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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한 걸음 #013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7. 07:38728x90반응형
가혹한 벌을 줬다
수년간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매우 다양한 문장을 만났고, 조금이라도 더 술술술 읽히도록 끝없이 고쳤다. 이제 그동안 쌓은 지도 사례를 하나씩 풀어내려고 한다. 사례로 배우는, 술술술 읽히는 문장 쓰기 #12.
<기본 설명>
_ 가혹한 벌을 줬다.
위 문장을 이렇게 슬쩍 바꾸면 어떨까?
_ 벌을 가혹하게 줬다.
'가혹한'과 '가혹하게'는 뜻은 같지만 형태가 약간 다른 형제다. 둘 다 다른 말을 꾸며서, '가혹한'은 명사를 꾸미고, '가혹하게'는 동사를 꾸민다.
한편, 한국어는 명사보다는 동사(와 형용사)가 발달했다. 동사(와 형용사)를 다채롭게 쓰고, 그럴 듯하게 꾸며서 쓸수록 문장이 부드러워지고, 자연스러워져서, 술술술 읽힌다.
'가혹한'을 '가혹하게'로 바꾸고, 위치를 조금 바꿔서 '벌(명사)'이 아니라 '줬다(동사)' 꾸미게 두면, '벌(명사)'이 아니라 '줬다(동사)'를 강조할 수 있고, 조금 더 한국어스러워진다.
(예시)
_ 큰 박수를 쳤다.
_ 박수를 크게 쳤다.
_ 센 욕을 뱉었다.
_ 욕을 세게 뱉었다.
<잊지 마세요>
한국어는 명사보다 동사(와 형용사)가 발달했다. 꾸미는 말을 쓰려면, 명사보다는 동사(와 형용사)를 꾸미라.
<몰라도 되는 문법 설명>
영어에서는 명사를 (앞에서) 꾸미는 / (뒤에서) 서술하는 품사를 '형용사'라고 합해서 부른다. 하지만 한국어에서는 두 가지 경우를 분리해서 구분한다. 명사를 뒤에서 서술하는 품사는 영어와 똑같이 '형용사'라고 부르지만, 명사를 앞에서 꾸미는 품사는 '관형사(冠形詞)'라는 생소한(보통은 기억조차 못할!) 용어로 칭한다.
관형사는 언제나 명사 앞에 나오는데, 명사 뒤로 옮기면 뜻은 같지만 품사가 '형용사'로 바뀐다.
_ 아름다운 꽃 (관형사)
_ 꽃이 아름답다. (형용사)
_ 드넓은 벌판 (관형사)
_ 벌판이 드넓다. (형용사)
이런 성질을 이해하고 잘 활용하면 문장을 쉽게 쪼갤 수 있다.
_ 드넓은 벌판에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_ 벌판이 드넓다. 그곳에 꽃이 피었다. 무척 아름답다.
위 문장은 원래 짧아서 사실은 쪼갤 필요가 없다. 짧은 문장으로 쪼개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워진다.
_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는 적토마를 타고,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하게 펼쳐진 벌판을, 여포는 아리따운 초선을 뒤에 태우고 정신없이 달렸다.
_ 여포는 초선과 함께 적토마에 올랐다. 적토마는 명마로서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었다. 벌판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광활했다. 여포는 박차를 가했고, 적토마는 정신없이 달려갔다.
명사를 앞에서 꾸미는 관형어를 서술어(동사, 형용사)로 바꾸니 문장이 좀 더 짧아지고 호흡도 빨라졌다. 문장이 짧다고 무조건 좋지는 않다. 그러므로 문장을 덮어놓고 짧게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만약에 긴 문장을 쪼개야 한다면, 관형사와 형용사가 형제라는 사실을 활용해서 위치를 적절하게 바꾼다면, 좀 더 쉽게 문장을 쪼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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