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우리 동네 작은 레스토랑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4. 25. 07:15
    728x90
    반응형

    우리 동네 작은 레스토랑

     

    글쓴이: 송주연 (교육복지사, 2024)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우리 동네에 ‘스무티쿠케리’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테이블이 네 개만 놓여있어 공간은 아담하지만, 4개뿐인 작은 공간이지만, 신라호텔 출신 셰프님이 맛있게 요리해 주신다. 홀은 사장님(셰프님 아내)이 담당하신다. 오픈 키친이라 셰프님 가족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우리 부부는 크리스마스에 이곳에서 처음 만났다. 남편은 봉골레 파스타를 맛있게 먹는 내 모습이 신선했다고 말했다. 내가 파스타 속 조개를 하나하나 발라 먹고는, 옆에 조개산을 쌓아두었기 때문이라나. 하하.

     

    처음 만난 장소라는 의미를 두어서일까, 우리 부부는 기념할 일이 있으면 이 작은 레스토랑을 찾았다. 생일, 기념일, 그리고 프러포즈까지. 사장님은 프러포즈를 위해 푸른 장미꽃다발도 준비해 주셨다. 힘들게 구해오셨다면서, 우리가 프러포즈 1호 커플이라고 했다. 서로 처음이 되어 줄 수 있어서 우리 부부와 셰프님 가족 사이는 더 특별했다.

     

    한 번은 셰프님이 비법 소금을 나눠주셨는데, 사장님이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셨다. 손님에게 한 번도 나눠준 적이 없다고 했다. 우리 부부가 결혼 1주년을 맞아 방문했을 때는 셰프님이 그릇에 ‘1st anniversary’ 문구를 적어 디저트를 선물해 주셨다. 깜짝 선물에 뭉클했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 자녀가 생기면, 이 레스토랑을 꼭 소개해 주고 싶었다.

     

    어느 날, 특별히 기념할 일은 없지만 레스토랑이 생각나 방문했다. 우리 부부를 본 사장님이 깜짝 놀라시더니 말했다.

     

    “어떻게 왔어요? 혹시 알고 왔어요?”

    “특별한 일은 아니고, 그냥 생각나서 왔어요! 무슨 일 있으세요?”

    “우리 이번 주까지 장사하거든요. 알고 온 줄 알았어요.”

     

    쿠쿵. 가슴에 돌덩이가 내려앉는다. 추억이 깃든 장소가 사라지는 기분을 뭐라 형용할 수 없었다. 그래도 우리가 인연은 인연인지, 마지막으로 인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동안 우리 부부를 정성스럽게 맞아준 두 분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근처 꽃가게에서 꽃다발을 사서 새로운 출발을 응원한다는 말과 함께 전했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언제까지나 영원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그래서 찰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한다. 작은 레스토랑이 사라진 지금, 여러 모로 아쉽다. ‘더 자주 방문할 걸, 셰프님 가족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걸, 사진이라도 더 찍어둘 걸’ 우리 부부는 기념일에 이 작은 레스토랑을 추억하며 마음에 새긴다. 지금을 소중히 여기자고. 지금 열심히 사랑하자고.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송주연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송주연 선생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심화반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어머나, 송주연 선생님께서 걸작을 또 한 편 쓰셨습니다. 저에게 초고를 보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요즘 부쩍 드는 생각인데... 마음에 여유가 없는지, 핑계인지,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듯해요. 글감 포착도 어렵고, 글을 못 쓴 것만 같고 그렇네요." 그런데 글을 읽어 보니, 아뇨! 대단히 잘 쓰셨어요! 

     

    2. 이 글은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먼저, 스무티쿠케리 레스토랑을 자연스럽게 소개하셨지요. 객관적인 정보에서 시작하셔서 송주연 선생님 부부와 레스토랑 사장님 부부가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 자연스럽게 쓰셨습니다. (마치 저도 이 레스토랑에 찾아가서 사장님 부부와 친해지는 듯, 흐름이 무척 부드럽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부분이 나옵니다. 이 소중한 동네 레스토랑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들으셨죠. 간결하게 잘 표현하셨습니다. (두 분께서 레스토랑 사장님 부부와 정중하게 인사 나누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송주연 선생님께서는 특수한 레스토랑 이야기를 좀 더 일반적인 이야기로 넓히셨습니다. 맞습니다. 송주연 선생님께서는 레스토랑 이야기를 '모든 인연, 모든 순간이 다 소중하다'는 깨달음 이야기로 소화하셨습니다. (글 구조를 이렇게 탄탄하게 짜시다니, 솔직히 놀랐습니다.) 

     

    3. 저는 '송주연 문체'라고 칭하고 싶은데... 송주연 선생님께서는 마음 속에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셨어요. 오해 마시라. '갇혀 있다'는 뜻이 전혀 아니고, '뚜렷한 개성'을 품으셨다는 뜻입니다. 보통 개성이 뚜렷한 사람은 바로 그 개성 때문에 타인이 볼 때는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만, 송주연 선생님께서는 글에 개성을 대단히 뚜렷하게 나타내시면서도, 글을 읽는 사람 마음이 따뜻해지고 포근해지는, 그래서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시네요.  

     

    4. 사실, 전체 구조도 좋지만, 개별 문장이 더 좋습니다. 그동안 많이 발전하셨다고 느꼈는데, 오늘 보니까 또 더 발전하셨어요. 문장 끝처리가 더 좋아졌어요. '-이다'로 끝내는 명사형 문장이 줄어들고, 동사와 형용사를 풍성하게 사용하셨네요. 그래서 글에서 생기가 돕니다. 아울러, 문장 길이도 대단히 적절합니다.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습니다. 문장은 짧아지면 간결하지만 뚝뚝 끊어지고, 길어지면 이해하기가 쉬워지지만 늘어집니다. 이 양 극단 사이에서 길을 잘 찾아야 하는데, 이번 글에서는 완전히 성공하셨어요. (그동안 지도해 드린 내용을 150% 소화하셔서, 선생으로서 참 기쁩니다.) 

     

    5. 네, 송주연 선생님은 글을 계속 쓰셔야 합니다. 심지어 저는 송주연 선생님께서 (아마추어) 수필가로 대성하실 수 있을 정도로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격려도 아니고 기대도 아닙니다. 사실입니다. 뭔가 정체되었다고 느끼셨다는데, 그냥 주관적인 느낌입니다.  송주연 선생님께서 그런 주관적인 느낌을 떨쳐버리고 꾸준히 좀 더 쓰시면, 더, 더, 더 발전하실 수 있어요. 


    <사회복지사 자기-돌봄 글쓰기 모임 - 글로위로, 2023년 작품집>

     

    글로위로, 2023년 작품집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자기-돌봄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2023 모임에서 발간한 작품집을 공유합니다. 공동 저자 _ 권송미 / 사랑누리장애인단기보호센터 센터장 _ 박정은 / 장애인보호작업장 빛

    empowering.tistory.com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성숙을 담는 글쓰기(PDF 버전)

    '자기-돌봄(self-care)'를 주제 삼아 인천광역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하고, 지난 수 년간 사회복지사에게 글쓰기를 가르쳐 온 강점관점실천연구소에서 진행했습니다. 인천시 각 지역에서 성실하

    empowering.tistory.com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내가 가르친 뛰어난 사회사업가께서 들려 주신 이야기: "제가 돕는 청소년이 너무 기특한 행동을 하기에, 저나 제 동료들이나 아주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되었어요. '우와~ 너 어떻게 이렇게 한

    empowering.tistory.com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