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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밀스러운 취미 생활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5. 1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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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 7줄 글쓰기]

     

    1. 퇴근 후 각성이 되어 잠이 오지 않으면, 나는 비밀스러운 취미생활을 시작한다.
    2. 모두가 잠든 새벽, 혼자 귀여운 카OO 브릭을 꺼내 하나씩 맞춰간다.
    3. 일을 하며 힘들었던 마음을 카OO 브릭에 꾹꾹 눌러 해소한다. 
    4. 그렇게 완성된 브릭을 나만의 전시 존에 놓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5. 며칠 후 내 방에 온 엄마가 한소리 한다: "나이가 몇 살인데 그런 걸 맞추니? 그런 곳에 돈쓰지 말고 저축을 더 해라."
    6. 서운하지만 "알겠어. 더 안 사고 돈 열심히 모을게~^^"라고 대답하고 상황을 모면한다.
    7. 엄마는 모른다. 내 침대 서랍장에 뜯지 않은 브릭이 5개나 더 있다는 사실을.

     

    [이재원 선생, 7줄 피드백]

     

    1. 수업 시간에 학생 분들께서 쓰신 7줄 글 중에서, 이 글이 완성도가 가장 높습니다. (극찬하겠습니다.)

    2. 우선, 이야기 구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기(비밀스러운 내 취미 생활, 카OO 브릭) - 승(카OO 브릭을 조립하며 지친 내 마음을 돌본다) - 전(엄마는 내 취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 결(나는 몰래 취미 생활을 이어가련다)

    3. 이야기 뼈대를 잘 세우셨습니다. 아직 숨겨진 이야기가 많다고 느껴지는데, 중요하지 않은 곁가지는 싹 다 잘라내시고, 중심 뼈대만 남기셨습니다. 

    4. 생각나는 대로 쓰지 않고, 충분히 생각하고 쓰셨기 때문에 초점이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쓰실 수 있었으리라 짐작합니다. 

    5. 잘 쓴 글은 우리 마음에 미묘하게 마법을 부립니다. 딱 이 글처럼, 내용이 짧고 표현도 간결한데, 글쓴이 감성을 대단히 풍성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6. 기술적으로 조언하겠습니다. 글을 쓰실 때 이모티콘(^^)이나 물결 무늬(~)은 쓰지 마세요. 격이 떨어집니다. 

    7. 전수완 선생님! 이 글은 그냥 두시죠. (이미 완성된 듯해서요.) 그 대신, 다른 과제를 드릴게요. '나는 왜 카OO 브릭을 사모으고, 조립하는가?' 이런 제목으로 브릭을 언제부터 사셨는지, 왜 사셨는지, 무엇이 좋았는지 등을 자유롭게 정리해 보세요. (네 단락 이내로 우선 써 보시고, 초고를 마감일까지 내세요.)


    [재고: 여러 단락 글로 확장]

     

    비밀스러운 취미 생활

    (부제: 나는 왜 카OO 브릭을 사모으고 조립하는가?)

     

    글쓴이: 전수완 (부평구노인인력개발센터 주임, 2024)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2021년 제주도 여행! 공항 면세점에 들러 눈요기하다가 카OO 브릭을 처음 보았다. 나는 여행할 때 다신 오지 않을 곳이라 생각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은 일단 사고 본다. 제주도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브릭이라니! 가격도 저렴하고 아주 귀여워 꼭 사고 싶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결제하고 바로 동생에게 연락했다. “소연아, 언니랑 카카오 브릭 맞출래?” 평소 손재주 좋은 동생은 흔쾌히 같이 맞추자고 대답했다.

     

    집에 돌아와 브릭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50장이 넘는 설명서와 작고 귀여운 브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이걸 언제 다 맞추지?’ 걱정하면서 첫 페이지부터 차근차근 조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몰입하면서 평소 나누지 못한 대화를 나누었다.

     

    동생은 그동안 배우가 되고 싶어했는데, 나와 같은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는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이유를 물어보았다. “더 이상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고, 그만 눈치 보고 싶어. 20대 후반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려니 두려운데 언니가 하는 일은 그래도 안심하면서 도전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러니까 많이 도와줘”. “그래, 언니가 도와줄게. 걱정하지 말자.” 나는, 미안했고, 고마웠다.

     

    이날, 브릭을 맞추며 참 행복했다. 집에 스며든 밝은 햇살, 동생과 나눈 따뜻한 대화, 귀여운 감귤 집 브릭까지, 그냥 모두 좋았다. 나는 이때 느낀 소소한 행복을 이어가고 싶어서 카OO 브릭을 모으기 시작했다. 카OO 프렌즈 채널을 추가하고 새로운 브릭이 나올 때마다 구매하고 조립했다. 나만의 전시존에 늘어가는 브릭을 보면 괜히 마음이 뿌듯했다. 인테리어 효과도 있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이제는 너무 많이 구매해 엄마에게 잔소리를 듣지만, 스스로 행복하기 위해서 멈추지 않고 브릭을 사고 조립할 것이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전수완 선생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전수완 선생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제 2기)'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차수현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우와! 정말 근사하게 잘 쓰셨어요. 무엇보다도 전수완 선생님 필치가 참 섬세하네요. 마치 팬시한 단편영화를 보듯 뽀사시했어요. (물론, 칭찬입니다!) 개성적이라서 좋습니다.

     

    2. 동생과 나눈 대화 내용을 삽입하니, 이야기 줄기가 확 바뀌었지요? 7줄 글쓰기에서 주연이었던 엄마가 갑자기 조연이 되어 배경으로 사라지고, 7줄 글쓰기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동생이 주연이 되어 앞으로 나왔어요. 7줄 글쓰기가 어떻게 더 긴 글로 흥미롭게 확장되는지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뼈대는 뼈대일 뿐, 글쓴이가 뼈대 안에 살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글로 바뀔 수 있답니다. 

