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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려면 '압축'부터 하자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11. 11:04728x90반응형
글을 쓰려면 '압축'부터 하자
AAAAAAbbCCC. 이 단어가 품은 정보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압축해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A가 6번 반복되고, b가 두 번 반복되며, C가 세 번 반복되니, 이렇게 쓰면 된다. A6b2C3. 원 데이터에서 정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압축한다고 해서 이를 '무손실압축'이라고 칭한다. 실제로 컴퓨터 파일을 압축할 때 이런 방식을 많이 활용한다.
한편, 글쓰기를 배우는 초심자는 무시로 다양한 상념에 잠긴다. 글을 잘 쓰려면 우선 문학적 자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레 겁을 먹거나, 무조건 마음 속에 품은 생각과 감정을 풍부하게 적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두려워하거나 뭔가 막 쓰려고 마음 먹는 사이에, 정말로 중요한 글쓰기 요소를 놓친다. 바로 '압축하는 기술'이다.
우리는 왜 정보를 압축하는가? 정보를 압축하면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곁가지 정보는 쳐내고, 정말로 중요한 핵심 정보에 초점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압축은 본질적으로 판단하는 지적 작업이 된다. 실제로 압축 작업을 진행하기 이전에,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판단해야 하니까.
글을 쓸 때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 정보일까? 인류는 수천년 동안 글을 쓰면서 '가장 중요한 정보'에 특정한 이름을 붙였다: '주제.' 주제는 글감에 대해서 글쓴이가 품은 핵심 생각을 뜻한다. 예컨대, 고전 판소리 춘향전에서 글감은 이도령과 성춘향이 사랑하는 이야기고, 주제는 '절개는 중요하다' 혹은 '악인은 망하고 선인은 흥한다' 정도가 되겠다.
그냥 쓰면 되는데, 골치 아프게 왜 글감과 주제를 논하는가? 글은 그냥 쓰면 안 되기 때문이다. 글은 글자가 아니라 생각이다. 생각은 생각이되 그냥 생각이 아니라 잘 정리한 생각이다. 생각을 정리하려면,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덜 중요한지 판단하고 구분해야 한다. 중요한 생각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이야기로 풀어내며, 설명하고 논증해야 한다.
우리가 생각을 정리하지 않은 채,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글을 쓰면, 대단히 자연스럽게 주제에서 벗어나는 곁가지를 많이 쓰게 된다. 예컨대, 글감을 소개하는 부분은 이야기를 적절하게 압축해서 간결하게 표현해도 되는데, 곁가지에 빠져서 장황하게 소개하게 된다. 그러다가 정작 잡아야 할 소는 놓치고, 손에는 다소 허전하게 풀만 쥐게 된다.
그러면, 글을 쓸 때 내용을 어떻게 압축하는가? 중요한 정보와 덜 중요한 정보를 나누고, 덜 중요한 정보를 줄이면 된다. 예컨대, (1) 어린 딸이 장난감을 좋아한다고 치자. (2) 이 딸이 인형도 좋아하고, 자동차도 좋아하고, 블럭도 좋아한다고 치자. 당연히 (1)보다는 (2)가 덜 중요하다. (2)는 구체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1)에 종속된 정보이기 때문이다.
문장 수준으로 내려온다면, 무엇보다도 무의미하게 반복해서 쓴 구절을 찾아내서 잘라내야 한다. 뜻이 같은데 표현법도 같다면 독자는 바로 알아챈다. 사람 뇌는 참 신기해서, 똑같은 문장이라도 다채롭게 표현하면 전부 다 다른 문장처럼 인식한다. 반면에, 서로 다른 문장이라도 비슷하게 반복적으로 표현하면 전부 다 같은 문장처럼 인식한다.
사람들은 문장을 짧고 간결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로 문장을 쓰다 보면 금방 쉽지 않다고 느낀다. 그렇다. 말하긴 쉽지만 실천은 매우 어렵다. 간결하게 써야 한다는 당위에 사로잡혀서 무작정 줄이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쓰면 안 된다. 쓰기 전에 잠시라도 생각하고, 무엇을 뺄지 판단해야 한다. 이렇게 압축해야 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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