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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안녕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7. 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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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송주연 (교육복지사, 2024)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정말, 안녕

     

    소파술 당일로 넘어가는 자정, 처방받은 약을 먹었다. 물도 마시지 않고 금식해야 해서 혀로 녹여 먹었다. 약이 거의 녹았을 때쯤 헛구역질이 나왔지만, 입을 잘 틀어막아 무사히 넘겼다. 약을 먹고 3시간 정도 잤을까, 눈이 번쩍 떠졌다.

     

    복통과 설사가 시작됐다. 누우면 배가 너무 아파서, 눕지도 못하고 선 채로 발을 동동 굴렀다. 통증이 심해 응급실에 전화했다. 간호사는 흔한 증상(부작용)이며, 응급실에 와도 해줄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견디다가 너무 힘들면 다시 연락 달라고 말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그냥 견뎌야 했다. 처방받은 약이 자궁을 수축해 자연배출을 유도했고, 핏덩이가 나왔다. 통증이 심해서 마음이 아플 겨를도 없다. 그냥 빨리 시간이 지나길 기도했다. 아기를 맞이할 때도 쉽지 않았고, 보낼 때도 쉽지 않았다. 결국 밤을 꼴딱 새우고 병원에 갔다.

     

    시술대에 누우니 간호사가 링거를 꽂고 마취제를 넣어준다. 고통이 잠깐 느껴지더니 기억이 끊겼다. 나중에 눈을 떠 보니 회복실 침대에 누웠다. 하얀 천장이 보인다. 흐릿하게 ‘네, 네’ 대답한 기억만 나고 어떻게 침대로 옮겨 누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얀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니 흐릿한 정신이 조금씩 말똥말똥 해진다. 이제서야 절감한다. 일주일 동안 심장이 멈춘 아기를 품고 살았는데 이제 정말, 뱃속에 아기가 없구나. 진짜 끝이구나.

     

    기계가 삐-삐- 소리를 낸다. 간호사가 달려온다.

     

    “환자분 우셨어요?”

    “이제 진짜... 아기가 갔구나 실감해서요.”

    “아이구... 괜찮아요. 또 도전하시면 되죠. 지금은 환자분 건강이 제일 중요해요. 우시면 산소포화도가 더 떨어지니까 울지 마세요.”

     

    산소포화도가 떨어져서 기계가 울렸나 보다. 간호사가 내 눈을 보며 달랜다. 간호사는 아직 마취가 풀리지 않았으니 충분히 더 쉬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흐르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눈을 감았다. 이제 마음으로도 아기를 보내주어야 한다.

     

    선잠이 들었다 깼다 들었다 깼다 반복하니 어느덧 시간이 흘렀다. 옷을 갈아입고 나를 기다리던 남편에게 간다. 3시간 만에 만난 남편인데 며칠 만에 만난 듯하다. 남편은 고생했다며 나를 안아준다. 듬직한 손이 내 손을 따뜻하게 감싼다. 남편이 주는 온기를 느끼니 앞으로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송주연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송주연 선생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심화반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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