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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왜 '세 줄 일기'를 개발했나?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8. 3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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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왜 '세 줄 일기'를 개발했나?

    불을 껐더니
    시원스러운 별이
    창으로 드네

    근대 초기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여름밤에 느낀 서정을 담아 하이쿠(俳句)를 썼다. 하이쿠((俳句)가 무엇인가? 한국 시조처럼 글자수를 맞춰서 쓰는 정형시다. 그런데 하이쿠(俳句)는 시조보다 좀 더 짧다. 17글자 안에 모든 시상을 담아야 한다. 대학생 시절 하이쿠(俳句)를 접하고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일본 사람은 무엇이든지 축소하려고 노력한다더니, 시도 정말 짧게 쓰는구나?'

    최근에 학생들에게 글쓰기 기술을 가르치다가 하이쿠(俳句)를 다시 떠올렸다. 글쓰기 초심자는 글을 쓸 때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너무 많이 쓴다. 글쓰기 기술은 결국 생각을 정리하는 기술인데, 글쓰기 초심자는 생각을 조리있게 정리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선생으로서 학생들이 드넓게(?) 펼쳐 놓은 이야기를 잘라내고 줄이는 방향으로 가르쳐야 했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줄이고 또 줄여도 학생들은 군더더기와 쉽사리 헤어지지 못했다.  

    나는 이렇게 선택했다: 학생들이 사랑하는 군더더기를 나중에 억지로 잘라내지 말고, 아예 처음부터 군더더기를 쓰지 못하도록 제한하자. 하이쿠(俳句)처럼, 딱 세 줄 안에 모든 내용을 표현하도록 정하자. 하지만 '시'는 안 된다. 너무 어렵다. 일기(日記)가 좋겠다. 하루 동안 겪은 일 중에서 딱 하나만 골라서 깊이 되짚어 보고 간단하게 생각을 정리해서(순전히 이야기 뼈대만 남기되 독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글로 옮기도록 안내하자.  

    먼저, 내가 세 줄 일기를 써서 학생들에게 보여 줬다. 그냥 보여만 주면 어려워할 듯해서 각 줄에 무엇을 써야 하는지 명시적으로 제시했다. 첫째 줄엔 '누가 무엇을 했다'라고 쓴다. 둘째 줄엔 앞에 쓴 내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서 쓴다. 셋째 줄엔 앞에 쓴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품은 생각이나 감정을 간결하게 쓴다. 이렇게 일정하게 틀을 제시했더니, 학생들이 곧바로 나를 좇아왔다. 내가 제시한 틀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세 줄 일기를 썼다. 

    세 줄 일기는 키워드 네 개로 구성된다. '이야기와 설명' 그리고 '요약과 풀어쓰기'. 일기는 기본적으로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하는 이야기다. 어떤 요소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짧게 쓸 수도 있고(요약), 길게 쓸 수도 있다(풀어쓰기). 그리고 일기는 내가 떠올린 감정과 생각을 독자가 쉽게 이해하도록 설명하는 글이다. 그리고 설명하는 글에서도 어떤 내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짤게 쓸 수도 있고(요약), 길게 쓸 수도 있다(풀어쓰기).

    아이러니하게도, 글쓰기 초심자일수록 '시적인 문장'을 쓰고 싶어한다. 멋진 비유와 아름다운 표현력을 갖추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문학적인 능력은 타고 난다. 원한다고 시적인 문장을 쓰진 못한다. 게다가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거의 문학적이지 않은' 실용문을 쓴다. 우리는 대체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전하고,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글을 쓴다.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문자를 읽어 보시라.

    글쓰기 초심자는 글을 쓸 때 욕심을 확 줄여야 한다. 내가 글을 써서 전달하려는 핵심 생각과 핵심 감정을 때로는 간단하게 요약하고, 때로는 길게 풀어 쓰도록 연습해야 한다. 요약과 풀어쓰기는 방향이 완전히 반대이지만, 본질은 같다. 이야기에서 어떤 요소를 선택해야 하나? 핵심에 가까워지도록 내용을 적게 선택하면 요약할 수 있고, 핵심에서 멀어지도록 내용을 많이 선택하면 풀어쓸 수 있다. 이를 연습할 수 있는 방법, 세 줄 일기!

    세 줄 일기, 이렇게 씁니다(다양한 사례와 원리)

     

    세 줄 일기, 이렇게 씁니다(다양한 사례와 원리)

    이재원 선생, 세 줄 일기 2024년 8월 21일 수요일. (날씨: 낮에 비.)  (누가/무엇) 1. 오늘도 딸과 함께 다이소에 다녀왔다. (내용/의미) 2. 뽀로로 스티커북과 풍선을 샀다. 합쳐서 4천원. (감정/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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