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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씨가 다 했다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1. 23.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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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다 했다

     

    글쓴이: 이근자 (베스트지역아동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2023년 10월 21일 토요일. 일어나자마자 하늘을 본다. ‘어, 왜 하늘이 어둡지?’ 덜컥 겁이 난다. 그래도 이미 정해져 있는 일이니 부지런히 나갈 준비를 한다. 화장하며 외출 준비를 하는데 빗소리가 들린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내 눈동자도 덩달아 커진다. 점점 굵어지는 비에 덩달아 눈이 커진다. 준비하던 손길을 멈추고 일기예보를 검색한다. 휴~ 다행히 “8시에서 9시 사이에 지나가는 비가 온”고 한다. 일기예보를 믿을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꼭 비가 멈춰주기를 온 마음으로 기도하며 집을 나선다.

     

    비가 그쳤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가을, 높고 푸른 하늘이 인사한다. 무대 앞 의자는 마치 이슬맺힌 풀잎처럼 방울방울 빗물로 무늬를 그렸다.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의자 위 그늘막도 물을 잔뜩 안고 아래로 늘어졌다. 져 있다. 무대를 중심으로 양 옆엔 흰색 부스 50개 동이 눈이 부시도록 당당히 도열했다. 해 있다. ‘아침에 소나기만 안 내렸다면 완벽했을 텐데’ 생각하며 아주 분주히 움직인다.

     

    걸레로 의자 위에 내려앉은 빗물을 닦아낸다. 손님 맞는 엄마 마음으로 의자 하나하나를 정성껏 닦는다. 팀장은 그늘막 위에 안착한 빗물을 막대로 쳐 내린다. 그늘막 사이 기둥에 맺힌 빗방울도 제거해야 낙수로 떨어지는 불상사가 없으리라. 그래서 걸레를 들고 의자 위로 올라간다. 마침 누군가 손잡이 달린 걸레를 들고 왔다. 나는 다시 내려왔고 이렇게 우리는 비가 전혀 안 내린 듯, 물방울 하나 없이 완전한 행사장을 만들어 냈다. 

     

    민관 협동으로 치루는 복지한마당을 위해 5차례 TF회의와 그보다 더 여러 번 분과회의를 열면서 준비했다. 구청장님과 내빈이 어울림을 상장하는 잡채를 함께 만드는 멋진 퍼포먼스와 다채로운 공연까지, 모든 순서마다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는데 ‘비가 멎지 않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으리라. 행사는 뭐니 뭐니해도 날씨가 전부니까. 어찌 되었든, 이번 행사는 날씨가 도와주어 성황리에 잘 마쳤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이근자 센터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이근자 센터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심화반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잘 쓰셨습니다. 우선, 이근자 선생님만의 개성(여유, 열정, 부드러움, 편안함, 자연스러움)을 잘 표현하셨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두 번째 단락과 세 번째 단락에 나오는 묘사 부분이 훌륭합니다. 생생해서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이근자 선생님을 포함하는 모든 주체가 능동적으로 참여해서 행사를 준비하셨다는 사실을 아주 잘 전달하셨어요. (주인 의식 짱!) 남동구 분위기가 좋은 듯합니다.

     

    2. 이 글을 다시 읽으면서, '자기-돌봄(self-care)' 관점에서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글에는 갈등도 없고, 신기하거나 특이한 이야기도 없습니다. 어쩌면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인데, 그래서 독자가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는데, 이상하게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근자 선생님을 포함해서, 행사를 준비하신 모든 분이, 객체로서, 손님으로서, 끌려온 사람으로서 일하시지 않고, 주체로서, 주인으로서, 판을 벌인 사람으로서 일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모두 스스로 한 일에 대해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셨기 때문입니다. 

     

    본래 '자기-돌봄(self-care)'은 스트레스(stress/고난, 어려움, 외로움 등)에서 시작됩니다. 삶이 어렵고 외로워야만 자신을 돌볼 이유와 필요가 생깁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자기-돌봄' 서사에는 고난과 시련 이야기가 먼저 나오게 마련입니다.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먼저 정리해야만, 이 어려움을 (멋지게 이겨내진 못했어도 어쨌든) 끝까지 버티고 견뎌낸 자신을 일으켜 세워서 안아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글에서는 고난과 시련 이야기가 없는데도, 독자가 읽으면서 마음이 맑아지고 밝아집니다. 글쓴이와 함께 당당하게 서게 됩니다. 

     

    따라서 자기-돌봄을 위한 글을 쓰면서, 반드시 고난과 어려움 서사를 적을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마음을 들여서 준비한 일과 내가 주체적으로 열심히 참여한 행사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면 됩니다. 결과적으로 일이나 행사가 성공했느냐 안 했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근자 선생님과 동료들께서 열심히 준비하신 행사에 비가 왔다면 어땠을까요? 몹시 서운했을 수는 있겠으나, 그리 끔찍하진 않았을 듯합니다.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도 않았을 듯합니다. 왜냐하면 이근자 선생님께서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셨으니까요. 

     

    3. 어법에 관해서는 딱 두 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 

     

    (a1) 점점 굵어지는 비에 덩달아 눈이 커진다

    (a2)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내 눈동자도 덩달아 커진다

     

    원문을 보시면, 전체 문장 주어가 상당히 뒷편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앞부분을 보시면 '점점 굵어지는(관형사구)'이 '비(명사)'를 꾸밉니다. 여기에서 '비'를 주어로 살리고, '점점 굵어진다'를 수식어구가 아니라 술어(형용사)로 살렸습니다. 미세한 차이겠지만, 고친 문장이 좀 더 자연스럽지요? 

     

    (b1) 그리고 있다. / 아래로 늘어져 있다. / 당당히 도열해 있다

    (b2) 그렸다. / 아래로 늘어졌다. / 당당히 도열했다

     

    한국어는 시제가 딱 세 개(과거/현재/미래)입니다. 진행시제는 없습니다. 우리는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고, 때로는 영어식 어법인 진행시제를 사용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한국어에서는 진행시제가 없으므로, '~고 있다' 표현은 '~했다' 혹은 '~한다' 정도로 바꾸시면 훨씬 더 자연스럽습니다.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성숙을 담는 글쓰기(PDF 버전)

    '자기-돌봄(self-care)'를 주제 삼아 인천광역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하고, 지난 수 년간 사회복지사에게 글쓰기를 가르쳐 온 강점관점실천연구소에서 진행했습니다. 인천시 각 지역에서 성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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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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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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