     

    3. 몇 가지 안 좋은 습관이 보입니다. 지금 단계에서 모두 고칠 수는 없습니다. 두 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 (a) 문장 끝이 쓸데없이 길어집니다. 간결하고 경쾌하게 쓰시려면 명사보다는 동사/형용사를 살려쓰셔야 합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주어는 늘 사람으로 쓰려고 노력하시고, 문장 마지막은 ‘이다’, ‘있다’, ‘없다’, ‘하다’로 끝내지 말고 다른 동사/형용사를 쓰려고 노력하세요. (b) 수줍은 성격 때문이겠습니다만, 본인 생각이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쓰지 않고 빙 돌려서 표현하십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좀 더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시면 좋겠어요. 직접적으로 쓰셔도 괜찮습니다. 


    <글쓴이 전수완 재-피드백>

     

    '성숙을 담는 글쓰기' 수업 시간 중에 쓴 7줄 글을 여러 단락으로 확장해서 쓰라고 말씀하셔서 많이 걱정했다. 나는 글쓰기 기본기도 없고, 글을 못 쓴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우선 3단락 안에 담고 싶은 주제를 선정하고 글을 천천히 써 내려갔다. 다 작성하고 보니 역시나 군더더기가 많고 장황했다.  

    이재원 선생님께서는 '글을 선명하게 써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 내가 쓴 글은 마냥 장황했다. 그래서 줄이고, 줄이고, 또 줄였다. 간결하게 쓰자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사라지고, 강조하자니 장황해지고... 도무지 글을 매끄럽게 이을 수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물건에 더 많은 의미와 이야기를 넣어야 한다는 생각에도 사로잡혔다. “그래, 그만 수정하고 일단은 선생님에게 피드백 받아보자” 스스로 다독이며 미완성 과제를 제출했다. 

     

    그런데 이재원 선생님께서 잘 썼다며 크게 칭찬해 주셨다. (조금 놀랐다.) 그리고 글이 좀 더 흥미로워질 수 있도록 추가 과제를 주셨다. 선생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열심히 수정해서 제출했다. 수정하면서 함께 수업에 참여하는 우리 기관 동료에게 힘들다고 툴툴거렸지만 속으론 뿌듯했다. 

    그렇게 최종본을 제출하고 나서 하루 뒤 선생님께서 피드백을 적어 주셨다. 조금씩 고쳐주신 내용이 적절해서 감탄했다. 그리고 글을 너무 잘 쓰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간결하게 써도 풍성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선생님께서 지도해 주신 내용을 천천히 읽으며 머리에 이렇게 입력했다. '간결하게 쓰자. 동사/형용사를 살려 쓰자. 그냥 솔직하게 쓰자.'


    <이재원 선생 재-재-피드백>

     

    1. 아뇨, 전수완 선생님은 글쓰기에 재능이 있습니다. 확실합니다. 고쳐야 할 단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글발이 좋습니다. 선생님 마음 속에 품은 씨앗을 진주로 키우시려면, 더 많이 배우시고, 더 많이 생각하시고, 더 많이 쓰시고, 더 많이 평가 받으셔야 해요. 

     

    2. 사실, 글쓰기 능력이란 '상술(풀어서 쓰기)과 요약'입니다. 자세하게 써야 할 대목을 자세하게 쓰고, 간결하게 넘어가야 할 부분은 간결하게 처리하는 기술이죠.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모두 이 기술이 훌륭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기술을 배울 수 있을까요? 무조건 많이 써 봐야 하지만, 전수완 선생님 단계에서는 '글을 쓰시기 전에 최대한 많이 생각'하셔야 합니다. 특히, '내가 무엇을 쓰고 싶은지'를 많이 생각하세요. 내가 쓰고 싶은 내용이 중요한 내용이고, 중요한 내용을 늘리면서 덜 중요한 내용은 간결하게 쓰시면 됩니다. 

     

    3. 7줄 글쓰기를 생활화하세요. 7줄 글쓰기는 글 뼈대를 세우는 작업입니다. 긴 이야기에서 앞부분을 잘라서 7줄로 적지 마시고, 전체 이야기에서 중요한 내용을 추려서 쓰셔야 해요. 그래서 7줄 글쓰기를 제대로 실행하면, 문장과 문장 사이에 많은 이야기가 숨게 됩니다. 그러니까 7줄 글쓰기에서는 약간 빈 느낌이 들어야 해요. 이 빈 부분을 확장판에서 채워 넣으시면 됩니다. 

     

    4. 7줄 글쓰기는 뼈대에 불과하므로, 확장판을 쓰실 때 '내가 무엇을 강조하느냐?'에 따라서 세부적인 내용이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내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무엇을 중시하느냐에 따라서 주제가 바뀔 수 있습니다. 비유컨대, 건물을 지을 때 전체적인 뼈대는 철골로 세우되, 그 안에는 목재를 채울 수도 있고 벽돌로 쌓을 수도 있겠습니다. 창문도 좌우로 길게 배치할 수도 있고 세로로 길게 설치할 수도 있겠습니다. 벽지 색깔이나 건물 외벽 색깔도 건축주 마음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채롭게 선택할 수 있겠습니다.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성숙을 담는 글쓰기(PDF 버전)

    '자기-돌봄(self-care)'를 주제 삼아 인천광역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하고, 지난 수 년간 사회복지사에게 글쓰기를 가르쳐 온 강점관점실천연구소에서 진행했습니다. 인천시 각 지역에서 성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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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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