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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미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택가이버'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1. 24. 06:54728x90반응형
제목: 어디선가 미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택가이버'
글쓴이: 조미리(서울시 중구교육복지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나는 아이가 태어난지 6개월이 지났을 때부터, 동네에서(서울시 은평구) 공동육아 활동에 참여했다. 우리 공동육아 모임에서는 주1회 오전 2시간씩 정기모임을 열었는데, 여러 엄마들과 함께 삶을 나누는 이 시간이 너무 재미있어서 밤 늦게까지 아기띠로 아이를 안고 마을 곳곳을 누볐다. 우리는 동네 식당, 카페, 문화센터뿐 아니라, 다른 구까지 진출해서 온갖 유아 전시장, 체험장까지 부지런히 함께 다녔다.
하루는 차로 20분 정도 달려야 도착하는 서오릉에 가서 산책도 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도 가 보자고 누군가 제안했다. 여럿이 함께 가려면 큰 차가 필요했는데, 마침 내 남편이 쓰는 차가 승합차였다. 나는 곧장 근처에서 일하는 남편에게 연락해 큰 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두말없이 내게 달려왔다. 남편은 10대가 넘는 유아차를 모두 접어 자기가 몰고 온 승합차에 실어주고, 안전하고 즐겁게 잘 다녀오라고 따뜻하게 인사까지 남긴 후에, 경차인 내 차를 타고 돌아갔다.
하루는 공동육아 엄마들과 동네 유아 숲체험장에 갔다. 낑낑거리며 무거운 유아차를 끌고 산비탈을 올라갔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인가 싶었는데, 빗줄기가 점점 거세졌다. 정말로 난감했다. 잠시 피한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남편에게 재빨리 SOS를 쳤고했고, 남편은 이번에도 두말없이 달려와 우리를 친절하게, 안전하게, 각자 집까지 모셔다(!) 줬다. 엄마들은, 언제나 내가 부탁만 하면 두말없이, 웃으면서 달려와서 도와 주는 남편을 몹시도 부러워했다.
사실, 우리 마을에서 남편 별명은 ‘택가이버’다. 옛날 외화 TV 시리즈 주인공으로서, 순발력과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절체절명 위기를 극복하던 ‘맥가이버’에 남편 이름 중 한 글자 ‘택’을 붙여 만들었다. 남편은 컴퓨터 하드웨어 전문가인데, 컴퓨터 외에도 전기, CC-TV, 방송 장비 등 다양한 기기를 잘 다루고, 몸 쓰고 힘 쓰는 일까지, 못 하는 일이 없다. 게다가, 남편은 농촌에서 자라 공동체에 익숙하고 사람을 좋아해서 다양한 마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컴퓨터 등 전자기기가 고장나면 도맡아서 고쳐주고, 각종 행사에서 무대/부스 설치, 음향장비 제어까지, 그냥 딱 '택가이버'다.
남편은 내가 일하는 기관에서도 자원봉사자로, 청소년 멘토로 활동했다. 어느 늦은 밤 가출한 아이들을 만나러 갈 때도, 새벽에 119 전화를 받고 병원 응급실로 자살 시도한 아이를 만나러 갈 때도 남편이 동행했다. 내가 아이들을 걱정하면 차분하게 달래주고, 안전하게 아이들에게 데려다줬다. 그리고 남편은 강원도, 전라도 등 내가 전국 각지 사회복지 동료들을 만나러 갈 때도 언제나 동행했다. 내 동료, 스승님들과도 금방 친해져 잘 어울렸다. 오지랖 넓고, 늘 바쁜 사회복지사 부인과 살며 힘들 때도 많을 텐데, 남편은 단 한 번도 싫다고 내색하지 않고 내 일과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함께한다.
나는 ‘택가이버’ 남편이 무척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 나 역시 언제나 남편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고,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돕는다. 하지만 어디선가 미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택가이버를 이길(?) 수는 없겠다. 이젠 자기 분야를 넘어서서, 수년 동안 사이버대학교를 다니며 마침내 사회복지사마저 되어버린 남편을 어떻게 이기겠나.
<안내>
_ 본 글을 쓰신 조미리 센터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조미리 센터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심화반에 참여하셨습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시는 조미리 센터장님. 이제 보니, 안팎으로 '에너자이저'이시군요? 하하. 애정을 섞은 농담입니다. 어디서나 나타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만, 매번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일도 쉽지 않은데... 정말, 만능 칼처럼, 실질적으로 쓸모가 많은 남편 분을 두셨네요. 두 분 사이가 어떨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어요. 음... 찰떡? 그래요, 찰떡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네요. 척, 하면 탁, 알아 듣는 사이. 무엇보다도, 두 분께서 서로 깊이 사랑하는 마음을 세상으로 확장하셔서, 인간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구체적으로 실천하시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두 분께서 앞으로도 함께 걸어가실 아름다운 길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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