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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수록 더욱 꼭 끌어안는 부부니까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7. 7. 10:57728x90반응형
글쓴이: 송주연 (교육복지사, 2024)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슬플수록 더욱 꼭 끌어안는 부부니까
임신만 하면 모든 일이 탄탄대로를 걷듯 풀릴 줄 알았는데, 내가 크게 착각했다. 몸이 변하고 임신 증상이 나타난다. 잠이 쏟아진다. 눈 한 번 깜빡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시간을 도둑맞은 기분이라 억울하다. 이것뿐인가. 나는 알약 넘기기가 힘들어 물약 비타민을 먹는데, 챙겨 먹어야 하는 알약 영양제가 많아진다. 매번 눈물을 찔끔 흘리며 알약을 삼킨다.
이번엔 아기가 잠자던 입덧 고래를 깨웠다.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일터로 나간다. 밥도 예전만큼 먹지 못하고, 어떤 음식은 먹기도 싫다. 여태껏 음식을 단 한 번도 가리지 않았는데, 퍽 당황스럽다. “낯설다, 너.” 스스로 말하며 이 상황을 웃어 넘겨본다.
점점 입덧 고래가 활개친다. 웃어넘길 수준을 넘어버렸다. 남편은 괴로워서 끙끙대는 날 보며 안절부절못한다. 나는 속은 괴롭지만, 오히려 마음은 평화롭다. 그리고 남편에게 말한다.
“자기야, 차라리 괴로운 게 더 나아. 아기가 뱃속에 살아있다는 증거잖아.”
지금은 임신 초기라 아기가 살아있는지 알 턱이 없다. 때때로 불안할 때 증상이 말해준다. 아기가 잘 살아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덕분에 괴로워도 안심된다. 이래서 엄마들이 힘들어도 버틸 수 있을까? 아기가 태어나서 험한 세상을 살아갈 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도록, 초보 엄마는 점점 단단해진다.
<이 글을 쓴 다음 날 이야기>
갈색피가 비친다. 내일이면 젤리곰 아기를 보러 가는데, 느낌이 좋지 않다. 남편은 이것저것 찾아보더니 이런 일은 임산부에게 흔하게 일어나니 안심하라고 날 다독인다. 진료 날 아침, 피가 더 선홍색을 띤다. 불안한 마음을 애써 누르고 병원에 갔다.
초음파를 보니 아기가 제법 자랐다. 남편은 많이 컸다며 안심한다. 사실 나는 처음 아기 모습이 보이자마자 뭔가 이상하다고 눈치챘다. 아니길, 제발 아니길 바랐는데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아기가 심장이 뛰지 않네요.”
2주 전까지 잘 뛰고 있던 아기 심장이 멈춰버렸다. 마음 속에서 감정이 터져 나와서 흐느꼈다. 계속 진료실에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몸을 추스르고 의사 선생님 앞에 앉았다. 의사 선생님은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난다고 위로하며, 소파술에 대해 설명했다. 친절한 의사 선생님 목소리가 차갑게만 느껴졌다. 다음 주, 나는 아기와 아기집을 떼어내야 한다.
아직 뱃속에 아기가 있는데, 더 자라지 않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니 어째서? 영양제를 하루 빼먹어서 그런가? 내가 아기에게 좋지 않은 행동을 했나?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내 탓이 아니라고, 아기가 건강하지 못하면 그럴 수 있다고 머리로는 알겠는데, 어떤 이유라도 찾고 싶었다.
이유는 알 수 없고, 피는 계속 났다. 아기가 피를 흘리는 것만 같다. 나도 같이 피눈물을 흘린다. 남편은 나를 위해 애써 괜찮은 척했지만, 내가 그 마음을 모를 리 없다. 이날 밤, 나를 위해 기도해 주던 남편은 울음을 터트렸고 우리는 부둥켜안고 기도했다.
우리 부부는 아기를 두 번 보냈다. 모든 상황을 생각하고 준비했어도 여전히 슬펐다. 어쩌면 더 오랫동안 슬퍼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감정을 숨기지 않기로 약속했다. 숨어서 울지 말고, 서로 앞에서 울자고 했다.
언제 이 다리를 다 건널지 모르겠다. 절망스럽고, 절망스럽다. 하지만 우리는, 이 또한 이겨내리라.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함께하는 부부니까. 슬플 때일수록 더욱 꼭 끌어안는 부부니까. 그렇게 더 단단해진 부모니까.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송주연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송주연 선생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심화반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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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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