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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김솔 사회복지사 편)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6. 2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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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문)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만, 어떤 사람은 영원히 잊지 못합니다. 강점관점실천연구소와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함께 진행하는 '성숙을 담는 글쓰기(제 2기)'에 참여한 사회복지사들 마음 속에도 그런 사람이 남아 있습니다. 그 사람과 만난 날, 마법에 홀린 듯 힘이 나고 보람을 느낀 날, 사회복지사로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날, 에 대해서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이 귀한 글을 온 세상 동료들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7줄 글쓰기>

     

    [인물]

    1. 한영태(가명) 아저씨는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가장 성실했다.

     

    [사연]

    2. 겨울이면 작업장에 연탄난로를 설치해서 자주 연탄을 갈아주셨다.
    3. 한영태 아저씨가 고등학교에 장학금을 기탁하셨다.  
    4. 동네가 재개발되어 한영태 아저씨는 곧 이사가야 했다.
    5. 나는 한영태 아저씨 가정을 방문해서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었다.

    6. 아파트에 둘러싸인 동네를 둘러보며 한영태 아저씨는 안타까워하셨다. 

     

    [의미]

    7. 3년이 흐른 지금, 문득 영태 아저씨가 보고 싶다.


    <확장판>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김솔 사회복지사 편)

    부제: 가난하면 흩어질 수밖에 없다

     

    글쓴이: 김솔 (갈산종합사회복지관 과장, 2024)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예전에 내가 일하던 C종합사회복지관에서 장애인보호작업장(마을기업)을 운영했다. 장애인회원 15명이 작업장에서 마스크도 포장하고, 홍보용 휴지도 포장하고, 빨래집게도 조립했다. 오래된 건물이라 겨울이면 너무 추워서 연탄난로를 2개나 설치했다. 한영태(가명) 아저씨는 일하러 나오셔서 아침,저녁으로 연탄을 갈아주셨고, 텃밭 활동을 하면 밭을 갈고, 작물에 수시로 물도 주셨다. 당시에 나는 초보 마스크공장 사장이였고, 텃밭을 가꾸는 초보 농사꾼이었는데, 한영태 아저씨가 안 도와 주셨다면 큰 일 날 뻔했다.


    어느 날 OO고등학교 교감 선생님이 학생들이 만든 빵과 쿠키를 가지고 복지관에 찾아왔다. 교감 선생님은 ‘한영태 아저씨께서 OO관광고등학교에 장학금 120만원을 기탁하셨다’고 알리시며 아저씨와 복지관에 감사하다고 머리를 숙이셨다. (한영태 아저씨는 어릴 적에 고아원에서 지내던 기억을 떠올리며, 매월 5만원씩 꼬박 2년 동안 돈을 모으셨다.) 나는 교감선생님께 작업장에 잠깐 들러서 우리 회원들에게 장학금 기탁소식을 전해주시도록 부탁드렸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 복지관 직원과 작업장 회원들까지 뿌듯해했다. 그리고 한영태 아저씨가 받은 빵과 쿠키를 회원들과 같이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2021년 봄에 한영태 아저씨 얼굴에 근심이 많아 보였다. 사정을 여쭈어 보니, ‘살고 있는 집이 재개발구역에 들어가서 8월까지 집을 빼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상황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아저씨 집에 가 보았다. 아저씨는 몸이 불편한 형님과 15년 동안 키운 반려견, '장군'이와 함께 살고 계셨다. 한영태 아저씨는 집에 손님이 왔으니 가만 앉아 있을 순 없다며, 얼른 밖에 나가서 환타를 사와서 대접해주셨다. 집안 환경을 구석구석 둘러본 후, 아저씨는 나에게 그 동안 살아왔던 이야기를 쭉 들려 주셨다. 아저씨는 어릴 적에 부모님을 여의고, 형제들과도 뿔뿔이 흩어진 후 고아원에서 지내셨다. 고아원을 나와서는 막노동, 폐지수집, 연탄배달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나는 영태 아저씨 에게 '그 험악한 세월을 어떻게 살아오셨어요?' 묻고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는 15년 전에 전세 800만원에 그 집에 이사를 와서 잘 살고 계셨다. 재개발 때문에 나가야 하는데, 마음이 복잡하실 듯했다. 나는 대화를 마치고 집을 나와서 아저씨에게 재개발구역인 동네를 구경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동네를 빙 둘러보니, 대다수 주민은 이미 이사가 버렸고, 크고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병풍처럼 서 있었다. 한영태 아저씨는 '나이 많은 사람,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밀려서 외곽으로 이사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예전에는 ‘가난한 사람은 모인다’고들 말했다. 하지만 요즈음은 가난하면 흩어질 수 밖에 없다.

    한영태 아저씨는 동네에 재개발 이야기가 돌기 몇 개월 전에 행정복지센터에 임대주택을 신청해 두셨다. 임대주택이 선정되도 인천 외곽으로 이사가셔야 했는데 아저씨는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 근처에서 쭉 살고 싶다’고 말씀하시며 인근 부동산에 나와 같이 다니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시간이 흐른 뒤 아저씨는 임대주택에 선정되셔서 무더운 여름날 이사갈 수 있었다. 나는 아저씨를 응원하기 위해 작업장 회원들과 휴지와 커피믹스 한 박스를 사서 집들이 갔다. 한영태 아저씨가 새로운 동네에서 오랫동안 편안하게 사시면 좋겠다. 3년이 흐른 지금, 문득 영태 아저씨가 보고 싶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김솔 과장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김솔 과장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제 2기)'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차수현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딱 김솔답게', 겸손하게 잘 쓰셨습니다. 독자는 거의 언제나 글쓴이를 따라서 걷게 됩니다. 글쓴이가 안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김솔 선생님께서는 이 글을 쓰시면서 오로지 클라이언트 삶에 집중하셨습니다. 그래서 독자도 읽으면서 클라이언트 이야기에 온전히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과정이 자연스럽습니다. 

     

    2. 저는 해결중심치료 전문가입니다. 10년 넘게 해결중심 질문을 공부하고 연구했습니다. 저는 특히 어색한 번역투 해결중심 질문을 쉽고 자연스럽게 바꾸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래야 (제너럴리스트) 사회복지사도 쉽고 자연스럽게 해결중심 질문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김솔 선생님께서 한영태 님과 대화 나누시면서 구사하신  '그 험악한 세월을 어떻게 살아오셨어요?' 이 질문이야말로 가장 해결중심적이면서 가장 쉽습니다. 

     

    3. 김솔 선생님은 써야 할 분량보다 약간 덜 쓰십니다. 덜 쓰시면 독자가 글을 읽으면서 조금 불편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영화나 드라마는 시청자가 관심 가질 만한 떡밥을 던지고 두루두루 회수합니다. 떡밥은 갑자기 나오면 안 됩니다. 흐름에 맞게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일단 떡밥을 던지면 반드시 회수해야 합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자가 글쓴이 생각/감정을 부드럽게 좇아갈 수 있도록 모든 내용을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순차적으로 적절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네, 김솔 선생님은 언제나 조금 더 쓰셔야 하고, 조금 더 친절하게 쓰셔야 합니다. 독자와 좀 더 잘 소통하시려면요.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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