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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수운 냄새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5. 3. 11:43728x90반응형
꼬수운 냄새
글쓴이: 신선미 (성산종합사회복지관 과장, 2024)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남편이 덕적도에서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 지낼 때 나 혼자 두 아기를 키웠다. 남편은 효자라서 ‘우리가 어머니 댁에서 함께 살면 우리도 편하고 홀어머니도 외롭지 않아 행복할 것’이라며 결혼 후 합가를 제안했다. 어머니 댁에 살면서 참 즐거웠고 결혼 4년 만에 아이도 낳아 키웠지만 육아 방향이 달라 어머니와 사이가 틀어지고 살얼음판 위를 걷듯 긴장감이 돌 때, 남편은 혼자 덕적도로 가버렸다. 결국 나는 분가했다. 남편이 있는 덕적도도 아니고, 어머니 댁도 아닌 나만의 공간에서 내 힘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
덕적도에 가려면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배를 1시간 정도 타야 한다. 그런데 봄에는 안개가 자욱해서, 여름에는 비가 자주 와서, 가을에는 태풍 때문에, 겨울에는 일이 바빠서 남편이 집에 오지 못하니 월말부부가 되었다. 주말부부가 되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던데, 지금은 이 말 뜻을 잘 알지만, 어린 아들 둘 키우는 엄마는 죽을 맛이었다. 그때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건조기를 구입했다. 솔직히, 3대 이모님이 남편보다 나았다. 그때는 내가 운전을 못해서 첫째 아이는 유모차에 태우고 둘째는 힙시트에 앉혀서 지하철 타고 나들이도 다녀오고, 셋이서 버스 타고 정처 없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아이들을 씻기고 나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난다. 나는 아무리 바쁘고 지쳤어도 반드시 아이들 발에 뽀뽀하고 발 냄새를 맡았다. 왜 아이들 발에서는 꼬수운 냄새가 날까? 아이들 발 냄새는 달짝지근하고 고소해서 중독된다.
“어, 어디서 발 꼬랑내가 나는 거지? 어디지? 아, 여기인가? 다온이 발인가 누리 발인가? 어우 꼬랑내. 뽀뽀나 해야겠다! 쪽쪽쪽”
아, 이제 알겠다. 엄마는 아이들 발 냄새를 맡으며 아이들 사랑을 온전히 독차지한다. 일상에 지치고 힘들어도 아이들 사랑 냄새를 맡으며 스트레스를 풀고 기운을 회복한다. 나는 오늘도 꼬수운 발 냄새를 맡는다. 아이들의 발을 보며 크느라 수고했다 안아주고 출근한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신선미 과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신선미 과장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제 2기)'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차수현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정말로 잘 쓰셨습니다. 솔직하고, 쉽고, 깊게 쓰셨습니다. 많은 워킹맘이 절절하게 공감할 듯합니다.
2. 제목이 기가 막히게 좋습니다. 구체적인 사물이면서도 추상적인 가치를 온전히 담았습니다.
3. 신선미 선생님께서는 글발이 좋습니다. 앞으로 쓰실 글을 더욱 기대합니다.
<사회복지사 자기-돌봄 글쓰기 모임 - 글로위로, 2023년 작품집>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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