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만~ 이렇게 하면 다시는 어디 못 가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4. 30. 05:48728x90반응형
그만~ 이렇게 하면 다시는 어디 못 가
글쓴이: 김연희(미추홀종합사회복지관 과장, 2024)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우리집 큰 아이에겐 자폐성 장애가 있다. 최근 들어서 이 친구와 함께 어디를 가는 일이 점점 더 버거워지고 있다. 그날도 난감한 상황이 일어났다. 제부도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나와야 하는데 큰 아이가 탑승구 앞 로비에서 바닥과 한 몸이 되어 구르기 시작했다. 들어서 태울 수도, 달래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이 40분 가량 지속됐다. 지나가던 관광객들이 보내는 눈초리를 맞고 거드는 이야기를 들어가며, 아이와 실랑이를 벌였다. 로비에 서서 아이에게 사정하다 결국 바닥에 주저앉아 아이와 함께 울며 케이블카 탑승을 포기했다.
건물 입구로 내려와 섬 건너편에 있는 택시를 잡아봤지만, 바닷길이 막히는 시간이 다가와서 인지 응답하지 않았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남편에게 두 아이를 맡기고, 안내소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럴 때마다 난 죄인이 된다. "죄송한데요."로 시작해서, "감사합니다." 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다행히 고정벨트가 있는 휠체어를 빌려 케이블카에 온 가족이 모두 탑승했다. 나는 울고 있는 아이에게 우리 가족이 항상 여행 끝자락에 하던 말을 또 다시 내뱉었다. “그만, 이렇게 하면 다시는 어디 못 가. 집에만 있어야 해.”
이렇게 날카로운 말을 내뱉는 와중에 남편이 벌겋게 달아오른 내 얼굴과 설움이 폭발한 아이 사진을 함께 찍어주며 말했다. “사진 재밌지? 이 모습도 추억이 될 것 같아서 찍었어. 휠체어에 태울 생각을 어떻게 했어? 자기 덕분에 잘 타고 나가잖아. 잘 마무리 했으니까 웃자. 고생했어. 그리고, 우리는 또 힘든 감정은 잊고, 아이들을 위해 또 여행을 계획할 거잖아?” 남편 말을 듣고 나니 상황이 심각한데도 심각한 상황 웃음이 나왔다. 협박처럼 한 말은 잊어버리고 아이들과 어디 가면 좋을지 또 고민할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에 어이 없어서 한 번. 그 힘든 상황을 함께 지나고 침묵할 수도 있었을 텐데, 고맙다 말해주는 남편에게 고마워서 또 한 번.
우리 가족여행은 항상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늘 있기에, 난 오늘도 다음 여행 계획을 세워본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김연희 과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특히, 본 글에 사용한 사진에 대해서는, 김연희 과장님 남편 분께서도 검토 후 허락해 주셨습니다.
_ 김연희 과장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제 2기)'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차수현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재원 선생 - 김연희 과장님 상호 피드백>
1. (이재원) 무척 잘 쓰셨습니다. 논리 흐름도 정연하지만, 무엇보다도 내용상 군더더기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군더더기를 쓰지 않으신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꼭 말씀해 주세요.
A. (김연희) 오래 전부터 이 사진에 대해 누군가와 대화 나누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진을 제출하라고 하셨을 때 곧바로 이 사진을 골랐고요. 평소 틈이 날 때마다 이 사진 이야기를 어떻게 담담하게 표현할까 고민하며 아이디어 노트에 적었죠. 그래서 잘 정리해서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2. (이재원) 사실, 꽤 감정적으로 맺혀 있을 법한(?) 소재를 다루셨는데, 피해의식 등 왜곡된 마음을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 말씀해 주세요.
B. (김연희) 아이가 젖을 먹던 그 순간부터, '설마?'라는 마음으로 7년 동안 모른 척했어요. 그리고 5년 전부터 아이 장애를 온전히 인정하기 시작했고요. 인정하기 전까지 많이 울었고, 모든 친구관계를 끊을 정도로 숨기기도 했죠. 그 긴 시간 동안 제가 겪은 상황에 대해서 표현하고 싶은 말은 참 많은데, 뭐랄까요... 그 마음을 삼키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제가 장애 이야기를 꺼내거나 제가 느낀 감정을 말하면, 사람들은 제 마음을 잘 공감하지 못했으니까요. 다만,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이 글을 읽고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정도로 생각해요. 그래서 최대한 속상한 마음은 내려 놓고 쓰게 되는 듯 하고요.
3. (이재원) 앞으로 쓰시게 될 글을 기대합니다. 아이 이야기도 쓰시겠지만, 개인 김연희 이야기가 좀 더 듣고 싶습니다. 역할이나 직책을 벗고 그냥 인간 김연희로서 좀 더 자유롭게 글을 쓰세요.
C. (김연희) 이 피드백을 받고 나니, 엄마 김연희, 직장인 김연희 이야기만 쓰려고 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나는 어디 있을까?' 라고 질문하며, 저 자신을 좀 더 찾아야겠다 생각했어요. 남은 교육 시간 동안 제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회복지사 자기-돌봄 글쓰기 모임 - 글로위로, 2023년 작품집>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지식 공유하기(기타) >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꼬수운 냄새 (0) 2024.05.03 부대찌개 후추 냄새가 간지러워서? (0) 2024.05.02 일곱 문장으로 서른 다섯 가지 마법을 부리다 (0) 2024.04.28 우리 동네 작은 레스토랑 (0) 2024.04.25 온 우주가 도왔다! (0) 2024.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