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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배달의 민족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6. 4. 16:45728x90반응형
달려라, 배달의 민족
글쓴이: 이성은 (인천종합사회복지관, 2024)
첨삭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어김없이 어르신들께 밑반찬을 전달하는 화요일이 돌아왔다. 2년째 나와 밑반찬 업무를 맡고있는 외근 메이트와 덜덜거리는 기관차에 몸을 싣는다.
반찬 냄새가 온몸을 뒤덮고 나도 모르는 사이 옷에는 고춧가루가 묻었다. 퇴근 후 약속을 잡을 수 없다. 밑반찬 배달하는 날엔 검은 옷을 입어야 한다. 무더운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올 때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앉아서 일하는 동료들이 살짝 밉기도 했다.
그날도 정말 더웠다. 땀을 흘리며 엘리베이터 없는 6층 계단을 오르는데 나와 똑같은 표정을 지은 채 내려오시는 택배 기사님을 만났다. 기분이 참 묘했다. 밑반찬을 다 전달하고 차로 돌아와 외근 메이트한테 말했다. “우리, 배달의 민족 같아…” 업무가 고단하여 보람은 오래 전에 잊었다.
’끼익‘
‘탁’
차에서 내린 우리는 자연스레 두 갈래로 흩어진다. 여기는 203호, 여기는 301호. 네비게이션? 주소? 필요 없다. 발로 외웠으니까.
“어르신, 저 들어갈게요”
거동을 못하는 어르신 댁에선 반찬이 상할까 냉장고에 넣어드린다.
“오늘 반찬 깍두기라서 빼고 다른 거 더 넣었어요.”
틀니를 사용하시는 어르신에겐 깍두기를 빼고 드려야 한다.
밑반찬 전달을 마치고 기관으로 돌아오며 대화한다. “그 아버님 좀 살 빠지신 것 같지 않아?”
우리는 오늘도 달린다. 보람보다는 진심으로.
<안내>
_ 본 글을 쓰신 이성은 선생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본 글에 사용된 사진은 본인(이성은, 표지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이성은 선생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제 2기)'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차수현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걸작입니다. 문장을 조금 고쳤습니다만, 원래 원고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2. 대단히 간결하게 쓰셨는데,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생략하신 내용이 어쩌면 이다지도 생생하고 풍성하게 느껴질까요?
3. 어쩌면, 진짜 사회복지 일은 편하게 책상에 앉아서 펜대나 굴리는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성은 선생님처럼 땀을 뻘뻘 흘리며 계단을 오르내리며 밑반찬을 배달하고, 잠깐 사람 얼굴을 보는 찰나에 표정을 세심하게 확인하는 일이 어쩌면 오히려 더욱 중요한 일이겠지요. 음... 아닙니다. 사실, 사회복지 일과 사회복지 아닌 일을 구분하는 시도가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필요하면 똥도 받아내고, 필요하면 서류도 작성합니다. 필요하면 함께 웃고 필요하면 함께 웁니다. 누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우리는 돕는 사람이니까요. 젊은 사회복지사 이성은 선생님께서 이 짧은 글 속에 사회복지 실천이 무엇인지 잘 그려내셨습니다. 깊이 인정하고 칭찬 드립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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