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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서는 정보다 02
    지식 공유하기(기타)/The RULER model 2020. 3. 9.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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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rmission to Feel

     

    제 1부 

     

    제 2장. 정서는 정보다 - (2)

     

    원문: Marc Brackett(예일대학교 정서지능연구센터 소장) 

    번역: 이재원(2020)

     

    =====

     

    정서, 주의, 기억, 학습

     

    “모든 학습의 기반에는 정서적 기초가 존재한다.” (플라톤)

     

    어떻게 정서가 주의와 기억에 영향을 끼쳐서 학습 능력을 결정짓는지를 검토함으로써 논의를 시작해 보자. 

     

    생각해 보라: 정서는 우리가 어떤 시점에 어떤 대상에 신경을 집중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만약, 당신이 눈물나게 지루한 느낌을 갖거나 돌아오는 주말에 할 일을 떠올리고 있다면, 지금 이 책 내용을 제대로 흡수하지는 못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두려운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머리 속에 두려워하는 이유가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만약 집에 화재가 났다면, 오로지 집 밖으로 뛰쳐 나가야겠다는 생각만 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갑작스러운 물리적 위험에 직면한다면 - 야외에 나갔는데 으르렁거리는 곰을 대면하든지, 밤중에 거리를 걷고 있는데 낯선 사람이 무장을 한 채 가던 길을 막아선다면 -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외에 그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방식은 자연이 인간의 두뇌에 설계해 놓은 필연적인 것인데, 해당 순간에 우리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치명적인 것으로 판명할 수 있다는 것은 이로운 일이다. 

     

    피해를 입을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 당황스럽고 창피한 일을 겪을 것 같은 두려움, 어떤 면으로든 바보 같이 보이거나 이상하게 보일 것 같은 두려움도 유사한 방식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이 정서를 공포 대신에 불안이나 걱정으로 경험할 것인데, 심지어 우리 자신에게도 공허하고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중요치 않다. 우리가 살펴 보았듯이, 감정은 냉정한 논리와는 매우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 안좋은 결과가 예상될 때,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게 된다. 다른 곳에 관심을 돌려야 하겠지만,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그 순간의 상황에 관심이 쏠린다. 

     

    강력한 부정적 정서(두려움, 분노, 불안, 절망감)는 정신의 폭을 좁힌다 - 정면과 중앙에 너무나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주변부에 대해서는 포착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 현상에는 구체적인 심리학적 매커니즘이 작동한다. 부정적인 느낌을 감지하면, 두뇌는 긴장감을 느끼는데 사용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분비한다. 그러면 전두엽 피질이 제대로 정보를 처리할 수 없게 되어서, 관심을 기울이고 학습하는 능력이 낮은 신경인지학적 수준에 머물게 되어 버린다. 분명히,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가 있으면(도전적인 상황에 처하면), 오히려 초점이 뚜렷해진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많으면,  해롭고 생물학적으로 학습 능력이 저하된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어릴 때 내가 학교에서 성적이 안좋았던 것이다. 나는 가족 문제에 완전히 기가 눌려 있었고,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마흔 살이 되었을 때, 나는 내가 다녔던 중학교를 방문하기 위해서 고향에 방문했다. 그때 절대로 잊지 못할 두 가지 일을 경험했다. 첫째, 학교에 발을 들이자 본능적인 반응이 튀어 나왔다: 그 옛날 느꼈던 두려움과 창피함이 다시금 한꺼번에 몰려왔다. 나는 순간적으로 깨어질 것 같이 약한 13세 소년으로 퇴행했다. 둘째, 학교에서 떠오르는 유일한 기억은 모조리 집단 괴롭힘을 당했던 기억에 연결되었다. 선생님들 이름이나 그때 배웠던 과목 내용은 거의 생각나지 않았다. 

     

    내 정신 능력을 손상시킬 수 있는 요인은 부정적인 감정 뿐만이 아니다. 어떤 고등학생이 대부분의 십대 청소년이 경험하는 전형적인 홀르몬 분비의 폭풍우 한 가운데에 서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에게 세계 역사 과목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고, 로맨스는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질 것이다. 십대 청소년의 머리 속은 강렬한 백일몽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들이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사실이 놀라울 지경이다. 좀 더 어린 어린이들도 역시 집착적이지만, 일단 학교가 끝나거나 봄방학 때 디즈니 월드에 놀러가게 되면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을 상상한다. 기쁨과 생동감은 우리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생각을 마음껏 펼쳐 나가는데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해 주는 연료가 된다. 긍정적인 정서는, 긴장감을 느끼는데 사용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행복감과 관련된 호르몬인 세로토닌, 만족감과 관련된 호르몬인 도파민, 그리고 기타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주는 “행복한 신경화학물질”과 관련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정서가 학습(learning) 과정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만약 우리가 이미 써 놓은 편지를 다시 편집해야 하고 그 안에서 결함을 찾아내서 실수를 정정하고 싶다면, 부정적인(비판적인) 사고틀을 활용하는 편이 긍정적인 사고틀을 활용하는 것보다 좀 더 효과적일 것이다. 비관주의를 취하면 안좋은 방향으로 풀려 나갈 일을 예측하고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행동도 좀 더 쉽게 취할 수 있다. 죄책감은 도덕적 나침반으로서 작동한다. 불안은 우리가 상황을 나아지게 만들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심지어 분노도 굉장한 동기 부여 요인이 될 수 있다 - 단념과 다르게, 분노는 우리가 뭔가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화 나게 만드는 문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어떤 이가 부당하게 취급당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떨쳐 일어나서 상황에 개입할 것이다. 

     

    입사 지원서를 최종적으로 작성했을 때, 흥분해서 기분좋고 마음이 들떠서 미소를 띄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이때 느끼는 감정은 기쁨이 아니라 건강한 두려움으로서, 우리는 지원서의 문장 구조라든지 구두점을 세 번씩 점검하게 된다. 부정적인 정서에는 건설적인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부정적인 정서를 느낄 때 우리의 시야는 갑자기 좁아지면서 주의를 집중할 수 있다. 우리가 힘든 일을 끝내 해 낼 수 있는 이유는 행복이 아니라 슬픔이고, 우리가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흥분 덕분이다. 물론, 열정이 지나치면 집단 안에서 필요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분산시킬 것이다. 

     

    현재 미국 사회의 교육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 학생들은 학교에서 지치고 지루해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좌절하고 압박감을 느끼면서 완전히 눌려 있다. 만성적인 무관심과 결석 수치는 높기만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과거 어느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학생들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더 강력한 학습 기준을 세우고 있다. 이런 해결책 중에서 어느 것도 학생들이 감정을 느끼는 방식이 학습 내용에 의미를 부여해준다는 사실을 다루고 있지 않다. 연구 결과는 명확하다: 정서는 학생들의 학문적 정보 처리 능력과 기억력을 좌우한다. 정서를 학습과 연결지으면,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배우는 내용에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학생들이 왜 배우는지를 스스로 발견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고, 끈기를 북돋아 줄 것이다. 

     

    그러므로 주의를 집중하거나, 정신의 초점을 맞추거나, 기억하는 일이 힘든 것 같을 때마다, 다음과 같이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우리의 생각 바로 밑에 어떤 정서 정보가 존재하는가? 그리고 정신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 우리에게 하나도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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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장. 감정을 느껴도 돼

    _ 1절 https://empowering.tistory.com/31

    _ 2절 https://empowering.tistory.com/49 

    _ 3절 https://empowering.tistory.com/73

     

    제 2장. 정서는 정보다

    _ 1절 https://empowering.tistory.com/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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