로 쓰지 않으시는데 문장 연결성이 좋습니다. 재능입니다. 능력입니다.
(2) 문장/어법에 대한 피드백
_ 문장을 쓰실 때 명사보다는 동사(형용사)를 살려 쓰세요.
원문에서 세 부분을 가져왔습니다.
화가 난 남편은 아이 등을 때렸다
양치를 하고 나온 아이는 평소처럼 책을 꺼내 읽는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이 났다
위 어구가 공유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동사적 표현을 포함하는 꾸며주는 말(수식어구)이 나오고, 맨 뒷편에 명사가 나와서 수식을 받습니다(피수식어구).
화가 난(수식어구) + 남편은(피수식어구)
양치를 하고 나온(수식어구) + 아이는(피수식어구)
주체할 수 없는(수식어구) + 감정에(피수식어구)
그런데 수식어구에 원래 동사였던 단어가 포함되어 있어서 덜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한국어에서는 동사가 수식어구보다는 서술어로 사용해야 생기가 돌고 자연스럽거든요. 문법적으로 설명하면 어려우실 테니, 그냥 동사가 원래 제 역할을 수행하도록 바꿔 볼까요?
(화가 난 남편은) 남편은 화가 나서 아이 등을 때렸다
(양치를 하고 나온 아이는) 아이는 양치하고 나와 평소처럼 책을 꺼내 읽는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눈물이 났다
살짝 길어지는 느낌은 들겠지만, 조금 더 생기가 돌고 자연스럽지 않나요? 송부연 선생님께서는 문장을 간결하게 쓰시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합니다. 문장을 간결하게 쓰셔서 정말 좋습니다. 하지만 문장을 간결하게 쓰다 보면 거의 필연적으로 서술어로 써야 자연스러운 동사를 피수식어구인 관형사구로 바꿔서 그 뒤에 나오는 명사를 꾸며서 주인공으로 만드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러니 늘 기억하세요: 명사보다는 동사(형용사)를 살려 쓰겠다.
<설명 단락을 쉽게 쓰기 위한 만능 공식>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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