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가족이 함께 한 경이로운 자연주의 출산기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8. 31. 07:17728x90반응형
제목: 우리 가족이 함께 한 경이로운 자연주의 출산기
작성자: 조미리(서울시 중구교육복지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나는 스물여섯살, 이른 나이에 결혼해 8년 만에 아들을 낳았다. 신혼을 마음껏 즐기고, 부모 될 준비를 마친 후에 아이를 낳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임신·출산이 두려워 최대한 미뤘다. 결혼한지 6년쯤 됐을 때, 우연히 방송에서 “자연주의 출산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봤다. 그리고 지인들에게도 집이나 조산원에서 출산한 경험을 여러 번 듣게 됐다. 자연주의 출산은 과도하게 약물을 사용하거나 의료 행위를 관행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산모가 가장 편한 환경에서 부부가 함께 자연스럽게 출산하는 방식을 뜻한다. 비교적 많이들 아는 수중분만도 자연주의 출산에 속한다. 자연주의 출산에서는 산모가 굴육 3종세트(제모, 내진, 관장)를 경험할 필요 없고, 무통주사도 맞지 않는다. 자연주의 출산을 먼저 경험한 산모들이 쓴 기록을 찾아 읽으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무엇보다도 출산이 고통스럽다기보다는 경이롭고 행복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임신한 후, 본격적으로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했다. 아무래도 조산원이나 가정분만은 겁이 나서 자연주의 출산 전문 병원을 찾았다. 자연주의 출산은 산모와 남편이 주체가 되어 출산을 준비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남편과 함께 자연주의 출산 준비 교육을 듣고, 출산계획서에 우리가 원하는 출산 환경을 구체적으로 작성해 담당 조산사와 상담했다. 우리는 둘라(조산사 같은 의료진은 아니지만, 출산을 돕는 전문가)나 친정어머니 등 가족 도움은 받지 않고, 온전히 우리 힘만으로 출산하기로 했다. 남편과 내가 사전에 같이 공부하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열 달 내내 남편과 함께 전문 마사지법, 호흡법, 명상법을 공부하고 연습했다. 또, 자연주의 출산에서는 산모 체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나는 임신 기간 동안 열심히 운동했다. 자연주의 출산 전문 임산부 요가원에도 다니고, 전문 피트니스 센터에서 PT도 열심히 받았다. 만삭에 임신 전보다 훨씬 강도 높은 운동을 훨씬 더 열심히 했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한 시간씩 숨이 가쁘게 스쿼트, 런지 등 맨몸 운동을 하고, 계단 걷기 기계 위에서도 열심히 걸었다. 막달에는 지하철역에서 매일 최소 500개 ~ 1,000개씩 계단을 오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내일이면 아이를 만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말한 후에 출산 촉진용 아로마 오일을 꺼내 발향하고, 명상하며 잠을 청했다. 아이에게 ‘우리 내일 건강하게 만나자’ 라고 마음 속으로 말했다. 다음날 아침, 가진통을 느끼면서 눈을 떴다. 바쁘게 병원에 연락해 조산사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첫 출산은 오래 걸리니 최대한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집에서 버티다 입원하기로 했다. 아침은 든든한 엄마 집밥을 먹고, 점심은 사전에 최후의 만찬(?)으로 생각해 둔 동네 유명 맛집에서 해물누룽지탕을 먹었다. 남편은 옆에서 그동안 배운 아로마 마사지를 열심히 해 주었고, 함께 호흡하며 명상어 “옴~~~”소리를 내줬다. 저녁까지 가진통이 길어지자 이러다 집에서 출산하는건 아닐지 겁났다. ‘밤을 새더라도 안전한 병원에 가서 새자’ 싶어서 병원으로 향했다. 남편이 운전하는 차 뒷자리에 누워 ‘옴’을 외치며, 은평구에서 강남까지 한 시간 걸려 밤 8시에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서는 첫 출산은 오래 걸리니, 마음 단단히 먹고 밤샐 준비를 하자고 했다. 남편은 출산 계획서대로 방에 음악을 틀고, 아로마 램프에 오일을 발향하고, 캠코더를 설치했다. 그리고 여유롭게 침실에 누워 첫 내진을 받았는데, 예상과 달리 자궁문이 열려 있었다. 그렇게 예상보다 빠르게 우리 부부의 자연주의 출산이 시작됐다. 나는 사전에 수중출산을 계획했기 때문에 욕조에 물을 받아야 했다. 진통을 완화하기 위해 욕조에 서서 샤워기 물을 맞았는데, 물이 발목 정도 찼을 때 갑자기 양수가 터졌다. 계획과 달리 물속이 아닌 입원실 침대에 누워 출산할 수밖에 없었다. 초산이라 쉽지 않았고, 산소호흡기까지 쓰며 진통을 겪었다. 그래도 사전에 계획하고, 연습한 대로 온전히 남편과 함께 출산했다. 남편이 준비한 잔잔한 음악을 듣고, 익숙한 아로마 향을 맡으며, 최대한 악쓰지 않고 “옴~~”을 외치며 호흡했다(요가원에서 말하기를, 매일 요가하며 “옴~~~”을 외치고, 아이가 태어날 때에도 되도록 악을 쓰지 말고 “옴~~”하고 호흡하라고 했다. 아이도 죽을 힘을 다해 탄생하는 순간에 익숙한 “옴~~” 소리를 들으면 놀라지 않는다고 했다). 조산사와 남편, 내가 힘겹게 출산하는 동안 주치의는 웃으며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었다. 평온한 주치의 표정을 '지금 상황이 나쁘지 않구나, 잘 하고 있구나' 안심하며 무사히 출산 할 수 있었다.
