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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다 아빠상어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1. 27. 05:44728x90반응형
모디다 아빠상어
글쓴이: 송주연 (인천중구가족센터 사회복지사)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예전에 미취학 아동을 보호하는 보육원에서 아이를 돌보는 봉사활동을 했다. 나는 아이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동요 가사를 바꿔 부르는 방법을 즐겨 사용했다. 는 비법 중 자주 애용하는 방법은 동요 개사였다. 동요를 개사해서 불러주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준서(가명) 비행기!"
자기 이름이 나오면 아이들은 너도나도 제 이름을 넣어 불러달라고 했다. 어느 날은 아이들에게 상어 가족 동요를 개사해서 불러주었다. 이것저것 넣어 불러주는데 문득 준서가 말했다.
"(이번엔) 모디다 아빠상어 해 주세요! 모디다 아빠상어!"
모디다? 모디다가 뭐지? 오리? 모두다? 떠오르는 단어를 다 말해봤지만 준서는 아니라고 했다. 다시 말해달라고 해도 준서는 ‘모디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결국, 준서는 짜증이 났다.
나는 당황해서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웬걸! 선생님도 못 알아들으셨다. 함께 난감해하던 찰나, 선생님은 준서와 같은 나이인 정우(가명)를 부르셨다.
"정우야! 네가 와서 준서가 뭐라고 하는지 좀 알려 줄래?"
정우가 와서 준서와 뭐라뭐라 이야기했다.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모습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정우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우리에게 말했다.
"그~ 만두 만드는 사람 있잖아요~"
"응?"
"요디다!"
그때, 갑자기 번쩍 단어가 떠올랐다.
"아! 요리사!"
그제야 준서는 맞다며 만족해했다. 어떻게 대화했길래 정우가 알아들었는지 신기했다. 자기들만 통하는 언어라도 있는걸까. 이래서 아이 눈높이에 맞춰야하는구나 싶었다. 정우 덕분에 나는 준서에게 노래를 불러줄 수 있었다.
"요리사 아빠 상어 뚜루루뚜루~!"
단어가 길어져서 박자가 조금 파괴(?)되긴 했지만, 준서는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어엿한 초등학생이 되었을 준서와 정우. 그 밝은 미소를 잘 간직하며 자라길 기도한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송주연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송주연 선생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심화반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우와! 대단합니다. 송주연 선생님께서 걸작을 쓰셨습니다. 이유: (1) 시종일관 글이 자연스럽습니다.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갔습니다. 내용상 군더더기가 하나도 안 보입니다. (2) 이야기와 메시지가 한 몸처럼 딱, 붙어 있습니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메시지가 이야기와 함께 선명하게 전달됩니다. (3) 무엇보다도, 이 글은 그냥 송주연스럽습니다: 맑고, 따뜻하며, 착합니다. 송주연 선생님 개성을 대단히 잘 담으셨습니다. (4) 마지막으로, 송주연 선생님께서 그동안 꾸준히 글을 쓰시면서 필력이 크게 좋아졌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선생으로서 무척 자랑스럽고 뿌듯합니다.)
2. 해결중심상담 전문가로서, 저는 이 이야기가 대단히 해결중심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해결중심을 '어색한 질문법' 정도로 압니다. 한편으로는 맞습니다. 기적질문이니 척도질문이니, 평상시엔 잘 안 쓰는 질문을 해결중심에서는 왕창 던집니다. 그런데 해결중심 본질은 그런 세세한 질문에 있지 않습니다. 질문은 달을 향해 뻗은 손가락에 불과합니다.
도대체 왜, 해결중심에서는 질문을 던질까요?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궁금할까요? 우선적으로는 상대가 품은 강점, 자원이 궁금합니다. 그가 어떤 긍정적인 요소를 품고 살아가는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좀 더 나아가서 생각한다면, 그냥 그 사람 자체가 궁금합니다. 그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합니다. 그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은, 오직 그 사람만이 말해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해결중심은 단순히 긍정적인/어색한 질문을 던지는 방법이 아닙니다. (만약 그대가 이렇게 생각하신다면, 저는 전문가로서 대단히 슬픕니다.) 나를 낮추고 상대를 지극히 높이는 관점, 상대가 살아가는 방식을 지극히 존중하는 태도, 그래서 너무나 궁금해서 필사적으로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바로 해결중심입니다.
이 글 속에 나타난 송주연 선생님 태도를 음미해 보세요. 아이가 사용한 어휘 너머로 아이가 품은 마음을, 아이 방식으로 알고 싶어하는 마음을 느껴 보세요. 그 순간에 아이를 존중하는 마음을 들여다 보세요. 송주연 선생님 마음이 바로 해결중심입니다.
3. 어법에 관해서는 딱 한 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
(a1)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비법 중 자주 애용하는 방법은 동요 개사였다.
(a2) 나는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동요 가사를 바꿔 부르는 방법을 즐겨 사용했다.
원문에서 주어는 '방법은'이고, 술어는 '동요개사이다'입니다. 수정문에서 주어는 '나는'이고, 술어는 '사용했다'입니다. 원문 구조는 'A는 B이다'이고, 수정문 구조는 'C가 B하다'입니다. 무엇이 다를까요? 문장을 '(명사)+이다'로 끝내면 단조롭습니다. 하지만 '(명사)+이다' 구조에서 사용한 명사를 동사나 형용사로 바꿔서 구사하면, 글이 훨씬 더 생동감있고 다채롭게 느껴집니다. 좀 더 한국어스럽게 느껴집니다.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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