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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한 걸음 #009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2. 23. 06:56728x90반응형
거절의 말씀이 없으셔서
수년간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매우 다양한 문장을 만났고, 조금이라도 더 술술술 읽히도록 끝없이 고쳤다. 이제 그동안 쌓은 지도 사례를 하나씩 풀어내려고 한다. 사례로 배우는, 술술술 읽히는 문장 쓰기 #9.
<기본 설명>
_ 갔다는 말이 없어서
_ 긍정의 답변이 없어서
_ 싫다는 느낌이 없어서
_ 기대감이 없어서
문장 끝에 '있다' 혹은 '없다'를 썼는데, 문장 앞에 사람 행동이나 감정이 나온다면? 내가 강조하는, '(한국어) 문장을 곱고 아름답게 쓰는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원리> 문장을 쓸 때, (a) 늘 '사람'을 주인공(주어)으로 삼고, (b) 그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쓰려고 노력하라.
_ 거절의 말씀이 없어서
이 예문에서는 주인공이 '말씀'이다. 말씀이 어떠냐면, '없다'고 한다. 원리에 따라서 문장 주인공을 사람으로 바꾸어 보자. (만약에 주인공을 사람으로 바꾸려고 시도했는데, 아예 불가능하거나 많이 어색하면 그냥 두면 된다.) 예문에는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아마도 3인칭 인물이면 아무나 괜찮을 듯하다. ('어머니'라고 치자.)
_ 어머니께서...
(뜻: 거절의 말씀이 없어서)
어머니께서 뭘 어떻게 하셨다는 뜻인가? '거절의 말씀' 어구로 미루어 볼 때, 말로 거절하셨다.
_ 어머니께서 말로 거절하지 않으셔서
한국어에서는 (문맥이나 상황으로 뻔히 알 수 있는 경우엔) 주어를 자주 생략한다. 그리고 '거절하다'는 말 속에 이미 '말로' 라는 뜻이 들어있으니, '말로'도 생략할 수 있고, 생략해야 자연스럽다.
_ 거절하지 않으셔서
동일한 방식으로, 앞에서 제시한 예문도 바꾸어 본다.
_ 갔다는 말이 없어서 → 갔다고 말하지 않아서
_ 긍정의 답변이 없어서 → 수락하지 않아서
_ 싫다는 느낌이 없어서 → 싫지 않아서
_ 기대감이 없어서 → 기대하지 않아서
<잊지 마세요>
문장을 쓸 때, 늘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고, 그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쓰려고 노력하라.
<몰라도 되는 문법 설명>
어떤 언어든, 명사 계통 품사만 주어로 쓸 수 있다. 한국어에서도 명사, 대명사, 수사만 주어로 쓸 수 있다. 그런데, 한국어에서는 명사 중에서도 사람이나 동물처럼 스스로 움직일 수 있고, 감정을 느끼는 유정명사(有情名詞)를 주어로 많이 쓴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고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무정명사(無情名詞)는 주어로서 덜 사용한다. 반면에, 영어에서는 무정명사에 해당하는 말도 굉장히 폭넓게 주어로 쓴다. (그래서 영어에서는 무정명사를 주어로 세운 사역동사 문장과 수동태 문장을 매우 자주, 대단히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주어로 유정명사를 쓰고, 어떤 경우에 주어로 무정명사를 써야 하는가?
어떤 문장이 표현하는 상황을 마음 속에 떠올렸는데, 유정명사를 주어로 쓸 수 있다면? 유정명사를 주어로 쓰면 된다. 유정명사를 주어로 충분히 쓸 수 있는 상황인데 굳이 무정명사를 주어로 들일 필요가 없다.
The pain made him cry out.
→ [직역] 통증이 그를 비명을 지르게 만들었다.
→ [의역] (그는) 아파서 울부짖었다.
The house itself was making Zelda better.
→ [직역] 바로 집 자체가 젤다를 건강하게 만드는 중이었다.
→ [의역] 젤다는 집에서 지내는 자체로 몸이 좋아졌다.
A single arrow is shot in turn by each other.
→ [직역] 화살 한 발이 각 사람에 의해서 번갈아서 쏴진다.
→ [의역] 궁사 두 사람이 번갈아서 화살을 한 발씩 쏜다.
근대 이후, 특히 한국전쟁 이후에 온 국민이 영어 공부에 목을 매는 동안, 우리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무정명사를 주어로 즐겨 쓰게 되었다. 영어는 한국어와 모든 면에서 대단히 다르다. 한국어를 영어식으로 쓰면 뜻은 통할지 몰라도,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한국어답지 않다. 자연스럽지 않다.
<사회복지사 자기-돌봄 글쓰기 모임 - 글로위로, 2023년 작품집>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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