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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팬티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5. 13. 07:04728x90반응형
빨간 팬티
글쓴이: 박현주 (인동지역아동센터 센터장, 2024)
첨삭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봄이(가명): “선생님~ 겨리 오빠 팬티 보여요.”
가을이(가명): “빨간색 팬티 입었어요.”
겨리(가명): “우씨! 니들이 왜 내 팬티를 보고 난리야!”
아뿔싸! 또 시작이다. 중간고사 시험을 친 중학교 겨리가 (지역아동)센터에 일찍 와 있으니, 초등학생 아이들과 또 토닥토닥 시끌시끌하다.
빨간색이라니! 할머니가 사주었을 리는 없고 아빠의 팬티를 입은 듯했다. 아이를 상담실로 불러 물어봤다.
나: “너! 아빠 서랍에서 꺼내 입었지?”
겨리: “아빠가 줬어요.”
나: “아빠가 주기는! 네가 자꾸 아빠 팬티 입으니까 그냥 너 입으라고 주시고 아빠는 새로 사셨잖아, 맞지?
겨리: “선생님, 어떻게 알았어요?”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던 겨리는, 중학생이 되면 같이 살자고 아빠와 약속했다. 드디어 중학생이 되고 아빠가 구미로 돌아와 학교 앞에서 같이 산다. 이제 아빠와 같이 산 지 1년, 겨리는 어린아이가 엄마 화장대에 손을 대듯 아빠의 모든 것을 궁금해했다. 얼마나 입고 싶었으면 아빠가 입던 팬티를 몰래 입었을까.
음... 아마도 아이와 아빠는 서로 알아가며 서로 맞춰가고 있으리라. 아이에게 아빠와 같이 사는 법에 대해서 다시 찬찬히 설명해야겠다.
나: 겨리야, 우리 팬티 사러 갈까? 겨리가 아무 거나 고르면 쌤이 사 줄게!
겨리: 아싸!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걸작입니다. 솔직하고, 쉽고, 깊게 쓰셨네요. 내용은 간결하고, 문체는 부드러우며, 시선은 따뜻합니다. 한 마디로, 우아합니다. (네, 극찬입니다.)
2. 제 생각이 완전히 맞았네요. 이제 박현주 선생님께서는 스스로 완벽하게 본인 길을 찾으셨습니다. 적당하게 거리감을 둘 수 있는 소재/주제를 선택하시니,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으신 듯 훨훨 날아 다니시네요.
3. 글 내부도 기가 막히게 잘 쓰셨지만, 무엇보다 글 경계선을 잘 그으셨습니다. 들길을 걷다가 작은 꽃을 만나 가볍게 스냅 사진 찍듯, 짧은 글 길이에 딱 맞는 소재를 고르셨습니다. 그래서 독자 마음에 마법이 또 일어납니다. 글이 충분히 짧지만, 독자가 느끼는 감성은 충분히 풍성합니다. 포만감을 느낍니다.
4. 내용상으로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어서, 거의 시처럼 느껴지는 날씬한 산문을, 박현주 선생님께서는 계속 쓰셔야 합니다. 이렇게나 훌륭한 글솜씨를 썩히면 안 됩니다. 지금처럼 쓰시면 됩니다. 소재를 작게 고르시고, 충분히 생각하신 후에,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적으시면 됩니다.
<사회복지사 자기-돌봄 글쓰기 모임 - 글로위로, 2023년 작품집>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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