밤샐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이는 입원한 날을 넘기지 않고, 병원에 도착한지 세 시간 반만인 11시 30분에 태어났다. 자연주의 출산기에서 수없이 읽었던 것처럼 출산은 고통스럽지 않고 경이롭고 행복했다. 호르몬 영향으로 고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행복한 감정에 벅찼다. 미리 계획한 대로, 남편이 직접 두 손으로 아이를 받았다. 신생아는 시력이 없어 눈을 못 뜬다는데, 남편은 아이가 태어나면서 자신과 첫 눈맞춤을 했다고 말하며 감격스러워했다. 아이가 태어나자 의료진은 가족사진을 찍은 후, 자리를 비켜주었다. 태맥이 멎기 전까지 탯줄을 자르지 않은 채 아이를 안고 첫 번째로 젖을 먹였다. 아이에게 첫 편지를 읽어주고, 남편 가슴 위에 올려 캥거루 케어를 실시했다. 그리고 태맥이 모두 멎을 때까지 기다린 후에 남편이 직접 탯줄을 잘랐다. 남편과 나, 아이, 우리 가족이 함께 한 경이로운 자연주의 출산은 이렇게 성공적이었다. 나는 회복도 빨라 출산 직후 30분 만에 자리에 앉자 밥을 먹었고, 자유롭게 병원을 걸어 돌아다녔다.
출산일부터 우리 가족은 침대에서 셋이 함께 생활했다. 남편은 출산 때처럼 육아도 자기 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주었다. 2시간마다 일어나 젖을 먹일 때, 기저귀를 갈 때, 아이를 씻길 때 모두 남편이 함께 했는데, 나보다 더 능숙하게 잘 했다. 조리원에서도, 집에 돌아와서도 남편은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웠고, 아이가 7살이 된 지금까지도 주 양육자로 즐겁게 육아 중이다. 평범하지 않은 고집쟁이 아내가 한 선택을 믿고 함께 출산해 준 남편, 죽을 힘을 다해 세상에 나와준 아들에게 고맙다. 우리 가족이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출산했듯이 앞으로도 함께 인생을 계획하고, 의논하며 힘을 합쳐 살아가고 싶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조미리 센터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조미리 센터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심화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딱 조미리스럽게 글을 쓰셨네요. 제가 아는 조미리 선생님은 열심히 사는 사람입니다.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사려고 애쓰는 사람입니다. 이 글에서 '자연주의 출산법'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열심히, 최선을 다 해서 출산을 준비한 '조미리가 사는 법'이 중요합니다. 누군가 이 글을 읽은 사람이 '자연주의 출산이라고? 흥? 유난스럽네!' 이런 반응을 보인다면,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됩니다. 그만큼 조미리 선생님은 열심히 준비하셨습니다. (경의를 표합니다.)
2. 처음에 읽었을 때는 너무 길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여러 번 고쳐 읽고, 글쓰기 클래스에서 동료들과 함께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늘 말씀 드렸지요? '적절하게 포화되도록 글을 쓰자' 라고요. 조미리 선생님께서 진심으로 노력하신 과정을 생각해 본다면, 그래서 벅차게 느끼셨던 감동을 고려한다면, 최소한 이 정도는 쓰셔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일반적으로는 조미리 선생님께서는 '많이 쓰는 스타일'이시므로, 간결하게 쓰시려고 노력하셔야 합니다.)
3. 이 말씀은 꼭 드려야겠습니다. 남편 분, 정말로 존경스럽네요. 머리를 숙입니다.
<설명 단락을 쉽게 쓰기 위한 만능 공식>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지식 공유하기(기타) >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재원 효과(박지선 편) (0) 2023.09.02 이재원 효과(차정숙 편) (0) 2023.09.01 원래 이렇게 가야 더 재미있어 (0) 2023.08.30 디즈니랜드에서 생긴 일 (0) 2023.08.29 잠수 타는 남자 (0) 2023.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