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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가 정말 마아아아니 보고 싶었다고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7. 7. 11:03728x90반응형
글쓴이: 송주연 (교육복지사, 2024)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아빠, 엄마가 정말 마아아아니 보고 싶었다고
두 번째 유산을 겪고, 우리 부부는 각자 몫으로 남겨진 슬픔을 감내해야 했다. 나는 휘몰아치는 감정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글을 썼다. 글로 아기를 다시 마주하니 또 눈물이 났다. 한참 울다 한 줄 쓰고, 한참 울다 또 한 줄 쓰면서 애도했다.
나는 울었지만, 남편을 울음을 삼켰다. 자신보다는 나를 챙기려고 애썼다. 내가 잠깐 일하고 온 사이 ‘IT’S OKAY’ 풍선으로 집을 꾸며두고는 괜찮다며 나를 안아주었다. 남편은 정말 괜찮을까. 그럴 리가 없다. 나는 남편에게 슬프면 슬프다고 표현하라고 말했다. 얼마 뒤 남편은 잠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은 방안에 문을 닫고 들어갔다. 무엇을 하는지 몹시 궁금했지만, 남편을 위해 기다려 주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고 남편이 방에서 나왔다. 남편은 무엇을 했는지 나중에 말해주겠다고 말했다. 며칠 뒤 소파술을 받았고, 아기와 이별했다. 그제야 남편이 말했다. 아기 초음파 사진을 정리하고, 아기에게 편지 썼다고.
그동안 초음파 앨범을 예쁘게 꾸몄는데, 마지막 초음파 사진을 정리하지 못했다. 남편은 혼자 초음파 앨범을 정리하면서 아기를 애도했다. 남편은 내가 준비되면 보라고 권했다. 나는 당장 보지 못하고, 며칠 지나서 앨범을 펼쳤다.
앨범에는 처음 아기집을 봤을 때, 처음 아기 심장 소리를 들었을 때, 아기 크기가 조금 자랐을 때 각각 우리가 어떻게 느꼈는지 적혀 있었다. 설렘과 기대, 사랑이 가득했다. 앨범 마지막 장에 남편이 아기에게 쓴 편지가 보였다. 남편은 슬픈 마음을 솔직하게 편지에 남겼다. 찬찬히 남편 마음을 헤아리며 읽는데, 편지 마지막 줄이 내게 서글프게 다가왔다.
‘사랑한다. 그리고 보고 싶다.’
보고 싶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도 잘 알았다. 나는 남편을 끌어안았다. 남편도 나를 더 꼭 끌어안는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조금씩 아기와 작별했다. 고통스럽지만 감정을 마주하고, 각자 방법대로 흘려보내면서 애도했다.
여전히, 나는 종종 눈물을 흘린다. TV에서 우연히 아기 양말을 보거나, 누군가 갓난 아기 이야기를 하면 눈물이 툭툭 떨어진다. 그때마다 남편이 휴지를 한 아름 안고 슬며시 다가와 눈물을 닦아줘서, 내 마음 속 아기는 고통이 아닌 추억이 되었다.
이제 우리 부부는 다시 아기를 기다린다. 피가 돌아 뜨끈한 아기를 언젠가 품에 꼭 안고 싶다. 그때가 되면, 아기에게 속삭여 줘야지. 아빠, 엄마가 정말 마아아아니 보고 싶었다고.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송주연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송주연 선생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심화반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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