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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즈니랜드에서 생긴 일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8. 2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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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랜드에서 생긴 일(돈으로 살 수 없는 것)

     

    글쓴이: 박지선(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연구원,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지난 여름, 세 식구가 도쿄로 여행을 다녀왔다. 아홉살 아들을 위해 3박 4일 일정 중 하루를 디즈니랜드로 채웠다. 평일 아침인데도 입구부터 현지인은 물론, 여행 온 외국인으로 가득했다. 우리는 입구에서 가까운 놀이기구부터 하나씩 타면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쪽으로 갈수록 재미있어 보이는 놀이기구가 즐비했다. 후룸라이드(보트를 타고 물이 흐르는 트랙을 따라 이동하는 놀이기구)와 비슷한 스플래쉬 마운틴을 보고선 아들이 꼭 타 보고 싶다며 가보잔다. 대기줄로 들어서니 직원이 110분 동안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했다. 

     

    아뿔싸. 속으로는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기 시간이 워낙 긴데다 최고기온이 35도를 찍을 정도로 날씨가 푹푹 쪘기 때문이다. 남편은 둘이 타라며 포기했고, 아들은 그래도 타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들에게 괜찮겠냐고 재차 확인하고선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예상대로 아들은 덥고, 배고프다는 말로 두 차례 고비를 보였다.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아들이 즐겨하는 끝말잇기, 손가락씨름, 베스킨라빈스 31 등 내가 아는 게임을 총동원해서하며 아들을 설득하고, 달랬다. (더위 먹을지도 모를 아들 걱정보다, 줄 선 1시간을 아까워 한 나는, 나쁜 엄마다.)

     

    1시간 반쯤 지나갈 무렵, 우리는 드디어 실내 대기줄로 들어섰다. 에어컨 바람으로 시원한 공기가 도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이윽고, 멀찌감치에서 놀이기구 탑승을 안내하는 직원 모습이 보였다.

     

    “오...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우리 조금만 더 힘내서 기다리자.”

     

    그러나 뱉은 말이 무색하게, 생각하지도 못한 아주 좌절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패스트패스권을 가진 단체여행객이 우리 옆으로 끝도 없이 지나갔다. 거짓말 안 보태고, 족히 40명 가량은 되어 보였다.

     

    (참고로 디즈니랜드 일부 놀이기구는 롯데월드 매직패스처럼 돈을 별도로 지불하면 기다리지 않고 대기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는 패스권 제도로 운영된다. 패스권을 가지고 있으면 일반대기줄 옆줄로 입장하여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놀이기구를 탑승할 수 있다. 패스트패스 구입방법을 미리 찾아봤어야 했는데 너무 준비없이 갔다. 그 탓에 패스트패스도 한정수량만 판매하여 마감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우리도 엄청 줄서서 기다렸는데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바로 들어가?“

     

    아들이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들에게 패스권 제도를 설명해주었다.

     

    "그럼 우리도 저거 사면 안 돼? 왜 안 사왔어?“

     

    하아... 부자 엄마는 아니지만 졸지에 가난하고, 초라하고, 정보까지 부족한 엄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괜히 아들에게 미안해졌다.

     

    "패스트패스는 입구에서 살 수 있는데 마감됐대. 저 사람들 다 들어가면 우리도 곧 들어갈 수 있을 거야.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아들이 한마디 덧붙였다.

     

    "저 사람들 나빠. 디즈니랜드 사장님도 나빠. 엄마는 더 나빠"

    "......"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가가 상품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가진 사람이 소비를 통해 욕구를 충족하는 일은 매우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패스권을 구입한 사람이나 기업가를 나쁘다고 볼 순 없다. 그러나 운영방식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체계라면 과연 정당한 일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패스권제도를 이용한 누군가는 대가에 부합하게 시간 단축이라는 보상을 받을지 모르지만, 이용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시간과 차례(순서)를 부당하게 빼앗겼다는 약탈감을 주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이번 일을 경험하며 아들이, 돈이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다소 우려스럽다.

     

    삶에서 돈은 참 많은 부분을 좌우하는 것 같다. 돈만 있으면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을 듯한 느낌도 든다. 돈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일이나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능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시간은 물론, 의료, 교육, 학벌, 미용, 권력 등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돈이 없으면 그만큼 경험하거나 누릴 기회가 적어진다.

     

    그러나 나는 돈으로 모든 일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세상에는 돈으로 사거나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나는 믿는다(믿고 싶다). 가족 테두리 안에서 느끼는 사랑과 감사,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생겨나는 우정이나 신뢰, 일상에서 얻는 보람이나 행복과 같은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도, 바꿀 수도 없다. 그래서 아들에게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것들(?)이 우리 삶 곳곳에 숨겨져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

     

    덧붙임: 그나저나 부모로 사는 일은 참 어렵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서론에서 대화록과 상황 설명을 번갈아 효과적으로 제시하셨습니다. 덕분에 독자가 지루하게 느끼지 않을 듯합니다. 

     

    2. 전체적으로, 박지선스러운 개성(진지한 시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유머 한 스푼)이 잘 드러나게 쓰셨습니다. 

     

    3. 나중에 아드님께서 장성하신 후에 이 글을 엄마와 함께 읽으시면 어떻게 반응하실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4. 풍성하게 내용을 기술하시면서도 초점을 흐리지 않으셔서 좋습니다. 역시, 글을 쓸 때는 주제와 연관된 밀도를 잘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됩니다. 

     

    5. 조금 고쳤습니다만, 안 고쳤어도 무방할 정도로 잘 쓰셨습니다. 그래도 굳이 설명 드리자면, 

     

    (a) 독자 중에서는 '후룸라이드'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지 못하시는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괄호 안에 정확한 뜻을 적었습니다. 

    (b) 시간 혹은 기간 뒤에는 목적격 조사 '을'을 붙이지 마시고 적절한 말('동안' 등)을 붙이시면 좋겠습니다. 

    (c) '~이 없다' 표현은 '~이 있다' 표현과 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표현을 사용하면 술어(동사/형용사)를 덜 사용하게 되어서 문장에 생기가 사라집니다. '대기 없이'는 '기다리지 않고'로 바꿀 수 있겠습니다. 

    (d) '돈은 ~ 보인다' 표현보다는 '돈이 있으면 (내가) ~ 수 있다' 표현이 좀 더 좋겠습니다. 주어를 사람으로 바꾸면 조금 더 자연스러워지거든요. 

    (e) '그나저나 부모로 사는 일은 참 어렵다'는 사족 느낌이 강해서, '덧붙임:' 이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설명 단락을 쉽게 쓰기 위한 만능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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