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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님 등이 그렇게 커 보였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7. 23. 07:02728x90반응형
대리님 등이 그렇게 커 보였다
글쓴이: 송주연 (교육복지사, 2024)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얼마 전 기쁜 소식을 들었다. 내 첫 직장에서 만난 사수가 결혼한단다. 내 일처럼 정말 기쁘다. 나는 생명과학을 전공했지만, 학과가 적성에 맞지 않았다. 졸업 후 전공과 관련 없는 무역회사 사무직으로 취직했다. 그곳에서 대리님을 만났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25살 사회초년생에게 첫 직장은 두렵기만 했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상사를 잘못 만나면 끝이다.’ 등 여러 이야기를 들어 더 떨렸다. 대리님은 잔뜩 긴장한 나를 따뜻하게 감싸주셨다. 내가 실수하고 불안해서 떨고 있으면, 대리님은 나를 다독이며 말씀하셨다.
“주연 씨, 우리가 로봇은 아니잖아요.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실수할 수 있어요.”
이 한 마디를 듣고 얼마나 위로받았던지! 덕분에 난 위축되지 않았고,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대리님은 조언도 지혜롭게 건네셨다. 업무 팁을 주시면서도 내 자존심을 지켜주셨다.
“주연 씨, 저는 이렇게 하니까 더 쉽고 편하더라고요. 일 할 때 정답은 없으니, 주연 씨도 자신에게 편한 방법을 찾아봐요.”
대리님이 나를 존중해 주신다고 느꼈다. 덕분에 나는 내 생각과 대리님 조언을 절충해서 더 좋은 방법을 찾았다. 대리님은 늘 칭찬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다.
“주연 씨, 이거 어떻게 만들었어요? 대단하다. 이렇게 하니까 훨씬 편하네요.”
작은 일에도 칭찬하고 격려해 주시니 더 열심히 일하고 싶었다. 대리님을 좀 더 잘 돕고 싶어서 열심히 일하고, 칭찬으로 돌려받는 선순환이 반복됐다. 덕분에 일하면서 보람도 느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혼나는 소리라도 들리면, 대리님이 미어캣처럼 지켜보시다가 달려오셨다. 그리고 내 앞을 막아주시고 나를 변호해 주셨다. 사실 대리님은 나보다 몸집이 작아서 내 몸을 다 가릴 수 없었지만, 그때는 대리님 등이 그렇게 커 보였다. 내가 잘못했든, 억울한 상황이든 어느 때든지 달려와서 나를 지켜주셨다.
첫 직장에서 대리님 같은 분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나는 복을 정말 많이 받았다. 만약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나도 권위주의 악습을 배워서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리님을 만나 사회 생활을 잘 배웠고, 대리님을 롤 모델 삼아 좋은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이런 대리님이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신다니 내 일처럼 기쁠 수밖에. 정말 정말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대리님을 축하하고 싶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송주연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송주연 선생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심화반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초고를 읽고 또 놀랐습니다. 송주연 선생님, 문장을 점점 더 잘 쓰십니다. 우선 문장을 간결하게 쓰셨습니다. 그런데 응집력이 좋아서 문장과 문장이 자석처럼 서로 붙습니다. 수없이 조각난 문장을 꿰매서 이으셨는데, 원래 하나였던 듯 매끈합니다. 술술술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
2. 잘 포화되도록 쓰셔서 길이도 적당합니다. 간결한데 풍성하게 느껴집니다. 내용을 잘 선택하셨습니다. 무역회사에서 만나신 대리님이 어떤 분이신지, 대리님과 송주연 선생님이 어떻게 관계를 맺으셨는지, 지금 송주연 선생님께서 대리님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이 짧은 글에 잘 담으셨어요.
3. 내용도 무척 좋습니다. 독자가 이 글을 읽으면, 투명한 거울 앞에 선 듯 자신을 비추어 보리라 확신합니다. 특히, 일터에서 동료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배우게 됩니다. 역시, 정글이 아무리 험해도 누군가 길을 내면 따라갈 수 있습니다. 대리님을 따라서 걸으시는 송주연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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