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김채윤 사회복지사 편)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7. 1. 06:44
    728x90
    반응형

    (발문)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만, 어떤 사람은 영원히 잊지 못합니다. 강점관점실천연구소와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함께 진행하는 '성숙을 담는 글쓰기(제 2기)'에 참여한 사회복지사들 마음 속에도 그런 사람이 남아 있습니다. 그 사람과 만난 날, 마법에 홀린 듯 힘이 나고 보람을 느낀 날, 사회복지사로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날, 에 대해서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이 귀한 글을 온 세상 동료들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7줄 글쓰기>

     

    [인물]

    1. 입사 2년 차, 노인일자리사업을  맡게 되었다.

     

    [시련]

    2. 불법 광고물과 전단지, 현수막을 없애는 사업이었다.

    3. 처음에는 지리를 잘 몰라서 고생했지만, 어르신들께서 많이 도와 주셨다.   

    4. 그런데 살이 너무 빠지셔서 A 어르신 얼굴을 몰라볼 뻔 했다.

    5. 걱정하고 의심헀지만, 정말 운동으로 살이 빠지신 줄 알았다.

    6. 알고 보니 암에 걸리셔서 투병하고 계셨다.

     

    [의미]

    7. 나를 손녀딸처럼 대해 주신 A 어르신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확장판>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김채윤 사회복지사 편)

    부제: 우리 손녀딸 같은데, 고운 손 다치면 어떡해요

     

    글쓴이: 김채윤 (부평구노인인력개발센터 사회복지사, 2024)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내가 부평구 노인인력개발센터에 입사한 지 2년차가 되었을 때, 노인일자리사업 하나를 맡게 되었다. 불법 광고물과 전단지, 현수막을 없애는 사업이었다. 그런데 내가 담당해야 할 어르신만 200명이다. ‘나, 잘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설렜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사무실 근처 지리도 잘 몰랐고, 너무나 많은 어르신들을 상대해야 했다. 어르신들이 활동복을 입고 계셨지만 누가 누군지 잘 구분하지 못했다.

     

    처음 모니터링을 나갔던 날,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지도앱을 봐 가며 겨우겨우 온 동네를 돌았다. 역시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다. 처음엔 가까운 거리도 돌아갔고 모니터링 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웠는데,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한 해 두 해가 지나니 누가 만나기로 한 장소 위치를 말하면 “아, 거기요? 조금 이따 뵐게요.” 하고 말할 정도로 해당 장소에 어떻게 가야할지 머릿속에 그냥 떠올랐다. 지리에 훤해지니 가끔은 어르신들이 일 안 하시고 숨어 계신 장소도 찾았다.

     

    웃지 못할 일화도 생겼다. 어르신들이 열심히 불법전단지를 떼고난 후 다시 그 장소로 왔을 때 전단지가 또 붙어있거나 전단지 아르바이트생이 붙이고 지나가면 어르신들이 그 뒤를 따라 전단지를 제거했다. 마치 돌고 돌아 영원히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 같았달까. 한 번은 어르신들과 전단지 아르바이트생이 마주쳤는데, 아르바이트생이 한마디 했다. “어르신은 전단지를 떼셔야 하지만 저는 전단지를 붙여야 해서요... 조금만 이따가 없애주시면 안될까요? 부탁드려요.”

     

    하루는 모니터링을 나가기로 계획한 지역에서 A 어르신을 만나 담당구역을 같이 한 바퀴 돌았다. 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같이 전단지를 떼어냈지만 어르신이 말씀하셨다. “선생님 다쳐요. 우리 손녀딸 같은데 고운 손 다치면 어떡해요.” 어르신 말씀이 고마워서 나는 이렇게 답했다. “괜찮아요. 고생하시는데 저도 도와드리고 싶어서요.” 

     

    그러다 문득 A어르신을 봤는데 처음에 뵈었던 모습보다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이었다. 풍채가 좋으셨는데... 물론, 내가 200여명 어르신 얼굴을 다 알지는 못했다. 일부만 아는데 A어르신은 그 중 한 분이셨고, 몇 해 동안 계속 뵈었던 분이라 살이 빠지셨다는 사실을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어르신 전보다 살이 많이 빠지신 것 같아요.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 내가 이렇게 여쭙자, 어르신은 “내가 운동을 열심히 해서 요즘 살도 빠지고 건강해져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허허” 라고 말씀하셨다.

     

    솔직히 A 어르신에 대한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남자 어르신이고 표정이 없는 편이셨다. 하지만 어르신을 서서히 알아가면서 겉으로 표현을 잘 못하셔서 그렇지 마음 속은 무척 다정한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시로 사탕이나 초콜릿도 주시고, 더울 땐 시원한 음료수를 주셨으며, 추울 땐 혹시나 내 손이 시려울까 A어르신 본인 장갑을 벗어주기도 하셨으니까. A 어르신도 추우실 텐데 나를 더 걱정해 주시다니. 오히려 내가 먼저 챙겨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어르신을 만나고 난 이후 ‘갑자기 살이 빠졌을 땐 무슨 이유가 있을 텐데...’ 걱정도 되고, 혹시나? 하고 의심했다. 해가 바뀌어도 같은 사업에 참여하셔서 신체적 변화에 더 눈길이 갔던 것 같다. 그리고 심장약(부정맥)을 복용하고 계셔서 더 걱정되었다. 하지만 정말 열심히 운동하셔서 살이 빠지신 줄로만 알았다. 모니터링 후 한 두달쯤 지났을까. 어르신이 센터로 연락하셔서 그만두신다고 했다. 이유를 여쭤보니 사실은 암투병을 하고 있어 일자리에 참여가 어렵다고 했다. 이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어르신도 같이 우셨다.

     

    사무실 직원들이 깜짝 놀라 왜 우냐고 물어봤다. “어르신하고 정이 많이 들었나 봐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사회복지사는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일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선생님 다쳐요. 우리 손녀딸 같은데 고운 손 다치면 어떡해요.” 나를 진짜로 손녀딸처럼 귀하게 대해 주신 A 어르신. 지금은 잘 지내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제일 많이 기억난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김채윤 선생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김채윤 선생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제 2기)'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차수현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아주 잘 쓰셨어요! 김채윤 선생님 개성을 잘 드러내셨습니다. 글이 차분하면서도 깊습니다. 그리고 유머도 적절하게 넣으셔서 읽다가 슬며시 미소짓게 됩니다. 

     

    2. 김채윤 선생님은 성격상(신중하시고 조심스러우셔서) 남들보다 적게 쓰십니다. 그래서 조금 군더더기가 끼더라도 일단은 의도적으로 많이 쓰셔야 합니다. 신중한 성격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실 때는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셔야 해요. 조심하시다가 정작 표현해야 할 주제를 제대로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3. 직장 동료들을 독자라고 생각해 보세요. 김채윤 선생님께서 A어르신 소식을 듣고 우셨을 때, 직장 동료들이 놀랐잖아요? 선생님만 아시는 소식(A어르신께서 암을 앓고 계시다는)을 동료들은 몰라서 놀랐겠지요. 일반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생님만 아시는 내용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차근차근 전달하셔야 해요. 이 글을 보시면, 제가 지도해 드린 대로, 선생님께서 A어르신과 정을 쌓는 과정을 중반부에 충분히 넣어서, 이제는 독자들도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선생님께서 우시는 이유를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습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