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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물의 여왕'에서 술술술 읽히는 문장을 쓰는 방법을 배우다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7. 1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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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의 여왕'에서 술술술 읽히는 문장을 쓰는 방법을 배우다

    2024년에 드라마 '눈물의 여왕'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관습적으로, 온 나라 국민이 좋아할 때 '국민 드라마'라는 칭호를 붙이는데, 이 드라마는 '국민 드라마'라는 칭호가 잘 어울릴 정도로 크게 인기를 얻었다. 주연 배우 김수현은 전설적인 망작 영화, '리얼'에 출연한 후에 거의 배우 경력이 절단날 뻔했다. 그런데 '눈물의 여왕'이 크게 인기를 모으면서, 성공적으로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배우 김지원은 얼굴은 꽤 알려졌지만 사람들이 이름은 몰랐는데, '눈물의 여왕'이 인기를 끌자, 무려 소주 광고에 등장했다.

    그런데 '눈물의 여왕'이라는 제목이 자꾸 눈에 걸린다. '눈물의 여왕'은 무슨 뜻인가? 드라마 내용은 잠시 잊고, 오로지 제목만 읽고 뜻을 추정해 보자.

    _ (평소에) 눈물을 잘 흘리는 여왕
    _ (평생 한 번 크게/많이) 눈물을 흘린 여왕
    _ 사람들을 잘 울리는 여왕
    _ (어머니) 눈물에서 태어난 여왕

    다소 억지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제목만 두고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이렇게 다양하게 추정할 수 있다. 그러니까, '눈물의 여왕'이라는 제목은 뜻이 상당히 모호하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문제는 '의'에서 생긴다.

    '의'는 한국어 문법에서 '속격 조사'라고 칭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의'는 '의' 앞에 오는 말이 '의' 뒤에 오는 말을 직접적으로/명백하게 소유할 때 쓴다.

    (예시)

    _ 나의 책
    _ 너의 집
    _ 우리의 운동장

    여기에서 잠깐, '눈물의 여왕'으로 돌아가 보자. '의' 앞에 나오는 '눈물'은 '의' 뒤에 나오는 '여왕'을 직접적으로/명백하게 소유하는가? 전혀 아니다. 그렇다면 '의'를 왜 이곳에 썼을까?

    '눈물의 여왕'에 쓴 '의'는 사실 일본어다.

    일본인이 자주 쓰는 말 '아노(あの)'를 들어 보았는가? 뉴스 인터뷰를 보면, 일본인이 말할 때 '아노(あの)'를 대단히 자주 쓴다. '아노(あの)'를 한국어로 직역하면, '아(あ)'는 '멀리 있는 것을 가리키는' '저것'이고, '노(の)'는 '의'이므로, '저것의' 정도가 된다. 한국어 어감으로 따지자면 '저...'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냥 '저...' 라고 말하면 될 텐데, 왜 일본어에서는 '저것의(아노: あの)...'라고 말할까? 일본어에서는 '의(の)'를 한국어에 있는 '의'보다 훨씬 더 넓게 사용한다. 한국어에서는 '의'를 명백한 소유 의미를 나타낼 때만 사용하는데, 일본어에서는 어떤 명사와 다른 명사를 붙여 쓸 때 습관적으로 '의(の)'를 사용한다.

    (예시) 장미의 꽃(バラの花)

    한국어에서는 그냥 장미꽃이라고 부르는 대상을, 일본어에서는 '장미'와 '꽃' 사이에 '의(の)'를 붙여서 말한다.

    왜 한국어에서 '의'를 일본어처럼 자주 사용하게 되었을까?

    첫째, 한국은 일본 식민지였다. 한국인은 수십 년 동안 학교에서 일본어를 국어로 배웠다. 그래서 대단히 깊게 영향을 받았다.

    둘째, '의'를 사용하면 문장을 쉽게 압축할 수 있다. '눈물의 여왕'만 해도 그렇다. '부인이 남편에게 여왕처럼 군림하는데, 눈물을 잘 흘린다.' 한국어로 풀어서 쓴다면 이렇게 쓸 법한 문장을, '의'를 사용하면 다섯 글자로 쉽게 요약할 수 있다.

    문장을 압축하면 무엇이 어떻게 좋을까? 많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한다.

    '긴 문장이 간결해져서 뜻을 간단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다.'

    이 문장이 사실인지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분석해 보자. (a) 긴 문장이 간결해진다. (b) 뜻을 간단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다. (a)는 사실인가? 그렇다. 압축하면 어쨌든 길이가 줄어드니 사실이다. (b)는 사실인가? 사실일 수도 있고,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적절하게 줄일 수도 있겠지만, 과도하게 줄여서 오히려 뜻이 왜곡되거나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단적으로, '눈물의 여왕'이라는 드라마 제목은 분명히 짧지만, 최소 네 가지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라.

    사실, 한국어는 서술어가 대단히 발달했다. 서술어는 의미를 압축하지 않고 자세하게 풀어낸다. 그래서 한국어에서는 문장을 무조건 짧게 쓰거나 과도하게 요약하지 말고, 서술어(동사/형용사)를 적절하게 사용해서 상세하게 풀어 써야만, 훨씬 더 자연스럽고, 훨씬 더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우리는 '의'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일반적인 원칙 세 가지를 제안한다.

    (1) 명백하게 소유 관계를 나타낼 때만 '의'를 사용한다.
    (2) '의'가 명백하게 소유 관계를 나타내지 않을 때는 생략한다.
    (3) 이미 관용적으로 굳어져서 '의'를 빼면 뉘앙스가 어긋나는 말은 그냥 '의'를 둔다.

    아래에 '의'를 빼고 순화한 사례를 소개한다. 사람들이 '의'를 잘못 사용하는 대표적인 패턴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A) 주어-서술어 관계('의' 앞에 나오는 말을 주어로 바꾸고, '의' 뒤에 나오는 말을 서술어로 바꾼다.)

    우리 가족에 대한 일제의 박해를 피해서
    ➜ 일제가 우리 가족을 박해했지만 피해서

    선임병의 후임병 구타 사건이 몇 차례 있었다.
    ➜ 선임병이 후임병을 몇 차례 때렸다.

    문제의 악화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 문제가 악화되고 상황이 바뀌면서

    (B) 목적어 + 서술어 관계('의' 앞에 나오는 말을 목적어로 바꾸고, '의' 뒤에 나오는 말을 서술어로 바꾼다.)

    생활의 발견
    ➜ 생활을 발견하다

    연애의 참견
    ➜ 연애에 참견하다

    건립의 계획
    ➜ 건립을 계획하다

    (C) 단순 수식/피수식 관계('의' 앞에 나오는 말을 '의' 뒤에 나오는 말을 수식하는 말로 바꾼다.)

    활동의 방향
    ➜ 활동하는 방향

    슬기로운 수면의 방법
    ➜ 슬기롭게 자는 방법

    자연스럽게 사과의 장을 마련했어요.
    ➜ 자연스럽게 사과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어요.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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