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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버리고 나를 되찾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6. 4. 06:37728x90반응형
신발을 버리고 나를 되찾다
글쓴이: 이기국(서경노인복지관 관장, 2024)
첨삭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나는 한때 취미로 신발을 수집했다. 나이키, 조던은 당연히 모았고, 아디다스, 이지, 명품 운동화를 가리지 않았다. 원하는 신발을 찾으려고 나라를 가리지 않고 해외 사이트를 이용했다. 해외에서 신상 신발이 발매하는 새벽 시간에 맞춰 미친 듯이 구매 버튼을 클릭했다.
택배가 도착하면 일부러 약속을 만들어 새 신발을 신고 나갔다. 외출용, 런닝용, 농구용, 테니스용, 출근용으로 신발을 샀고, 옷을 입는 스타일에 맞춰 신발을 준비했다. 아내는 오래된 신발은 제발 버리라고 핀잔을 주지만, 절대로 버릴 순 없었다.
밖에 나가면 혼자서 우쭐했다. 희소성 높은 내 신발에 어떤 스토리가 붙었는지 누가 디자인했는지, 어떤 유명인과 협업했는지, 구구절절 설명했다. 남들이 보기엔 다른 신발과 차이가 없었겠지만, 내 눈에는 보물처럼 귀했다. 남들은 돈벌이 수단으로 되팔기도 하지만, 나는 그저 신발을 쌓았다. 저렴한 모델도 있지만 대부분 꽤 비쌌다. 당연히 통장 잔액은 줄어들고, 신발장이 채워질수록 카드 할부액도 쌓여 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 ‘현타’가 왔다. 빈 수레가 요란했다. 내면은 터무니없이 부족한데 겉모습에만 신경을 썼다. 일주일에 몇 번 신지도 않을 신발에 돈을 쓰는 내 모습이 한심했다. 어차피 시간이 흘러 유행이 지나면 촌스러워 보이는데 왜 그렇게 신발에 열중했는지 모르겠다.
신발을 버리니 겉모습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더는 남 눈치를 보지 않고, 내면을 가꾸는 데 집중한다. 요즘은 저렴한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출근한다. 외출할 때는 디자인보다 발이 편한 신발을 신는다. 발도 마음도 편안하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이기국 관장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이기국 관장님께서는 자기-돌봄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심화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우와~ 잘 쓰셨어요. 우선, 이기국 선생님 장점인 '평이한 문체'가 잘 드러났습니다. '평이한' 문체란, '평범해서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체를 뜻합니다. 세상에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체만큼 뛰어난 문체는 없답니다. (늘 말씀 드렸듯, 본인 문체를 자랑스러워하시길 바랍니다.) 다음으로, 글 경계선을 뛰어나게 잘 설정하셨습니다. 사람들은 글쓰기를 '문장력'이나 '문학성(표현력)'으로 오해합니다. 물론, 이런 특성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구조 뽑기'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이기국 선생님께서는 무엇을 쓸지, 어디에서 어디까지 쓸지를 글 길이에 딱 떨어지게 선택하는 능력을 갖추셨습니다. 비범한 능력입니다.
2. 특히, 마지막 단락을 기가 막히게 잘 쓰셨습니다. 결국, 이기국 선생님께서는 신발을 수집하는 취미에 '겉모습에 관심 두는 행동'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셨지요. 그리고 '겉모습보다는 내면을 돌아보겠다'는 주제를 제시하셨습니다. 마지막 단락을 기준으로 글을 다시 읽어 보면, 내용이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글 마지막 대목에서 의미를 적절하게 부여하면(내 생각과 감정을 잘 들여다 보고 정확하게 설명하면) 평범한 내용도 보석처럼 빛납니다.
3. 글을 내시기 전에 이기국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글을 쓰려고 하는데, 글감이 생각나지 않아요. 며칠 동안 고민했는데 쓸 이야기가 없어요.” 그래서 좀 놀랐습니다. 결국, 이렇게나 멋지게 글감을 찾으셨으니까요.
아마도, ‘뭔가 대단한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충분히 그러실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대단한 이야기를 기대하지 않아요. 그냥 생활하시면서 이기국 선생님을 소소하게 스치는 힘들고, 외롭고, 억울한 이야기를 툭, 하고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어떤 이야기가 대단한지 아닌지는 미리 정해져 있지 않아요. 어떤 식으로든지 선생님께서 의미를 부여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좋은 글감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 힘들고, 외롭고, 억울한 이야기가 없다면, 시선을 과거로 돌려 보세요. 불교에는 일체개고, 라고도 설파할 정도로, 우리 삶은 시종일관 고통 그 자체랍니다. 예전에 힘들었던 일을 되짚어보면서 현재 시점에서 잘 수용하면 바로 훌륭한 자기-돌봄 글이 됩니다.
그러므로 내 마음을 잘 들여다 봐야 좋은 소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좋은 소재는 외부에 널려 있지 않아요. 내 마음 속에 꼭꼭 숨어 있어요. 손전등을 들고 장애물을 치워가며 열심히 탐색해야 겨우 슬쩍 머리를 보여줍니다. 녀석을 얼르고 달래서 세상으로 끄집어 내시려면, 나 자신에 대해서 관대해야 합니다.
이재원 효과(이기국 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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