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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로 이거야!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9. 1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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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바로 이거야!

     

    글쓴이: 배수경 (청학장애인공동생활가정 사회재활교사, 2023)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철수 씨(가명)는 아침부터 분주하다. 김영희 님(가명/철수 씨의 지인)과 9시 30분에 만나기로 했지만 7시부터 일어나 샤워하고, 깔끔히 면도한 후, 로션도 꼼꼼히 발랐다. 9시가 다가오자 나(사회복지사)에게 말했다. “향수를 뿌렸으면 좋겠어.” 놀랐다. 향수에는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철수 씨는 집에 있는 향수 몇 가지 중 향을 맡아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향수를 골라 손목과 목 뒤 등 골고루 뿌렸다. 심지어, 영화처럼 허공에 향수를 뿌리고 빙그르 돌며 몸에 향이 배게 했다. 시간이 더욱 다가오자 철수 씨는 약속 장소로 향했다. 내가 잘 다녀오라 말하니 철수 씨는 알겠다며 손짓하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상황을 미리 알리려고 김영희 님께 전화했다. 철수 씨께서 오늘 약속을 위해 향수도 뿌리고 많은 기대를 안고 출발했다고 전했다. 김영희 님은 자신도 오늘 만남이 너무 기대된다고 말씀하셨다. (되는 오늘 만남이라 하셨다.) 나는 잘 다녀오시고 사진도 많이 찍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저녁 9시가 되어도 철수 씨에게 연락이 안 와서 전화했다. 철수 씨는 지금 집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 밥도 맛있게 잘 먹었고, 뮤지컬도 재미있었으며, 김영희 님과 둘이라 더욱 좋았다고 말했다. 평소에 철수 씨는 내가 먼저 묻지 않으면 선뜻 본인 이야기를 꺼내지 않기에, (하지 않는 철수 씨이기에) 오늘 진짜로 좋았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에 또 이렇게 시간 보내시라고 권유했다. 

     

    김영희 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선생님~ 오늘 너무너무 감사해요. 철수 씨 방금 오셨는데 표정이 세상 행복해 보여요. 철수 씨도 지원하는 저도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이내 답장이 왔다. 철수 씨 덕분에 문화생활 잘 누리고, 즐거웠다며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이런 효과를 의도했고, 예상했다. 예전에 그룹홈 여행으로 일본에 다녀왔는데, 4명이면 소그룹인데도 ‘단체’라고 느꼈다. 그래서 이번 여름 휴가 기간에는 각자 시간을 보내자고 의견을 냈는데, 철수 씨는 조금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좋아하셨다. 실제로 계획을 세우면서도 다른 형님들은 신경쓰지 않고 본인과 동행인이 하고 싶은 활동을 하고, 가고 싶은 곳에 가기로 했다. 철수 씨는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갈 기회가 생기면 늘 기대하시지만 이번에는 특히 더 기대하셨다. 그리고 다녀오시고 나서도 다음에 또 이런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명백하게 표현하셨다. 바로 이거야! 

     

    우리는 왜 여행하는가? 어쩌면,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 위해서 간다. 그런데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늘, 항상, 언제나, 특정한 가족원과만 여행간다면 어떨까. 조금은 뻔하고 지루하고 답답하지 않을까? 이렇게 본다면, 철수 씨 같은 우리 그룹홈 가족은 아무리 좋은 곳에 가서 아무리 멋진 경험을 쌓는다고 해도, 매번 그룹홈을 다른 곳에 옮겨 놓았다고 느꼈을 수도 있겠다. 다음 번에 또 개인 여행을 다녀 오시면 철수 씨께서 표정을 어떻게 지으실지 자못 궁금하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배수경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본 글에 등장하는 이름은, 글쓴이 이름을 제외하면 모두 가명입니다. 

    _ 배수경 선생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심화반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무척 잘 쓰셨습니다. 내용도, 문장도 모두 잘 정돈하셨다고 느꼈습니다. 배수경 선생님은 글발이 있습니다. 더욱 성실하게 쓰셔서 가능성을 꽃피우시길 바랍니다. 

     

    2. 결국, 이 글에서 표현하고 싶으셨던 주제는 '개별화가 얼마나 중요한가'입니다. 사실, 배수경 선생님께서 일하고 계신 그룹홈도, 가능하면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설립되었으리라 짐작합니다. 배수경 선생님께서는 그 안에서도 가능하면 좀 더 개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으셔서, 이용인께서 개별적으로 시간을 보내시는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셨겠지요. 이 글을 읽으면, 기관과 배수경 선생님게서 어떤 관점과 태도로 일을 하시는지 잘 드러납니다. 독자도 그 길에 마음으로 동참하게 됩니다. 

     

    3. 어법에 관해서 몇 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 

     

    배수경 선생님께서는 초고에 이렇게 쓰셨습니다.

     

    (1) 김영희 님은 자신도 오늘 만남이 너무 기대되는 만남이라 하셨다. 

    (2) (철수 씨는) 묻지 않으면 선뜻 본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 철수 씨이기에, 

     

    위 두 문장 모두 구조를 분석하자면, 'A는 B이다'가 뼈대입니다: '만남이 ~ 만남이다', '(철수 씨는) ~ 철수씨이다.' '명사+이다'는 결국 명사를 '억지로' 서술어로 만든 형식이기 때문에 부자연스럽고, '-이다'로 끝나는 문장이 많아지면, 글이 단조로워집니다. 이런 문장에 생기를 불어넣으려면, 서술어(동사/형용사)를 살려 써야 합니다. 

     

    (3) 김영희 님은 자신도 오늘 만남이 너무 기대된다고 말씀하셨다. (되는 오늘 만남이라 하셨다.)

    (4) 평소에 철수 씨는 내가 먼저 묻지 않으면 선뜻 본인 이야기를 꺼내지 않기에, (하지 않는 철수 씨이기에)

     

    배수경 선생님께서는 'A는 B이다' 문형을 의외로 매우 많이 사용하십니다. 이런 습관을 고치시려면, 글을 쓰신 후에, 그 글 안에 쓰신 모든 문장을 하나씩 점검해 보셔야 합니다.


    <배수경 선생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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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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