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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한 걸음 #003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2. 15. 07:14728x90반응형
병원을 갔고
수년간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매우 다양한 문장을 만났고, 조금이라도 더 술술술 읽히도록 끝없이 고쳤다. 이제 그동안 쌓은 지도 사례를 하나씩 풀어내려고 한다. 사례로 배우는, 술술술 읽히는 문장 쓰기 #3.
<기본 설명>
한국어에서는 시간을 나타내는 말 뒤에는 '에'나 '동안' 따위를 붙이고, 장소를 나타내는 말 뒤에는 '에'나 '에서' 등을 붙인다.
_ 여섯 시'에' (시점)
_ 나흘 '동안' (기간)
_ 병원'에' (지점)
_ 병원'에서' (장소)
한편, (타동사의) 동작을 받는 대상이 되는 말 뒤에는 '을/를'을 붙인다.
_ 너를 사랑해. (사랑하는 대상이 너)
_ 사정을 고려했어. (고려한 대상이 사정)
원칙적으로, 시간이나 장소를 나타내는 말 뒤에는 '을/를'을 붙이지 말아야 한다. '에'나 '에서' 등을 붙여야 한다. '병원을 갔고'는 '병원에 갔다'로 고쳐야 자연스럽다.
<잊지 마세요>
(원칙적으로) 시간이나 장소 뒤에는 '을/를'을 붙이지 않는다.
<몰라도 되는 문법 설명>
(1) Marry와 Enter
_ 나는 너를 결혼하고 싶다.
_ 나는 방을 들어가고 싶다.
위 예문을 읽어보라. 자연스럽게 들리는가? 우선, 첫 번째 문장('나는 너를 결혼하고 싶다')는 대단히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나는 너와 결혼하고 싶다'라고 쓸 것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문장은? 아주 미세하게 어색하지만, 그런 대로 괜찮다. 뜻이 통한다.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하는가?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생각해 보자.
_ I want to marry you.
서양인은 결혼을 개인과 개인이 결합하는 일이라고 바라본다. 그러니까, 결혼은 오롯이 나 개인이 선택하는 일이다. 물론, 상대가 수락하고 동의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결혼 과정에서는 내 선택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_ 나는 너와 결혼하고 싶다.
한국인은 기본적으로는 결혼을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어를 '나'로 써서 문장을 만들어도, 너'를'이 아니라 너'와'라고 쓴다. (게다가 결혼하면 상대 개인 뿐만 아니라, 가족 등 많은 사람과 엮여야 한다.)
_ I want to enter the room.
_ 나는 방을 들어가고 싶다.
'방에 들어가는 행동'은 파트너가 있는 결혼과는 사뭇 다르다. 대개는 내가 그냥 결정하면 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방 뒤에 '을/를'을 붙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방'을 단순히 배경이 되는 장소가 아니라 내 행동을 직접적으로 받는 목적어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2) 장소에 '을/를'을 붙이면 무엇이 다른가?
문법은 바뀐다. 문법은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고정된 물체가 아니다. 문법은 언어를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 말 속에서 둥둥 떠 다니는 추상적 개념일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 생각이 바뀌고 실제 쓰는 말이 바뀌면 문법도 바뀐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결국엔 바뀐다.
그렇다면 장소에 '을/를'을 붙이면 무엇이 다른가?
'을/를'은 체언 뒤에 붙이는 목적격 조사다. 어떤 말에 '을/를'을 붙이면 그 말은 목적어가 된다. 목적어가 되면 주어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 행동이 벌어지는 주변이나 배경이 아니라, 중요한 상대가 된다. 따라서 장소 뒤에 '을/를'을 붙이면, 그 장소는 중요한 의미를 얻는다.
한 마디로, 장소를 나타내는 말 뒤에 '을/를'을 붙이면, 그 장소를 어떤 식으로든 강조하는 의미가 생긴다. 그 장소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벌어졌다는 뉘앙스가 실린다.
(3) 시간이나 장소 뒤에 '을/를'을 붙여도 된다!
예전에는 시간이나 장소 뒤에 '을/를'을 붙이면 안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붙여도 된다. 그리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목적이나 뉘앙스는 알고 쓰면 좋겠다. '을/를'을 붙이면 시간이나 장소가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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