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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매도 해변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8. 15:58728x90반응형
관매도 해변
글쓴이: 이기국(서경노인복지관 관장, 2024)
첨삭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2021년 여름, 우리 가족(나, 아내, 초등학생 아들과 딸)은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가려고 준비했다. 숙소와 배편까지 예약했지만, 뉴스를 보는데 갑자기 제주도에서 코로나가 발생했다고 한다. 숙소와 배편을 취소한 후 진도군에 속한 작은 섬에 가기로 했다. ‘그래, 관매도로 가자!’ 어렸을 때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올라서 선택했다. (나는 진도에서 태어나 진도에서 자랐고 여전히 진도에서 산다.)
관매도는 전국 방방곡곡 경치 좋은 곳만 골라서 찾아다닌다는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팀이 왔을 정도로 좋은 관광지다. 관매도를 가려면 진도항에서 2시간 가량 배를 타고 가야 한다. 우리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관매도에 도착했다. 8월 20일, 여름철 성수기가 지나서 관매도에는 현지 주민을 빼고 우리 가족밖에 없었다. 첫째 날 우리가 찾은 관매도 해변은 끝에서 끝까지 걸으면 20분이 넘게 걸리는데, 이렇게 넓은 해변을 우리 가족이 독차지했다.
일기예보를 들어 보니 일정 첫날 저녁부터 다음 날까지 강한 바람이 분다고 했지만, 우리는 고기를 구워 먹고 해변에서 모래 놀이도 하며 즐겁게 놀았다. 그런데 둘째 날 문제가 생겼다. 바람이 오전까지만 불고 그칠 줄 알았는데 온종일 불었다. 그냥 바람이 아니라 태풍 같은 바람이 휘몰아쳤다. 설상가상으로 숙소가 너무 좁아서 우리 가족 네 명이 누우면 빈틈이 안 보였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밖에 나갈 수 없는데 숙소마저 좁으니 아이들은 온갖 짜증을 다 부렸다.
첫날 밤부터 태풍에 가까운 강풍이 불어 숙소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만 24시간 동안 꼬박 갇혀 있었다. 하지만 둘째 날 오후 4시가 지나자 바람이 잦아들었고 우리는 숙소 바로 앞에 있는 해변으로 얼른 뛰어 나갔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해변은 볼리비아에 있다는 절경, ‘우유니 사막’처럼 반짝였다. 해변이 엄청나게 넓고 평탄해서, 썰물 때 바닷물이 빠지자 모래사장이 물기를 머금어 거울처럼 하늘을 비추었다. 우리 가족은 답답했던 마음을 털어내듯 해변에서 자유롭게 걷고 뛰었다. 아이들은 혹시나 모래 속에 조개가 있을까 연신 바닥을 내려다봤다.
나는 평소 사진을 자주 찍지 않지만 이 장면은 도저히 놓칠 수 없어서 스마트 폰을 들었다.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처럼 푸른 하늘이 보이진 않았지만 약간 파란 하늘과 흐린 구름이 잘 어울려 꽤 멋있는 작품을 얻었다. 나는 이때 기억이 너무 좋아서 가끔씩 관매도에 가자고 말한다. 하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비좁은 숙소에서 종일 갇혀 있던 상황을 언급하며,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래도 정말 좋았단다. 관매도 해변에서 하늘과 바다 사이에 우리 네 식구만 존재한 순간이.
<안내>
_ 본 글을 쓰신 이기국 관장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이기국 관장님께서는 자기-돌봄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기본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역시, 이기국 선생님은 성실하세요. 배운 대로 쓰시려고 노력하셔서 기특하고, 자랑스럽습니다.
2. 본문만 보면 약간 심심할 수도 있지만, 사진을 포함하는 전체 글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이 일을 다 했기 때문입니다. 사진이 워낙 강렬해서 글은 사진을 지금처럼 살포시 안아 주면 됩니다. 저는 오히려 이 글이 심심해서, 담백해서 좋습니다.
3. 이기국 선생님께서는 생각을 잘 정리하시네요. 흐름과 논리력은 완전 인정. 글은 구조가 표현보다 훨씬 더 중요해서, 이기국 선생님께서는 본인께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시면 지금보다 훨씬 더, 훨씬 더 잘 쓰실 수 있습니다.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다만, 어휘력을 좀 더 쌓으시고, 표현을 좀 더 다채롭게 구사해 보세요(역시, 단기간에는 어렵겠습니다).
<사회복지사 자기-돌봄 글쓰기 모임 - 글로위로, 2023년 작품집>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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