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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영 씨, 고마워요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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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영 씨 고마워요!

     

    글쓴이: 백운현(사회복지법인 푸른초장 대표이사, 2024)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10년 전, 우리 교회 성도 지영 씨가 결혼했다. 결혼식은 어느 야외 마당에서 전통 형식으로 열렸다. 그런데 식장 한쪽에 우람하게 선 느티나무 뒤에 지영씨 동생이 서 있었다. 숨어서 결혼식을 엿보는 듯했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미영 씨였다. “미영 씨 맞지요? 반가워요.” 내가 가까이 다가서자 미영 씨는 뒤로 물러났다.

     

    미영 씨는 명문대를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조현병에 걸린 후, 마음 문을 닫고 자기 세계에 빠져 지냈다고 한다. 미영 씨 부모님에게 미영 씨 사연을 듣고 마음이 쓰여서 집으로 여러 번 찾아갔다. 그냥 돕고 싶었다. 하지만 미영 씨는 매번 외면하며 나를 만나주지 않았다. 그래도 나중에는 미영 씨가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도록 힘을 보탤 수 있었다. 미영 씨는 1년 동안 입원해 있으면서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증상을 제대로 관리하니 면회도 할 수 있었고 조금씩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미영 씨, 우리 기관에서 일을 좀 해 볼래요?” “아뇨, 싫어요.” 미영 씨는 3년 내리 딱 잘라 거절했다. 하지만 올해(2024년)는 더 간곡히 제안하고 부모님과 협력해서 끝내 설득했다. 1월 초, 미영 씨가 집에 스스로 갇힌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직장에 출근하는 모습을 보니 내 심장이 다 뭉클했다. 부모님은 애써 눈물을 참았다. 우리는 미영 씨가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왔다. 미영 씨는 결벽 증세도 있어서 자기 물건을 누군가 만지면 다 버렸다. 그래서 혼자 조용히 근무하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고 조심스럽게 지켜보며 이렇게 기도했다. ‘미영 씨가 1년만 버티게 해 주세요’ 3개월째 접어든 지금 미영 씨는 이미 성실하게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나는 마흔 살에 철이 들었다.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쉽게 걸을 수 없었고, 어린 시절 내내 누군가의 등에서 누군가의 등으로 옮겨 다니며 컸다. 학교 갈 때는 친구가 가방을 들어 주었고, 소풍갈 때는 선생님께서 자전거에 태워 주셨다. 이렇게 끝없이 사람들 도움을 받았기에, 다 커서는 나도 조금이나마 폼 나게 살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 속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이대로 하나님 앞에 서면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2003년 봄, 11년 동안 잘 다니던 안정된 직장에 사표를 냈다. 당시에 두 아들은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갑자기 미래가 어두워지자 아내는 1년 동안 우울증을 앓았다. 나는 나보다 더 불쌍한 사람들을 찾았다. 내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섬겼다. 그리고 빚을 갚는 심정으로 몸과 마음이 아픈 어린양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작은 공동체 ‘푸른초장’을 만들었다. 

     

    미영 씨도 상처받은 어린 양 모습으로 ‘푸른초장’에 들어왔다. 칠흙같이 어두운 방에서 탈출하여 넓고 따뜻한 푸른초장에서 따뜻한 햇살도 쪼이고 풍성한 꼴도 먹는다. 미영 씨가 쉴 만한 물가에서 시원하게 생수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이상하게 내 배가 부르다. 그리고 왠지 이 배는 영원히 꺼지지 않으면 좋겠다.

     

    <안내> 

    _ 본 글에 나오는 당사자와 당사자 가족의 성명은 가명입니다. 

    _ 본 글을 쓰신 백운현 선생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백운현 원장님께서는 자기-돌봄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기본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아주 잘 쓰셨습니다. 어쩌면 아주 긴 이야기일 수 있는데, 간략하게 잘 정리하셨습니다. 그리고 미영 씨 삶과 백운현 선생님 삶을 솜씨 좋게 겹쳐서 보여 주셨습니다. 문체가 소박하고 담백하면서 투명해서 좋습니다. 그래서 글이 부드럽고 술술술 잘 읽힙니다. 강점입니다. 

     

    2. 종종 문장을 길게 쓰시는데, 그 지점에서 호흡이 갑자기 늘어집니다. 문장을 잘라야 할 지점을 놓치시는 듯합니다. 그리고 어느 대목에서는 배경 설명과 논리를 생략하셔서 약간 끊기는 느낌도 듭니다. 다음에 글을 쓰실 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3. 미영 씨 이야기와 백운현 선생님 이야기는 따로 떼어내서 나중에 각각 다른 글로 좀 더 길게 써 보셔도 좋겠습니다. 그만큼 두 이야기 모두 흥미롭고 매력적입니다. 특히, 백운현 선생님 개인사를 좀 더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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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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