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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팥으로 메주 쑤는 사람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9. 8.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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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함께 팥으로 메주 쑤는 사람

     

    글쓴이: 권송미(사랑누리장애인단기보호센터 원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수년 전, 대전 지역에서 장애인 단기시설을 운영하는 동료들과 연수를 함께 갔다. 내가 운전하는 차에 함께 탔는데, 한 시간 쯤 지나서 남편이 전화를 걸어왔다. 

     

    “마누라. 잘 가고 있어?”

    “큰 차라 그런가 어색해. 그래서 고속도로 천천히 가고 있어. 옆에 다른 원장님들이 계셔서 재미나게 가고 있어. 걱정해 줘서 고마워.”

    “응. 그래. 잘 다녀와. 그런데 모닝 키는 어디 있어?”

    “.......” 

     

    아뿔싸.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여럿이 가느라 남편이 모는 중형승용차를 빌려 오면서, 내가 평소에 운전하던 경차 키까지 습관처럼 가방에 챙겨왔다.

     

    “통화하기 어려워? 끊을까?”

    “아니. 아니. 미안해 남편님. 내가 키를 다 가져왔어. 어쩌지? 차 없어서 불편할 텐데...”

    “어~ 그래. 알았어. 여기서 어떻게 해보지 뭐. 운전 조심하고 유익한 시간 보내고 와.”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는데 전화를 끊자마자 함께 차를 탄 원장님들이 박수를 보내었다. 대단하다고. 어찌 한마디도 하지 않냐고. 남편과 똑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잔소리를 한참 할 텐데, 정말 '이해심 끝판왕'이라고 추켜세웠다.

     

    남편은 결혼생활 15년 동안 항상 그랬다(런 사람이었다). 내가 운전하다 차에 상처를 내고 와도 화내지 않았다. (한 번도 화를 낸 일이 없다). 다치지 않았느냐고, 놀라지 않았냐고 나를 먼저 생각해 주었다. 남편은 뾰족하고 비뚫어진 나를 한없이 이해해 주었다. 이를테면, 내가 팥으로 메주를 쑨다면 언제나 함께 메주를 쑤어줄 사람이었다.

     

    나는 다혈질에 화가 나면 폭발하는 스타일이어서, 남자친구를 사귀면 권송미 사용법을 말해준다.

     

    “내가 팥으로 메주 쑨다고 우기면, 메주 팥으로 쑨다고 이야기해 줘. 네가 만약 메주는 콩으로 쑨다고 말하면, 아마 나는 어깃장이 나서 더 우길 거야. 잠시 그대로 두면 가라앉고 미안하다고, 메주는 콩으로 만든다고 내가 말할 테니, 내가 고집을 피운다면, 잠시만 그냥 두어줘.”

     

    그럴 때 교제했던 남자친구는 두 가지로 반응했다. 끝까지 메주는 원래 콩으로 쑨다고 하는 사람. 그리고 다른 하나는 대충 알았다고 하는 사람. 똑같은 이야기를 연애할 때 남편에게도 들려줬다. 

     

    “오빠. 송미 사용법이야 잘 들어줘. 내가 만약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말하면 메주 팥으로 쑤는 거야 송미 네가 맞는다고 이야기해 줘. 알았지?”

     

    내 이야기를 제법 진지하게 듣는 줄 알았는데, 그가 ‘하하하’ 하고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내 손을 잡고 이야기했다.

     

    “음…. 나는 말이야. 그냥 송미 너랑 팥으로 메주를 쒀 볼래. 실패할 수도 있고, 세상에는 없는 팥으로 쑨 메주를 만들 수도 있지. 그런데 그 도전마다 너와 함께라면 다 의미가 있을 거야. 너 하고 싶은 거 나랑 같이하고 살자.”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사람과 함께라면 인생이라는 바다를 재미나게 항해할 수 있겠다’, ‘새롭게 도전할 때 주저하지 않을 수 있겠다’, ‘살면서 험난한 파도를 만난다면 둘이서 그 파도와 풍랑을 넘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잡은 손을 놓치지 않고 우리는 15년째 함께 신나게 항해하고 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대단히 잘 쓰셨습니다. 남편분 성품을 짐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에피소드 두 개를 부드럽게 병치하시고, 간단하게 생각을 정리하셨습니다. 그리고 대화록도 적절하게 삽입하셔서 두 분 관계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 모로 고민하신 티가 나서 박수를 보냅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가 원장님을 부러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 몇 가지 어법을 지적하겠습니다. 

     

    (a) 초고에 이렇게 쓰셨습니다: ‘남편은 결혼생활 15년 동안 항상 그런 사람이었다.’ ‘A는 B이다’ 문형입니다. 사람이 주어이지만, 단조롭습니다. 그래서 술어(동사/형용사)를 강조하기 위해서 이렇게 바꾸었습니다: ‘남편은 항상 그랬다.’ 더 간결하고 ‘명사+이다’ 구조를 벗어났습니다. 

     

    (b) 초고에 이렇게 쓰셨습니다: 한 번도 화를 낸 일이 없다 이렇게 바꾸었습니다: 화내지 않았다. 좀 더 간결해지고 ‘~이 있다/없다’ 구조도 벗어났습니다. ‘있다’, ‘없다’는 가급적 피하셔야 우리말을 좀 더 곱게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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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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