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허애란 사회복지사 편)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7. 9. 06:37728x90반응형
(발문)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만, 어떤 사람은 영원히 잊지 못합니다. 강점관점실천연구소와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함께 진행하는 '성숙을 담는 글쓰기(제 2기)'에 참여한 사회복지사들 마음 속에도 그런 사람이 남아 있습니다. 그 사람과 만난 날, 마법에 홀린 듯 힘이 나고 보람을 느낀 날, 사회복지사로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날, 에 대해서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이 귀한 글을 온 세상 동료들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허애란 사회복지사 편)
부제: 비누꽃 한 송이
글쓴이: 허애란 (향진원 사회복지사, 2024)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도진이(가명)는 체구는 작지만 밤톨처럼 단단하고 무척 야무진 아이다. 옷장과 책장을 늘 단정하게 정리하고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는다.
어느 날, 샤워를 마친 도진이의 등에 로션을 발라주며 “도진이는 피부가 까무잡잡하구나?” 라고 말했다. 그리고 주방에서 저녁 간식을 준비하고 있는데 누군가 “이모” 라고 불러서 보니까 팔과 다리에 로션을 하얗게 바른 도진이가 “이젠 하얘졌지요?” 라고 묻는다.
다른 날, 도진이가 형들과 함께 모여 저녁 간식을 먹으면서 “이모, 고조대 알아요?” 라고 나에게 물었다. “고조대? 그게 뭘까?” 말하니 “그것도 몰라요? 저기 있잖아요.” 도진이가 베란다를 가리켰다. “아, 구조대 말하는구나. 고조대가 아니고 ‘구조대’라고 불러” 라고 말해주니 멋적은 듯이 웃었다.
얼마 전에는 무슨 색깔을 좋아하느냐고 묻길래 내가 하얀색을 좋아한다고 답했더니, 방에 들어가 하이얀 비누꽃 한 송이를 가져와 건네주었다. 그리고 꽃잎 한 장을 떼어 거품을 내는 흉내를 내며 세수할 때 한 장씩 떼어서 쓰라고 말했다. 그날 받은 비누꽃 한송이를 우리집 식탁에 잘 모셔두었는데 볼 때마다 마음밭에 환하게 피어난다.
도진이는 바깥놀이 시간에는 운동장에 나가 누구보다도 신나게 뛰어논다. 머리카락이 땀에 젖을 정도로 요리조리 뛰어다니며 공을 찬다. 축구를 좋아하여 학교 방과후 축구교실에 들어갔는데 나중에 축구선수가 되고 싶단다.
도진이는 얼마 전, 직업체험 활동을 다녀온 후로 또 다른 꿈을 품었다. 키자니아에서 소방관 일을 체험하고 사이다 공장 일을 체험하고, 비행기 조종사 일도 체험했는데, 그 중에서 비행기 조종사 체험이 가장 재미있고 좋았다고 말했다. 도진이가 조종하는 비행기를 이모도 꼭 타보고 싶다고 말하니 기꺼이 태워주겠다고 화답했다.
도진이는 예의가 있어서 인사도 잘 한다.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어놀다가도 출근하는 보육사를 보면 “이모” 하며 달려와 품에 안긴다. 퇴근할 때는 “이모, 사랑하고 축복해요. 내일 또 만나요.” 라고 인사한다.
도진이에게 단점이 있다면 편식과 과한 승부욕이다. 어찌된 일인지 과일이나 채소를 잘 먹지 않는다. 어르고 달래야 겨우 수박 한 쪽을 먹는다. 그리고 승부욕이 강해 보드 게임을 비롯한 놀이활동을 할 때 초반에는 “아싸, 아싸” 라고 말하며 신이 나서 참여하지만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표정이 굳어지고 종종 운다.
도진이는 사정이 있어 엄마 아빠 품에서 자라지 못하고 보육원에서 생활한다. 하지만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멋지게 성장할 도진이 앞날을 기대한다. 도진이는 선물같은 아이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허애란 선생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허애란 선생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제 2기)'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차수현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잘 쓰셨습니다. 거의 시 한 편을 쓰셨습니다. 우선 따뜻합니다. 도진이도 따뜻하고, 허애란 선생님도 따뜻한데, 심지어 비누꽃까지 따뜻합니다. 그리고 부드럽습니다. 문장이 짧고 접속사를 거의 안 쓰셨는데도, 문장과 문장이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술술술 읽힙니다. 마지막으로 본질을 짚으셨습니다. 독자는 도진이를 전혀 모르는데, 이 글을 읽으면 마치 도진이와 함께 생활하는 듯 생생하고 가깝게 느껴집니다.
2. "글을 쓰면서 어두웠던 마음이 치유되었어요." 언젠가 수업 시간에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글쓰기는 마음 청소 같습니다. 우리가 마음 먹고 글을 쓰면, 평소에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잘 치우지 않아서 방구석에서 이리저리 굴러 다니던 구겨진 종이를 펴 보게 됩니다. 그런데 슬며시 펴 본 종이에 비밀스러운 내 마음이 곱게 적혀 있달까요? 내 본심을 뚜렷하게 들여다 보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내가 나를 꼭 안아 주게 됩니다.
3. 수업 시간에 허애란 선생님 뵈면서, 귀한 진주를 발견한 듯 기뻤습니다. '역시, 세상에는 글 잘 쓰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구나!'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쓰시면서 마음이 지칠 때마다 스스로 부드럽게 달래고 일으켜 세우시길 바랍니다.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영광스러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지식 공유하기(기타) >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 의자 (0) 2024.07.11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정영배 사회복지사 편) (0) 2024.07.10 만약에... #2 (0) 2024.07.08 정말, 안녕 (0) 2024.07.07 아빠, 엄마가 정말 마아아아니 보고 싶었다고 (0) 2024.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