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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때, 체계적으로 방향잡는 원리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5. 06:25728x90반응형
글을 쓸 때, 체계적으로 방향잡는 원리
먼저, 이 글에서 언급하는 ‘글’이 무엇인지 밝혀야겠다. 우리는 막연하게 글쓰기를 두려워한다. 글을 잘 쓰려면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맞다. 재능이 있으면 글을 잘 쓴다. 하지만 재능이 부족해도 글을 잘 쓸 수 있다. ‘글’을 무엇이라고 규정하느냐에 달렸다.
글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문학적 글. 시나 소설 같은 글은 아무나 못 쓴다. 문학적 글은 천부적 재능이 없으면 쓰지 못한다. 그대가 어릴 때 문학 소녀(소년)이었다고 해도, 지금 문학가가 아니라면, 앞으로도 될 수 없다. 재능이 있었다면 이미 문학가가 되었으리라.
둘째, 실용적 글. 문학적 글을 제외한 모든 글을 지칭한다. 실용적 글은 원리를 제대로 배우고 충분히 연습하면 누구나 잘 쓸 수 있다. 천부적 재능이 없어도 노력만 기울이면 실력을 높일 수 있으니, 글쓰기 앞에서 막연하게 두려워한 모든 이에겐 커다란 희소식이다.
실용적 글을 쓴다면, 이제 그대는 공문이나 제안서, 보고서 등 수많은 문서 양식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 상황에서 그대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각 문서가 서로 다른 특성을 이해한 후에, 누군가 잘 써 놓은 예시문을 따라서 쓰는 전략. ‘일단 중간만 가자’는 전략이다.
“보고서를 잘 못 쓴다고 자주 지적받았어요. 그래서 남이 잘 썼다는 예시를 따라서 써 보고, ’보고서 쓰는 방법‘을 다룬 책도 사서 열심히 읽어 봤어요. 내용도 충분히 이해하고 쓰는 요령도 익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서면 다 까먹고 예전처럼 쓰고, 또 욕 먹고 그랬어요.”
예전에 나에게 글쓰기 기술을 배운 어떤 사회복지사 동료가 이렇게 말했다. 이분, 정말로 성실하셨다. 기본 글발도 그리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의욕에 차서 글만 쓰면 지적 받고, 책을 읽고 공부할수록 욕을 먹으니 진짜로 환장할 노릇이라며 무지하게 속상해 하셨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첫째, 글쓰기 기술은 본인이 직접 부딪혀서 느껴야 배울 수 있다. 책을 관람하고 강의를 관람한다고 글을 잘 쓰진 못한다. 어느 지점에서는 반드시 1:1로 지도받으면서 본인이 정확하게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인식하고, 고쳐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둘째, 글쓰기 기술은 근본 원리를 제대로 배우고 이해해야 익힐 수 있다. 하교 길에 돈을 뺏고 때리는 불량배에게 이기려면, 필살기 한두 개 배워봐야 소용 없다. 줄넘기와 러닝으로 기초 체력을 다지고, 잽부터 원투 스트래이트까지 기본기를 탄탄하게 몸에 익혀야 한다.
물은 화학 기호로 H2O라고 쓴다: 물은 수소와 산소가 결합되어 생긴다. 이 지식에 근거하면, 수증기, 얼음, 흐르는 물은 겉모습은 달라도 본질은 같다고 말할 수 있다. 글쓰기도 똑같다. 수많은 양식을 관통하는 기본 요소가 있다. 이 기본 요소가 모든 양식을 만든다.
글쓰기 기본 요소는 네 가지 전개 방식, ‘묘사, 서사, 설명, 논증’이다. 묘사는 정지한 사물을 그림처럼 생생하게 표현하고, 서사는 시간에 따라 대상이 움직이는 이야게를 인과관계로 엮는다. 설명은 독자가 모르는 대상을 풀어서 알려 주고, 논증은 주장하고 근거를 댄다.
네 가지 요소로 ‘보고서’ 양식을 분석해 보자. 보고서는 ‘설명’이 뼈대가 된다. 보고서는 현장에 없었던 상급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시해서 이해하고 납득하게 돕는 문서다. 업무 진행 과정을 설명하면서 필요하다면 묘사, 서사, 논증 요소를 고르게 수용할 수 있겠다.
‘제안서’도 분석해 보자. 제안서는 말 그대로 무언가를 상대에게 ’제안‘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이성적으로 설득‘하는 문서다. 따라서 상대를 설득하는 ’논증’ 방식이 뼈대가 된다. 그리고 설명을 중시하면서 필요하다면 묘사와 서사 방식을 채택하면 된다.
그렇다면, 인스타그램에 쓰는 글은 어떨까? 역시, 분석할 수 있다. 인스타는 시각적 매체라서 사진이 중요하다. 인스타 속 사진은 (사람) 외모, 의상, 장소를 ‘보여준다.’ 따라서 네 가지 글 전개 방식 중에서 묘사와 서사가 중심이 되고, 설명을 가볍게 덧붙이면 충분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서 양식은 묘사, 서사, 설명, 논증 이 네 가지 요소(전개 방식)로 분석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각 문서 양식이 추구하는 목적에 비추어서 네 요소를 적절하게 조합해서 글을 쓸 수 있겠다. 새로운 문서 양식을 만나도 자신있게 쓸 수 있겠다.
따라서 그대는 더 이상 문서 양식이 지닌 온갖 특성을 달달 외우지 않아도 된다. 남이 잘 쓴 문서를 베껴쓸 필요도 없다. 내가 주도권을 딱 쥐고, 문서 양식을 몰고 갈 수 있다. 어떤 상황과 어떤 맥락에서든지, 나 스스로 유연하게 판단해서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
아, 부디 오해하진 마시라. 세상에 공짜는 없다. 댓가를 ‘제대로’ 지불해야 한다. 네 가지 글 전개 방식인 묘사, 서사, 설명, 논증에 대해서는 깊이 이해해야 능동적으로 글을 부리면서 쓸 수 있다. 본질을 이해하는 방법이니, 베끼거나 따라해선 이 길로 갈 수 없다.
2024년 3월 4일 새벽, 이재원 기록.
<사회복지사 자기-돌봄 글쓰기 모임 - 글로위로, 2023년 작품집>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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