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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찌개 후추 냄새가 간지러워서?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5. 2. 08:46728x90반응형
부대찌개 후추 냄새가 간지러워서?
글쓴이: 표지수 (인천종합사회복지관 복지공동체과 팀장, 2024)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20년 동안 가족처럼 지낸 친구가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내민다. 우리 삼총사는 끈끈했기에 누구라도 시집 가는 날이 오면 슬프리라 예상했는데 그냥 덤덤했다. 참 이상했다. 그 후에도 계속 덤덤했다. 남편 될 사람을 보여준 날에도 덤덤했고, 청첩장을 받은 날에도 덤덤했다. 심지어 결혼식 당일에도 덤덤했다. 신부 도우미로서 친구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축사도 읽어줘야 해서 정신이 없었고 조금 슬펐을 뿐 눈물은 나지 않았다.
몇 달 후 앨범이 나왔다며 사진을 보러 오라고 한다. ‘결혼식 날 볼 거 다 봤는데 무슨 앨범을 또 보래.’ 나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6층 신혼집을 씩씩대며 올라갔다. 친구가 더스트백에 보관된 명품 가방처럼 귀하디 귀하게 포장된 앨범을 꺼낸다. 앨범을 여는 순간 모두 눈물바다가 됐다. 한 방울 흘리는 정도가 아니라 부둥켜 끌어안고 한참 동안 울었다.
모두 주책을 진정하고 밥을 먹는데 눈물이 난 이유를 누구도 설명하지 못했다. 활짝 웃은 친구 모습이 너무 예뻐서는 절대 아니다. 평생 내 옆에 있을 줄 알았던 친구 옆에 동반자 남편이 생겨서 질투가 나지도 않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행복하기만을 기원하며 감동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아무래도 친구가 끓여놓은 ‘부대찌개 후추 냄새가 간지러워서’ 운 듯하다고 결론 내렸다. 한바탕 눈물 후에 간지러움만 남았다. 내 코에도, 마음에도.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표지수 팀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표지수 팀장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제 2기)'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차수현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우와! 정말 잘 쓰셨습니다. 매우 간결하게 쓰셨는데도, 20년 동안 가족처럼 동거동락한 친구 사이가 풍성하게 잘 드러납니다. 독자는 이 글을 읽으면서 행간을 읽습니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신 ‘간지러움’을 여러 모로 생생하게 느낍니다.
2. 마지막 단락에 나오는 ‘부대찌개 후추 냄새가 간지러워서’ 대목이 너무 좋아서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이 글에서 표현하고 싶어하셨을 복잡 미묘한 감정을 대단히 잘 대변합니다.
3. 곰곰 생각해 보면, 이 글은 길게 쓰려면 한없이 길게도 쓸 수 있겠습니다. '19년지기 친구들'과 쌓은 추억이 얼마나 많겠어요? 하지만 표지수 선생님께서는 사과 정 중앙을 깨끗하게 잘라서 속을 보여주듯 쓰셨어요. 한 방에 이야기 본질을 전달하셨습니다. 능력입니다.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사회복지사 자기-돌봄 글쓰기 모임 - 글로위로, 2023년 작품집>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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