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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정영배 사회복지사 편)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7. 10.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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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문)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만, 어떤 사람은 영원히 잊지 못합니다. 강점관점실천연구소와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함께 진행하는 '성숙을 담는 글쓰기(제 2기)'에 참여한 사회복지사들 마음 속에도 그런 사람이 남아 있습니다. 그 사람과 만난 날, 마법에 홀린 듯 힘이 나고 보람을 느낀 날, 사회복지사로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날, 에 대해서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이 귀한 글을 온 세상 동료들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정영배 사회복지사 편)

    부제: 노란 조끼 사나이

     

    글쓴이: 정영배 (세화종합사회복지관 과장, 2024)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나는 2009년 부천에 있는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조직사업을 시작했다.

     

    정영배: "안녕하세요? 복지관에서 왔습니다. 조직사업 담당자인데 복지관 홍보 나왔습니다."

    은행원: "네? 조직이요? 그 조직폭력 조직이요? (웃으며 말한다) 명함 주고 가세요."

     

    신입 사회복지사로 지역사회조직사업을 담당하려니 생각보다 어려웠다. 15년 전에는 ‘마을공동체’, ‘주민조직’이라는 말이 모두에게 생소했다. 나조차도 조직사업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사람들을 만났다.

     

    늘 똑같이 고민했다. ‘나는 사회사업하는데, 선한 일을 알려주려는데, 왜 나를 물건 파는 사람처럼 대할까?’

     

    그래도 나는 계속 지역사회로 나갔다. 상가, 새마을부녀회, 학부모회, 통장 모임, 주민센터, 은행, 학교, 슈퍼마켓, 경로당, 지하철역, 병원, 약국, 길거리 등 모든 곳을 찾아다녔다.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 아이들 등하굣길 안내자가 되어주시는 주민도 만나고, 후원을 해주는 상가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그 많은 사람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만나려니 몹시 두려웠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데 성과가 없어서 책임감도 많이 느꼈다.

     

    나는 3년 동안 똑같은 말을 많이 들었다. “그렇게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는데 성과가 없네?” 외부 교육을 받으면 조직사업은 천천히 꾸준히 사람을 만나야 한단다. 하지만 교육은 이상적이고 복지관은 현실이었다.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시간이 지나고 나는 중간관리자로 성장하면서 2015년 영구임대아파트에 있는 종합사회복지관에 입사했다.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공동체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모든 복지관에서 마을공동체, 주민조직, 주민동아리, 주민 모임, 주민 운영위원 등 온갖 관련 사업을 수행한다. 복지관 모든 사업 중에 조직사업만은 피하고 싶었지만 나는 또 조직사업을 맡게 되었다. 신입 사회복지사로 3년 동안 힘들었던 시간이 생각나서 너무 두려웠다.

     

    나는 매일매일 열심히 주민을 만났다. 우리 동네 주민들은 골목에 나와서 직접 마을을 청소하고, 야간에는 동네를 순찰하고, 옥상 텃밭에서는 상추를 재배해서 어르신과 나누고, 재생비누를 만들어서 이웃과 나누고, 마을 축제를 열면 국수를 삶아서 이웃에게 대접했다. 영구임대아파트 주민들은 도움을 받기만 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다른 모습을 굉장히 많이 봤다.

     

    물론, 모든 주민이 좋지는 않았다. 입사 초기에는 어려운 이용자도 많이 만났다. 어떤 주민은 후원 물품을 주지 않는다고 욕설을 내뱉었고, 어떤 주민은 정신과 약을 복용하지 않아서 사무실에서 고성을 지르며 소란을 피웠다. 또 어떤 주민은 도시락을 사무실에 던졌고, 어떤 주민은 모든 주민 모임에 나와서 부정적으로 해서 사람들을 떠나게 만들었다. 그런데 내가 입사하기 전에는 더 심했다고 이야기하는 선임을 보며 존경스러웠다.

     

    나도 처음에는 욕하며 싸우자고 달려드는 주민에게 같이 화를 내고 마음이 상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여러 모로 경험을 쌓으면서 주민과 함께 변하려고 노력했다. 늘 교육에서 듣던 ‘천천히, 함께 가는 모습’을 이제야 경험한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욕을 하던 주민이 언젠가는 나에게 친절하게 말을 걸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주민들이 나를 쉽게 알아보고 친해질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때부터 나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복지관 조끼를 입기 시작했다. 나는 9년 동안 매일 같이 복지관 조끼를 입고 주민을 만났다. 추운 겨울 외출할 때, 패딩이 아니라 얇은 외투를 입고 그 위에 복지관 조끼를 입고 나갔다. 복지관, 아파트 복도, 행정복지센터, 구청, 심지어 이마트를 갈 때도 나는 복지관 조끼를 입었다. (가끔 이마트에 가면 사람들이 “라면 어디 있어요?” 라고 말을 건다.)

     

    우리 복지관 직원들은 말한다.

     

    직원: “배 나온 모습 가리고 싶어서 조끼입죠?”

    정영배: “애사심이야, 애사심!”

     

    직원들이 농담 섞어 나를 놀리면 나는 애사심이라고 둘러대고 웃고 넘긴다. 하지만 나는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내가 세화복지관 직원이라는 사실을 알리려고 늘 복지관 노란 조끼를 입는다. 노란 조끼를 입으면 나는 41살 정영배가 아니라, 행복하게 사회복지하는 사회복지사 정영배가 된다. 이제는 노란 조끼를 입으면 사람들을 만날 때 두렵지 않고 지역 사회 아무 곳이나 편하게 들어가서 이야기한다. 세화복지관에서 9년 동안 일하면서 나는 다시 사회복지사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모든 주민들이 노란 조끼를 입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사회복지사 정영배를 기억해 주면 좋겠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정영배 과장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정영배 과장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제 2기)'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차수현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우선, '성격이 내성적'이라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도 내성적이거든요. 그런데도 오랫동안 '지역 조직' 일을 하셨다니, 상당히 놀랍습니다. 어쩌면 매일 자신을, 천성을 부인하셔야 했을 테니까요.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열정? 끈기? 신념? 제가 수업 시간에 만난 정영배 과장님은 참 정중하시고 신중하셨는데... 참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네, 극찬입니다.) 

     

    2. '인천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시리즈 글을 기획했을 때, 저는 '개인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글을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정영배 과장님께서는 어느 한 사람이나 어느 한 가족이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를 클라이언트로 소개하셨네요. 어쩌면 딱 정영배스럽습니다. 노란색 조끼를 입으시고 지역사회를 누비며 수많은 사람을 진하게 만나셨는데, 어찌 한 사람만 꼽으시겠습니까. 

     

    3. 이 글은 정영배 과장님께서 9년 동안 동거동락한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짙은 애정을 고백하고, 함께 전장(?)을 누빈 세화종합사회복지관 동료들 손을 붙잡고 마지막으로 정중하게 인사하는 러브레터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평이하고 잔잔하지만 다 읽고 나면 잔파도에 모래성이 무너지듯 감동이 밀려옵니다. 참 잘 쓰셨습니다. 그리고 수고하신 정영배 과장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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